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볼라벤 고원’에 위치한 광활한 라오스 커피 농장은 12월이 되면 지역 주민들이 총동원된다. 이 시기에 바짝 일하면 웬만한 일을 하는 것보다 수입이 쏠쏠해 일정 기간 농장 인근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도 많다. 이곳에서는 커피 열매를 일일이 손으로 따는 ‘핸드 피킹’ 방식으로 수확이 이뤄지는데 온종일 나뭇가지를 잡고 일하는 이들의 손톱은 성할 날이 없다. 뿐만 아니라 ‘루왁’ 커피의 원재료인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수거하는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워낙에 높은 가격 때문에 작업자들끼리 구역을 나눠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야생 사향 고양이들이 커피 농장에 찾아와 열매를 먹은 후 배설한 것을 찾아다니는 일은 보물찾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커피 열매 수확이 끝나면 껍질을 벗긴 후 세척에 들어간다. 대량의 열매를 세척할 물이 넉넉지 않아 강가로 가서 열매를 헹구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깨끗하게 씻은 열매는 일주일 동안 수시로 뒤집어 주며 햇볕에 건조한다.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친 생두는 ‘로스팅’ 작업을 거쳐 우리가 익히 아는 갈색의 원두가 된다. 원두를 볶는 일은 재래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장작불을 때고 두 시간가량 뜨거운 불 앞을 지키며 불 조절을 해야 한다. 이렇듯 커피 한잔에는 수많은 이의 노고와 정성이 필요하다. 어린 소녀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커피 일에 사활을 건 이들, 라오스 농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