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언
지금의 과실 소비자는 과거와 달리 매우 높은 품질의 과실을 요구하지만, 감귤은 다른 작물이나 과수와는 달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데 훨씬 많은 기간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어려운 감귤 품종 개량에 많은 노력을 투입 할 것이 아니라 외국의 우수 품종을 도입해서 잘 재배하기만 하면 될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 일본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육성된 품종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어, 앞으로는 일본으로부터의 신품종 도입도 어렵게 되었다. 또한 upov(식물 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 연맹)에서 신품종 보호대상 작물이 확대되고 육성자의 권리가 대폭 강화되었는데, 이것이 1998년 4월부터 발효되어 감귤에서도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태에 와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2년이 되면 우리나라 에서도 감귤도 품종보호 작물에 포함되어 지적재산권의 보호 관리가 강화되어, 앞으로는 종자산업법에 의해 품종보호권이 설정 등록되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감귤을 재배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므로 우리 품종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언제까지 우리 지역에 맞지 않는 외국 품종을 재배해서 외국의 과실과 경쟁하겠는가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감귤재배의 지리적 환경적 여건상, 외국의 품종을 재배해서 좋은 품질의 감귤을 생산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따라서 우리 여건에 잘 맞는 품종을 하루 빨리 만들어 내는 일이 국제경쟁력 제고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필요성이 아니라 필연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제주감귤 품종의 변천
제주도의 감귤 재배는 서기 476년, 백제 문주왕 2년에 감귤을 공물헌상했다는 고려사기의 기록으로 보아 이보다 훨씬 이전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당시의 재배품종은 거의가 제주재래종(병귤 이외는 중국원산으로 사료됨)으로 금귤, 산귤, 청귤, 동정귤, 유자, 유감, 당유자, 홍귤, 감자, 석금귤, 편귤, 사두감, 주감 등 22개 품종이 재배되었으나 생식용으로는 맛이 없고 품질이 떨어져 차차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되어 지금은 병귤, 당유자, 유자, 청귤, 동정귤, 홍귤, 진귤 등 몇 가지 종만을 찾아볼 수가 있다.
가. 1910∼1950년대
온주밀감이 제주도에 처음 도입된 것은 박영효 대신이 제주에 와 있을 때 일본으로부터 가져와 제주시 구남천에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그 기록과 재배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1911년 엄탁가 신부가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제주자생 왕벚나무를 보내준 답례로 미장온주를 15주 기증받아 현재 서귀포시 서홍동 천주교 복자회관에 심은 것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시대에 도입된 품종은 미장온주, 임온주, 궁천조생 등 온주밀감이 중심이 되었고 일부 하귤, 팔삭, 이예감, 문단, 금귤, 기주밀감, 금감자, 삼보감, 네블오렌지 등 만감류도 도입되었다. 1950년대 말기부터는 비싼 과실값의 형성으로 감귤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이 높아져 재배면적이 증가되었다.
나. 1960년대
1965년부터 1970년 사이에 재일 교포들에 의하여 기증된 묘목수는 2,787천주에 달했고, 수입묘목 528천주, 재산반입 23천주 등 합계 3,338천주나 되는 묘목이 도입되었다. 1960년대에 도입된 품종은 당시 장려품종으로 지정되었던 궁천조생과 임온주가 주였으며 이때에 삼보조생, 흥진조생, 입간조생, 송산조생, 정관조생, 지환조생, 남감20호, 미택온주, 향산온주, 번전온주, 석천온주, 삼산온주, 십만온주, 대암5호, 청도온주, silver hill 등 기호성이 높은 온주밀감이었다.
다. 1970년대
1970년대에 들어와서 차차 우량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홍수출하를 막기 위해서 극조생온주 또는 만감류의 재배 필요성이 느껴져 극조생인 궁본조생, 다원조생, 유택조생을 비롯하여 구능온주, 금촌온주, 오태온주, 반야온주 등의 온주밀감과 품질이 우수한 궁내이예감, 홍팔삭, 신감하를 비롯하여 오렌지류의 청가네블, 삼전네블, 길전네블, 영목네블 등이 새로 도입되어 1960년대 이전에 도입된 품종과 함께 무려 40여개 품종이 재배되는 ‘품종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루었다.
라. 1980년대
1960년대에 장려품종으로 선정된 궁천조생과 임온주는 품질, 수량, 저장성 등의 문제로 없애기로 결정하고 단경기에 생산출하가 가능한 극조생의 비율을 높이고, 또한 3월 이후에 출하할 수 있는 만감류의 비율도 높여 9월에서 익년 5월까지 출하가 가능하도록 시기별 우량품종을 선정하여 장려하였다. 장려품종으로 선정된 품종은 극조생으로서는 제주시험장에서 육성한 신익조생(제주6호)과, 삼매조생(교본조생), 한라조생(시문조생), 조생종으로서는 흥진조생, 삼보조생, 중생종으로는 남감20호, 미택온주, 번전온주, 구능온주, 향산온주, 만생종으로는 청도온주, 뇌호온주 등 총 28개 품종에서 11개 품종을 지정하였고, 만감류로는 제주시험장에서 육성한 황금하귤(제주1호), 용연만감(궁내이예감), 홍팔삭, 청견, 신감하, 정방네블(청가네블), 길전네블 등을 우량품종으로 지정하여 기타 품종은 과감히 품종갱신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흥진조생 이외의 장려 품종의 상당수는 이후의 문제점 발생으로 현재는 재배되고 있지 않다.
