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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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이: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받을 분: 산업자원부 장관 신국환
제 목 : 한글 전용법과 정부 공문서 규정을 지켜 주십시오.
1. 지난 8월 10일치 일간 신문에 ‘산업자원부 영어로만 회의, 보고’란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 내용을 보면 “과 별 티타임 회의 때 영어로 말하고,
차관에게 업무 보고를 할 때 영어로 회의를 하고 보고도 영어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2. 얼마 전, 어느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영어 상용’을 말했다는 이야기
를 듣고 ‘영어 공용’과 ‘영어 상용’의 뜻을 잘 몰라서 한 말이겠지 생
각했는데 이 보도를 보면 정부의 내부 방침이 ‘영어 상용’이고 그 일을
산자부에서 앞장서서 하는 듯이 보입니다.
3. ‘영어 공용’은 모든 공문서와 보고 자료를 우리말, 글과 영어 두 가
지로 만들고, 보고도 우리말로 먼저 하고 같은 내용을 영어로 다시 한 번 더
하는 것이고 ‘영어 상용’은 공문이나 자료를 영문으로, 말도 영어로 하고
우리말을 아예 쓰지 않는 것입니다.
4. 우리나라에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있고 ‘정부 공문서 규정’
도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와 공무원은 이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
습니다. 요즘은 개인이나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리말과 한글 전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정부와 산자부 공무원들이 이 법과 규정을 정면으로 어기
는 것은 큰 잘못이고 하루바삐 고쳐야 할 일입니다.
5.. 산자부 장관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산업 자원 분야 업무보다 직원들 영
어 공부에 더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여 산자부 공무원들이 우리말을 제
대로 알고 쓰는지 알려고 산자부 누리집(홈페이지)에 가보니 한글 전용법과
정부 공문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공문이 있고 어떤 글은 문장의 기본 법칙
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버려야 할 일본 한자말이 ‘한자 병용(괄호 속에 한
자를 쓰는 일)’도 아닌 ‘한자 혼용’으로 쓴 것도 많았습니다.
6. 그렇지 않아도 많은 기업과 일부 국민의 지나친 영어 숭배와 영어 교육
광풍에 우리말과 우리 글이 죽어 가는 데 산자부 같은 정부 부처에서 ‘영
어 상용’으로 이를 부추기는 것은 장관으로서, 공무원으로서, 국민으로서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영어 잘 못하는 공무원을 연수원에 보내거나 따로 공
부시키기에 앞서 우리말부터 바로 쓰게 해야 할 것입니다.
7. 행정자치부와 문화공보부, 국립 국어 연구원에서 오래 전부터 많은 힘
을 들여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을 만들어 각 부처에 보내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하는 시간 중 한 시간만 나누어 ‘국어 순화 용어 자료집’을 공
부하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9. 공무원들이 업무가 끝난 뒤 집이나 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하든지 러시아
말을 공부하는 것이야 자유입니다. 일본 사람과 만나서 일본말로 이야기하는
것도 무어라 말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 기관 사무실에서 영어 공부
를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더구나 영어로 ‘보고 문서’를 만들고 영어로 업
무 보고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청사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곧바
로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10. 위 두 가지 민원에 대하여 15 일 안으로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8월 20일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드림
첨부 글 : 관련자료2개 있음
[관련자료1- 문화일보 보도 내용]
산자부,영어로만 회의,보고
산업자원부가 9월부터 과별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9일 산자부에 따르면 매일 오전에 실시하는 과별 티타임 회의에서는 다음달부터 참석자
전원이 영어로 업무보고와 토의를 진행해야만 한다. 회화능력이 짧은 사람은 1주일 단기 영
어연수 프로그램에 보낸다. 삼성그룹 인력개발원, LG그룹 인화원 등에 ‘문제 직원’을 보
내 특별교육을 받게할 방침이다.
국과장급 간부들의 ‘영어 스트레스’는 더욱 강도가 높다. 차관 보고때 국문보고서와 별
도로 영문으로 요약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물론 보고도 직접 얼굴을 맞댄 채 영어로 진행된
다. 단어가 막혀 우물쭈물 하다가는 역시 영어로 호된 불호령이 떨어진다. 인사상 불이익도
예상되고 있다.
산자부는 이번 영어 상용화 프로그램을 ‘산자부 전직원의 멀티플레이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했다. 임내규 차관이 발의했고 신국환 장관이 박수를 치면서 OK 사인을 냈다. 산자부
에서는 매일 업무시간이 끝나면 영어 강습이 진행된다.
부서내 인트라넷에서는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영화도 상영된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kr 200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