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의 상징과 정통성을 재고해 본다
한국사회문제연구소장/정치학박사
조상진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국명을 갖고 살고 있다. 각종 국가행사 또는 사회단체들의 기념행사 등에서는, 국기(國旗)에 대하여 경건하게 경례를 올리게 된다. 그리고 자랑스런 태극기(太極旗)에 대한 맹세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흐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기는 하나의 나라를 상징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정통성도 동시 동반하게 됨은 불문가지이다. 새삼스럽지만, 태극기를 자세히 관찰하면 다른 국가들 사례와 상이하게 독특한 측면이 보인다.
첫째로 4개의 괘가 그려져 있다. 이것의 출처는 중국 주역에서 나오는 부분이다. 주역은 고대 중국에서 점술 기능으로 엮어진 저술이다. 우리의 한민족의 정체성이 아니고, 현대과학에 비추어 보아도 비현실적 의미에 해당한다.
둘째, 가운데 태극 문양은 음양을 나타내는데 태초의 우주원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나친 관념론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태극기는 언제 누가 만들었고 대한민국 국격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태극기가 만들어진 시기와 배경을 살펴보면, 조선조 고종 때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시비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청나라 외교관 마건충과 관련이 있다는 점 또한 사실로 확인된다. 제작의 배경으로는 일본제국과 미국 등의 외교 관계에서 조선을 상징하는 국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따라서 태극기의 제작 과정에서는 조선 말기의 여러 인사들이 등장한다. 그들 중에는 이응준, 박영효, 이상재 등이 태극기의 의미, 도안과 문양을 완성하는데 기여했다는 자료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나라 마건충이 관여했다는 부분에서는, 그가 중국 정통의 학자라는 점에서 주역에 깊은 지식이 있었을 것이다. 당초에는 8괘로 시작했다가 4괘로 고쳐진 점과 태극 개념으로 볼 때, 마건충의 입김이 주효했다는 개연성도 보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자료들은 그런 일설을 인정하지 않고, 다만 중국 황실의 상징이던 황룡의 형상 일부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이 보아왔던 자랑스런 태극기가, 대한민국을 상징하기보다는 전근대 조선을 그리고 있다면, 그 정통성도 깨진다고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조선 시대의 법통과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을 이룩하여 왕조시대를 청산하고 자유, 평등, 박애의 뜻을 기리는 3색을 그려서 국기로 만들었다. 그런 사례에서 볼 때 국기의 상징성과 정통성이 뚜렷하다. 미국의 성조기를 관찰해본다. 50개의 별 모양은 현재의 50개 주 정부를 의미하고 13개의 가로줄 그림은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13개 식민지 주를 의미하고 있다.
영국의 국기를 보면, 가운데 십자가는 잉글랜드, 양쪽의 기울어진 십자가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각각 상징하면서 연합왕조의 기독교 국가로서 정통성을 상징하고 있다.
일본의 일장기를 살펴본다. 붉은 원은 해가 뜨는 나라로서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하고, 흰색 바탕은 순결과 신성의 정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에 공식 국기로 지정되었다. 욱일기는 둥근 태양에서 빛이 퍼지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섬나라가 대륙 진출을 염원하는 상징성을 나타낸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위 사례들과 같이, 다른 선진 국가들은 국기가 나타내는 근대적 상징성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의 태극기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보면, 전근대적 의미가 대부분일 뿐, 근대적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4괘의 문양은 하늘, 땅, 물, 불을 나타낸다고 하나 이는 한국에만 국한되는 우주도 아니고, 동양철학이라고 하는 중국 주역에서 기인한 것이다.
태극 문양 역시도 우주 만물의 음과 양 조화를 나타낸다고 하지만 음양의 우주원리 역시 한국에만 해당하는 특성은 아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오묘한 동양철학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풀이는 아전인수식 국수주의에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국기는 근대화된 국가에서 그 상징물로 사용되었고, 왕조의 전근대 사회에서는 군주를 나타내는 한정된 휘장이 따로 있었을 뿐이다.
조선 518년간은 왕조사회이었으므로, 근대국가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시작되었다. 그러함에도 태극기는 조선 말기에 조급히 만들어졌고, 그 기저에는 중국 전통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러함에도 태극기를 자랑스럽다고 표현한다면 시대착오적 오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정치적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경제적 급성장을 달성했다. 그렇지만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막연한 의식구조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조선조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국기를 자랑스러워하는 의식과 자세는 당연하지만, 조선식 사고체제로서의 태극기는 근대화의 상징도 아니고, 근대주의 새로운 국가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정통성의 국기(國旗)로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관념주의적 의미와 문양이 아닌 신시대의 사회문화 수준에 합당한, 근대화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