저에게는 성향이 다른 아들 둘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야말로 모범생입니다. 부모나 선생님이 바라는 모범답안(?)을 말하고 행동합니다. 둘째는 자기 생각이 분명합니다. 때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습니다. 자로 잰 듯 정확히 두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체적인 성향은 분명 차이가 납니다.
1. 저는 아이들을 재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니?”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의식주요.” 라며 사회시간에 배웠다고 덧붙입니다. 시험지에 답안을 적듯이 말이죠. 둘째 아이는 “기도요!” 라고 답합니다. “기도하면 뭐든지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마치 마술처럼요.” 생각지도 못했던 답입니다.
2. 작년부터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고 있습니다. 용돈을 주면서 항상 저축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큰 아이는 열심히 돈을 모아 은행에 저축합니다. 대견하게도 가끔 동생 간식을 사주기도 합니다. 가급적 돈을 쓰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씁니다.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며 뿌듯해 합니다. 그러나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합니다. 둘째는 항상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적어 놓습니다. 주로 장난감, 딱지, (포켓몬)카드, 간식 등입니다. 그래도 형을 위해 작은 선물을 하나씩 삽니다. 간혹 형이 한마디 합니다. “그렇게 사고 싶은 거 다 사면, 언제 저축할래. 저축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야 해!” 마치 부모나 선생님 같습니다. 둘째는 “내가 사고 싶은 것 사라고 용돈을 주는 거잖아.” 라고 항변합니다. 요즘에는 장난감을 싸게 파는 창신동에 가서 4∼5군데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 비교를 한 후에 가장 싼 곳에 가서 산다고 합니다. 대견한 면도 있답니다.
3. 가끔 외식을 할 경우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물어 봅니다. 큰 아이는 “아빠 드시고 싶은 걸로 먹을 게요.” 라든지 “간단하게 먹죠.” 라고 답합니다. 부모의 취향이나 경제 사정을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삼겹살, 치킨, 자장면, 스파게티, 떡볶이 등 본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마구 쏟아 냅니다. 그래서인지 둘째 아이가 형보다 덩치도 좋고 몸무게도 더 나갑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이 적절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육희망 ‘이야기 마당’ 글을 쓰기 위해 이런 생각을 이야기 했더니, 아내가 우리 부부의 교육 방식이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부모는 둘째부터는 거저 키우는 것 같다고 하죠. 경험이 없는지라 첫 아이는 애지중지 키우지만, 둘째는 경험도 쌓이고 경륜도 생겨서 첫째 아이만큼 신경을 많이 안 쓴다는 것이죠. 물론 상대적입니다. 결코 둘째 아이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갓난 아기일 때부터 첫째 아이가 뭔가 관심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것을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아이에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아이는 다른 차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옷도, 책도, 장난감도 다 형이 쓰던 것을 물려받았고, 태권도, 축구 등 취미활동도 형이 하던 데로 하게 했으니까요. 실제로 첫째에 비해 둘째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적었습니다. 그것 때문일까요? 언제부턴가 둘째는 자기의 주장, 요구가 분명해 졌습니다. 제법 고집도 생겼습니다. 첫째는 무엇을 ‘하지 마라’, 또는 ‘하라’고 하면 바로 “네!” 라고 대답하고 말을 듣습니다. 반면 둘째는 “잠깐만요. 이것마저 하고요. 곧 끝나요.” “그것 보다는 이것이 더 좋은데요.” 라고 답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부모의 말을 듣는 조건으로 새로운 조건을 내겁니다. 협상을 하는 것이죠. 친구들과 노는 모습에서도 두 아이의 성향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학교 담임선생님들이 말하는 수업시간 아이들의 태도도 유사합니다.
첫째 아이가 모범생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생각, 주장, 요구가 너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둘째는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자기 주관 하나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준비 하면서 큰 아이에게 자존감을 키워 주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둘째에게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도록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 부부도 아이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지요.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대학·전공까지 선택해주고, 대학에서 수강할 과목도 대신 정해 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심지어 배우자까지 부모가 선택해 준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부모가 더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지요. 입사를 하기위해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도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 업체에 맡긴다고 합니다. 점점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사라져 갑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하고 토론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조율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훈련을 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토론하고 합의하는 훈련을 한다면, 타인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도 갖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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