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장흥의 꿈" - 김영욱
고향에 가면 자는 시간을 빼놓고 저는 동네강아지처럼 온종일 심호흡을 해가며 골목 구석구석의 냄새를 맡고 다닙니다.
거기에 짙게 배어 있는 유년의 추억과 고향의 향기로 도회지 생활에서 고갈된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함입니다.
장흥! 한동안은 변함없는 그 모습이 좋더니 언제부터인가 건조하고정지된 이미지로 보이면서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문화와 환경 지방화와 세계화 지식정보화 창의성과 다양성의 시대등 다양한 미래비전이 제시되는 가운데 각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21세기 달력에 색칠을 하는데 비해 우리고향은 너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은 이내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가로등과 가로수에 걸린 청사초롱 모형의 스피커에서는 온종일 음악과 시가 잔잔하게 흐르고 거리는 꽃과 나무로 가득 들어차 시가전체가 마치 테마공원이나 휴양지처럼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많은 꽃과 나무는 탐진댐 근처에 대규모로 조성된 생태공원에서 넉넉히 공급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탐진댐에 가보니 수몰과 현대사의 아픔을 승화하기 위해 댐이 굽어 보이는 기역산 정상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공연장에서는 장흥대학 국악과에서 명창을 초청 협연하고 있었으며 산하에 울려 퍼지는 신비로운 음향은 공연장과 댐 주변에 모여든 수많은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관객들은 벌써 다음달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탐진강변에도 열린 공연장이 있어 주말에는 인기영화가 상영되고 평일에는 주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편성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으며 장흥신문에서는 방송사와 함께 한달에 한번 하이라이트를 모아서 종합콘서트를 개최 열기를 확산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郡에서 청소년 문화의 개발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군민회관을 대폭보강하여 음악과 영상 스튜디오를 개설하고 연극과 춤의 무대를 설치하는 등 각종 재능을 발굴육성할 청소년종합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열기와 호응 또한 상상 이상으로 높아 확장공사에 필요한 예산조달이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郡은 각종대회의 참가를 장려함은 물론 더 나아가 입상자들을 장차 고향을 빛내고 홍보할 인적자원이라고 판단 장학혜택 등으로 특별지원·관리하여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郡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향후 문화개발의 무게중심이 현 기성세대에서 청소년으로 전환함을 의미한다'고 했으며 굳이 배경을 묻는 어느분께는 '미래는 청소년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가장 확실한 투자는 미래 인적자원 즉 청소년에 대한 투자만큼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 없다는 명제를 실천키 위함이겠지요.
이제 고향은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문화의 활기로 채워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탐진강변의 애송이 우리옆집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수많은 대형스타로 훌쩍 커 고향의 생산성과 홍보력을 선도하고 위상을 제고하여 '예향 장흥'이라는 슬로건을 명실상부하게 입증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한 지역의 축제는 그 지역사회의 단합과 지역민의 위무 성격으로는 죽은 잔치나 다름이 없으며 자족적·대내용이 아닌 타족적·대외에 초점을 둔 차별화된 관광상품과 지역홍보의 장이 되어야만 유명관광팜플릿에 한 줄이라도 차지하는 세상입니다.
따라서 郡에서는 문화제에 더 이상 '군민의 날'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기로 하였으며 전략 아이템을 개발특화하고 일부 축제를 통합, 집중력과 시너지를 높이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장흥신문과 공동으로 각분야별 最高를 뽑는 이벤트를 개최, 초청한 외지인과 외국인도 다수 참여시켜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자매결연을 맺은 부산영도구 주민과 주한美軍을 중심으로한 외국인이 다수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며 민박가구를 선정하여 교육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기다리는 축제가 아닌 공격적 마케팅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자체로서는 최초로 서울시에 '장흥문화주간'을 신청하고 이에 따라 서울시는 5월중 한주를 '장흥문화주간'으로 선포하기에 이르렀으며 한강에서 한주간에 펼쳐진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하여 중앙무대에 장흥의 문화와 각종 관광상품을 집중홍보하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행사는 각지자체에 곧 파급되어 그 옛날 삼국이 쟁패를 아우르던 한강은 온 나라의 문화축제가 사시사철 한데 어우러져 국민화합의 장과 국가관광자원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장흥은 그 효시가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약간 독특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장흥문화주간` 홍보가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경부선과 호남선 등 철도차량 양 측면에 홍보슬로건을 붙여 달리게 함으로써 전국의 주목을 받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으며 그후 철도청은 이 광고기법을 확대 경영개선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최초의 철도차량 상업광고물로서 장흥문화주간은 철도사에 기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CNN BBC 등 해외 유명언론의 취재진들이 우리 장흥으로 대거 몰려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우리장흥의 해안가에 조성된 세계적 휴양지인 WATERPIA(or SEATOPIA)에서 국제 WATER BOBSLEIGH 대회가 개최되는데 여기에는 국내외 연예인 등 유명인사도 다수 참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상은 연예인이 아니라 웅장한 스케일과 기발한 착상의 WATER BOBSLEIGH 코스였습니다.
