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경남 양산시 삼량초교 6)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 아빠가 끓여주시는 추어탕을 먹는다. 올해는 추어탕 재료를 구입할 때 아빠와 나 둘이서 갔다.
숙주나물, 얼갈이배추, 부추, 빨간 고추를 사는데 1000원 어치씩만 사는 아빠가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창피했다.
나는 창피해서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도 못하고 얼른 나왔지만, 아빠가 알뜰하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평소 용돈을 알뜰하게 쓰지 못하는 내 모습이 더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미꾸라지를 샀는데 500g 정도가 8000원이나 했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꽤 비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조금 깎아 주시면 안돼요?”라고 말하자 아주머니가 “이게 제일 싼 가격이에요. 그 대신 몇 마리 더 드릴게요”라고 말씀하셨다. 역시 알뜰한 아빠다.
재료손질은 엄마가 맡았다. 숙주나물 꼬리를 떼고, 부추를 다듬어 재료들을 씻어두고, 마늘도 까서 빻아 놓았다. 아빠가 미꾸라지를 손질하기 전 작은 미꾸라지 한 마리를 주셨다. 동생과 내가 한참 가지고 놀다가 미꾸라지 머리를 잡으니까 미꾸라지가 “삐삐!” 하고 울었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엄마가 “미꾸라지가 살려 달라고 하는 가 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신기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꾸라지를 다시 놓아 주었다. ‘미꾸라지가 소리를 내기도 하는 구나’ 하고 느꼈다. 순간 그동안 해마다 미꾸라지를 괴롭힌 것 같아서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해마다 추어탕을 끓여 먹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빠는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 해감을 시켰다.(해감을 토해내도록 했다.)
뼈를 발라내고 숙주나물, 얼갈이배추, 청·홍고추 등 재료들을 냄비에 넣어 푹 끓이니까 온 집 안에 맛있는 추어탕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빠가 추어탕을 우리가 먹기에 맵지 않게 알맞게 끓여 주신다. 올해 추어탕은 우리도 다 컸다며 매운 고추를 듬뿍 넣고 끓이셨다. 아빠 마음대로 맵게 끓이니까 고마운 것도 잠시 잊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추어탕이 완성이 되자 아빠는 “이런 것 만들어 주는 아빠가 있는 줄 아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만들어 주는 다른 아빠가 한 명 쯤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휴가 때면 가족들의 보양식으로 추어탕을 끓여주는 아빠가 고마웠다. 아빠, 엄마는 한 그릇을 뚝딱 비웠지만, 나와 동생은 산초가 싸해서 다 먹지 못했다. 그래도 아빠가 끓여주는 추어탕이 식당에서 끓여주는 추어탕보다 내 입맛에 우리 가족 입맛에 딱 맞는 것 같다. 해마다 여름이 다가오면 ‘계곡에 물놀이와 함께 아빠의 추어탕을 먹겠구나’ 하고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아빠가 끓여주는 추어탕을 계속 먹고 싶다.
‘아빠! 오래 사세요∼ 그리고 추어탕도 계속 부탁해요.’
첫댓글 특별한 음식을 요리해 먹은 체험이 매우 실감나게. 그리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추어탕 냄새가 금방 손에 잡힐듯 하다. 아빠에 대한 고마움까지 표현하는 것을 잃지 않은 세심한 마음씀이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서술문 사이사이 자리잡은 대화문도 맛이 나고 정겹다.
저희 아빠도 추어탕을 끓여주시면 줗겠어요~방은표(영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