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매장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울진 지역 재래시장의 침체에 이어 농민들의 판로를 담당했던 장날마저 이용객들이 격감해, 노령농민들의 살림살이가 위기에 놓이게 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5일마다 장이 서는 3월22일 울진시장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순난(64세) 할머니는 "다 자란 농작물을 썩힐 수가 없어 장날마다 나오긴 하지만 도통 팔리지 않아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난감하다"며 "팔다가 남은 채소를 그냥 버릴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설시장 상인들을 제외한 장날상인(농민)들은 파, 좁쌀, 감자, 봄나물 등 직접 생산한 농작물을 보자기와 대야에 펴놓고 추위에 떨면서 손님을 기다려보지만 물건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다 팔아봐야 1만원 정도 될 듯한 농작물을 펴놓고 있던 한 할머니는 "앞에 놓여있는 것을 다 팔아봐야 집안에 필요한 물건 한 개라도 사고, 차비라도 할텐데 걱정"이라며 "왕복 버스요금 2천원, 점심 국수 값 1천원, 자릿세 1천원을 주고 나면 남는게 없어 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을 굶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파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있던 다른 할머니는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부터 젊은 새댁은 물론 시장의 단골고객이었던 4,50대 아주머니들도 거의 볼 수 없"며, 5백 원짜리 파 한단을 들어 보이더니 "대형 마트보다 몇 배는 싸다"며 주부들의 많은 이용을 호소했다.
시장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주부는 "얼마 전 장날에 시장에 왔더니, 손님들은 없고 물건을 팔려는 할머니들이 추위에 떨면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그 후부터 다른 물건은 마트에서 사더라도 채소 같은 것은 꼭 재래시장을 이용하는데, 값도 싸고 양도 많고 덤으로 주시는 할머니들을 통해 따스한 정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장날이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울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래시장 육성을 위해 노후된 시장을 현대식으로 개조하는가 하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주민 황모씨는 "울진군이 몇해 전 만들어 놓은 우체국 앞 야채시장 활성화에 실패한 후, 재래시장 문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형마트등에서 지역농산물을 팔아주는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며, 시장 상인들도 `재래시장 이용하기 운동`이나, 각종 이벤트를 동원하는 등 이용객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