이 코스는 두 산을 마치 사과처럼 돌려가며 깍고 수로처럼 연결한 형태로 총 길이는 3Km에 달했으며 프로와 아마추어용 2개 코스로 난이도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리프트는 쉴새없이 멋진 수영복 차림의 관광객을 정상으로 실어 나르고 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즐거운 함성은 대회 분위기와 취재열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코스는 겨울에도 눈을 이용한 SNOW BOBSLEIGH가 가능하게 설계되어 동절기에도 대회개최와 이용이 가능하여 관광객의 발길을 끊임없이 붙잡는 시스템으로 기획 및 설계되었습니다.
이 휴양지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된 계기는 산을 깍아 만든 WATER & SNOW BBOBSLEIGH 코스와 해안가로 펼쳐진 멋들어진 트래킹 코스 환경과 조화된 호텔과 콘도 깨끗하고 맛있는 남도의 특산물을 제공하는 음식점 등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핵심은 세계최초로 시도된 OOO레저시설이었습니다.
이 시설은 그 독창성과 전략면에서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모티브를 제공하였으며 관광창출 및 유인효과의 대표적 모델로 활발히 연구·인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고향 출신 기업가들의 합심과 적극적인 투자가 이 큰 사업을 점화하였음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하겠습니다.
세계적 관광지로서 장흥은 수용태세의 정비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장흥군과 장흥신문은 매년 외국인을 포함한 심사진을 구성 숙박업과 음식업을 조사 평가하여 등급별 동판 부착 등 인증을 다시 하고 전통 가옥을 정비하여 고급스럽고 독특한 숙박시설을 상품화했으며 문화관광 인터넷 웹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하여 관광상품의 전자 상거래와 안내 및 예약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수용체질을 강화하였습니다.
또한 세계적 도시로의 본격진입에 맞춰 '정보사랑방'을 열고 많은 PC를 구비, 지역민의 정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치매예방에 좋다고 바둑 등 취미활동을 하는 어르신, 국제전화를 무료로 쓰는 아주머니, 외국인과 방문일정을 협의하는 젊은이, 게임에 빠진 어린이 등 많은 이웃들이 관심분야의 정보를 이용하고 있었고 저녁에는 영어 등 외국어학당도 개설하여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빈틈없이 갖춰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어느 뜨거운 여름날` 세계 유수의 취재진들은 장재도에 마련된 최첨단 위성시스템을 이용해 본국으로 취재 결과를 송신하고 있었는데 내용을 종합 요약하면 '대한민국 전라남도 장흥의 놀라운 성공은 "미래 인적자원인 청소년 문화에 대한 집중 투자, 지역의 특성을 독창적으로 살려낸 세계화 아이템, 대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없으면 만들어파는 창조력"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 ! 제가 잠시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취해 잠깐동안 너무 많은 꿈을 꾸었나 봅니다.
그동안 고향의 문화중흥을 위해 8년여를 중단없이 꿈꿔온 장흥신문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저의 깨기 싫고 또꾸고 싶은 엉뚱한 꿈이야기를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꿈중에 '○○○레저시설'은 깊은 애향심과 창의력으로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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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꿈은 장흥신문 창간 8주년 특집 <제171호 9면 2000.3.13(월)>의 이부자리에서 꾸었습니다.
첫댓글 헉... 놀라워라 !! 무려 8년전에 예언하다니... ^^
ㅎㅎ 그렇네요. 참 훌륭한 낮꿈을 꾸시네요. 이제부터는, 외지인(혹은 외지에 있는 장흥사람들)이 짧은 기간동안 왁자, 떠들썩 쓸고가는 꿈이 아니라 수련관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여기서 접한 여러가지 것들을 통해서 지금보다 쬐끔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차분히 생각도 할 줄 알게되는 꿈을 자세하게(?) 꾸어주세요.ㅎㅎㅎ 남에게 보여지는 것보다는 소리 나지 않더라도, 누군가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단단한 주체가 되어서 터럭처럼 사소한 일상마다에서 서로의 신명을 나누어가질 수 있는 걸 터득하고 그렇게 살았으면...하는 그런 꿈이요.
이왕 천기를 누설한 김에 한번 더 예언을 털어 놓자면, 청소년수련관이 장흥을 대표하는 위상과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