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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지 어언 5년, 햇수론 6년째가 되었다.
입문 첫해 가을부터 새벽 경기장을 들락거리며 여러 동우인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그 즈음에 과분하게도 나같은 범버쿵에게도 클럽 입회 제의가 들어왔다.
2000년에는 일반인들도 마라톤을 한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고,
2001년엔 그 일반인들이 그냥 뛰는게 아니고 '클럽'이라는 조직(?)까지 만들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놀랐는데...
그런 거창한 '마라톤클럽'에 나같은 사람이??
클럽 입회 후 맞은 첫 겨울동안 생활이 엄청 많이 달라졌고, 드디어 '아침형인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깊이 잠들어 있는 깜깜한 새벽에 한바탕 열기를 뿜어내고 돌아오면 그 기분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그만이었다.
허나 여섯번째 맞는 이번 겨울은 그 새벽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지난 12월에는 폭설과 혹한, 그리고 풀코스 준비 때문에....그리고 그 이후엔 '수면부족'과 '원기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의도적인 시도였는데 어쨓건 일정기간 동안 새벽잠을 보충함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은 새벽에 눈이 떠진다.
그만큼 원기가 회복되었다는 반증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새벽경기장엘 나간다.
오늘은 천천히 10Km조깅이 계획되었는데 저녁엔 또 약속이 있으니까 새벽에 뛰는편이 좋을 것 같은데 마침 잘됐다!
신발을 모처럼 코오롱 '카오스 스패셜'을 신고 나섰는데 착화감이 너무 좋지 않다.
마치 고무신을 신은 것처럼 딱딱하고 뻣뻣한 것이 영~
조용히 한켠에 들어서서 느리게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두어바퀴쯤 돌았을 무렵 뒤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사람들의 기척, 양회장님 그룹인데 놀랍게도 간만에 뭉친 온고을 회원들이 아홉명이나 된다.
3열로 서서 달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옛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A Long Times Ago...The Stadium Of Jeonju...."
회장님의 뻠쁘질(?) 덕에 40바퀴 이후 양회장님의 필살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세월의 변화는 냉엄하게만 느껴진다.
김동은, 송정식, 하태영, 이재진, 지정만
임해신, 정상완, 강기상...
누구하나 만만한 사람도 없거니와~
"헤헤, 형님 아직 멀쩡들 한데요?"
'으이~씩씩....이래도 지그들이???'
"어이, 지금 속도가 얼마나 되남?"
"예, 2분12초에 돌았슴다. 딱 4분50초 속도네요"
"아니, 그것 밖에??? 2분 안쪽이나 되는줄 았았더니..."
예전에 한창 속도를 올리면 2분4초 내외로 10바퀴는 너끈히 끌어대던 양회장님인데...대열 뒷편에서 매 바퀴마다 시간을 확인하며 못내 씁쓸함을 지울수 없다.
게다가 기온도 0℃ 내외로 별로 낮지도 않은데....
3'16", 2'57", 3'07", 3'01", 2'58"
2'51", 2'36", 2'23", 2'27", 2'24"
2'19", 2'14", 2'16", 2'12", 2'11"
2'02", 1'59", 2'00", 1'57", 1'55"
1'52", 1'49" [52:56/10Km], 3'11"
양회장님의 50바퀴 행진이 끝나고 난뒤, 10Km를 채우기에 필요한 6바퀴를 더 달리다보니 상완형과 태영형님이 따라붙어 마치 그 옛날 '서바이벌 달리기'를 떠올리게 한다.
맴버는 많이 바뀌었지만 어제의 용사들이 어제처럼 또 그렇게 달렸다.
하지만 세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