마. 1990년대
조기 출하 감귤의 단가 상승 붐에 따라 극조생 도입이 가장 활기를 띤 시기였다. 따라서 중 만생 계통의 나무는 거의 벌채되고, 이 나무에 극조생 계통을 고접하는 농가가 많았는데, 이때 도입된 품종은 궁본조생, 암기조생, 상야조생 등이었다. 국내에서도 극조생 계열인 돌연변이 품종(애월조생)이 나왔으나, 바이러스 이병으로 인해서 보급되지 못하였다. 1990년대 말에는 부지화 품종 재배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고 오렌지 혈통을 이어받은 교잡품종이 심어지기 시작하였다. 90년대 말에는 청견의 시설재배가 시작되기 시작하였다.
바.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육성된 교잡종 품종 도입이 두드러지게 많이 되고 있다. 특히 부지화의 재배가 급격히 늘어나 2009년 현재 면적비율 6%를 넘고 있고, 그 뒤로 세토카의 면적이 확대 되었다. 2010년 현재 감평, 베니마돈나, 세토미 등 일본의 신품종이 일부 품질 및 재배적 문제점에 대한 논란에도 농가에서 활발히 도입되어 재배되고 있다. 2004년에는 최초의 국내품종인 ‘하례조생’이 감귤시험장에서 발표되어서 농가에 시범사업을 거친 결과 우수함이 인정되어 현재 활발히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또한 ‘탐나조생’(2005), ‘풍광’(2006), ‘삼다조생’(2007), ‘탐도1호’(2008)가 육성되어 농가 보급 중이거나 보급을 위한 실증 시험을 진행중에 있다.
3. 감귤 품종개량의 경과
최근(1970~2000) 까지 제주에서의 감귤 품종 개량 사업은 거의 일본의 품종을 도입하여 적응성을 검토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자체 품종 육종 사업도 2000년 전까지는 농가 돌연변이 탐색 및 검정 수준에 머물렀었다. 또한,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내한성 품종 육성을 목표로 시작되어 왔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1991년 감귤시험장이 설립되고 1994년 본격적인 계획육종이 시작되어 교배육종 및 주심배실생 육종이 활발히 진행 되었다. 그 결과 ‘하례조생’(2004)등 5품종이 개발되기에 이르렀고 2010년 현재 우수한 개체를 1차 선발하여 정밀 검토 중에 있어 향후 2~3년내 본격적인 국내품종의 시대가 열릴것으로 전망된다.
가. 도입육종
이제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품종 도입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 1912년 : 엄탁가 (emsile, j. taguet) 신부가 제주도 벚나무 원종을 일본에 보내고
미장온주 묘목(15주)을 교환 도입 : 서귀포 시 서홍동 식재
· 1913년 : 워싱톤네블오렌지, 온주밀감, 하귤 등 묘목 150본 도입
· 1950년대 : 미장온주, 임온주, 궁천온주 등 온주밀감 및 하귤, 팔삭 등 일부
잡감류 도입
· 1960년대 : 삼보조생, 흥진조생, 청도온주 등 기호성 높은 온주밀감 도입
· 1970년대 : 다원조생, 유택조생 등 극조생 온주 그리고 궁내이예감, 홍팔삭,
신감하 등 잡감류와 청가네블, 길전네블 등의 오렌지류 도입
· 1980년대 : 청견 등 만감류 도입 및 온주류 11개 장려 품종 선발
· 1990년대 : 청견을 종자친(모본)으로 한 교배잡종 진지향, 부지화 등 도입
· 2000년대 이후 : 세또까, 감평, 베니마돈나, 세토미 등 고품질 만감류 도입
풍복조생, 히노아께보노, 히나노히메, 히노아까리 등 온주밀감류 도입
나. 돌연변이 육종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우량 돌연변이 계통을 수집, 선발하고 품종화하여 농가에 보급하는 방법으로서, 일본에서의 온주밀감 육종은 거의 이 방법에 의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는 신익조생, 황금하귤, 애월조생등이 선발, 육성되었으나 재배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에는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상도조생’(2007), 제주감협에서 ‘애향’등이 선발되었고, 현재 돌연변이 육종은 제주도농업기술원의 주도하에 추진되고, 감귤시험장에서는 교배육종에 집중하는 등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 교잡육종
우리나라에서의 감귤 교잡육종은 제주시험장에서 1980년대 초 내한성 품종 육성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는 생산 수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었으므로 동해에 강한 재래귤을 모본으로 하여 육종연구가 진행되었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91년 11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시험장(설립당시: 과수연구소 감귤연구소)이 설립되어 기반이 마련된 후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육종사업이 이루어졌다. 최근 온주밀감 3품종, 만감류 1품종, 오렌지 1품종이 선발되었다. 이중 하례조생은 2009년 보급면적이 20ha에 이르고 있고 점차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 외, 다수의 고품질 계통을 1차 선발하여 최종 선발 및 보급을 앞두고 있다.
라. 생명공학적 육종
생명공학적 육종에는 교배가 불가능한 감귤 근연속의 세포와 감귤 세포를 융합하여 체세포 잡종인 감귤품종을 육성하는 세포융합법과 동·식물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체의 유용한 유전자 일부를 감귤세포에 도입하여 우리가 목적하는 유전자가 도입된 품종을 육성하는 형질 전환 방법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한 기술을 확립하여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하례조생을 이용하여 유용 유전자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육종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DNA 수준에서 씨 없는 특성(부지화 및 온주밀감 등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감귤품종과 교배실생은 씨가 있음), 병 저항성 등 각종 특성(형질)에 대하여 조기 판별 할 수 있는 분석방법을 개발하여 현재 일부 실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