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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0일(토) 10:00 경, 다시금 전주全州 땅을 밟았습니다. 1981년 4월 29일 3년 동안의 35사단 군대 생활을 마감한 이래 26년 만의 일입니다. 입동立冬을 사흘 넘겼음에도 아주 온화한 날씨였습니다.
음력으로 '시월 상달' 초하루인 그날은 백성百姓의 각 시조始祖에게 시제時祭를 올리는 날이기도 하지만,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1가 21-3 부근의 빙부聘父인 김영진金泳珍 님(1931~1976) 묘소에 성묘省墓를 마치고, 그 따님인 김귀애金貴愛 요세피나 님과 그 모친 윤영숙尹英淑 님(1936~ ) 등과 함께 전주시 완산구 전동 200-1에 있는 전동殿洞 성당(국가사적지 제288호)을 방문하였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틀 교체공사를 1년 째 하고 있는 '전동성당'은 외벽에 설치한 '비계' 등으로 좀 어수선해 보였습니다.
성당 정문에서 마당 한 복판 은행나무를 가로질러 보이는 예수성심상 옆에는,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尹持忠 바오로(1759~1791)와 권상연權尙然 야고버(1751~1791)의 상이 있습니다.
성당이 있는 자리는 성지聖地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6대손인 윤지충과 그의 외종사촌 권상연이 유교식 조상 제사를 폐지했다는 이유로 1791년, 이곳에서 처형됐답니다. 이것이 조선의 첫 순교였고, 지금의 성당 자리는 최초의 순교자를 낸 곳이 되었죠. 당시 이들의 피가 묻었던 전주부성 성벽의 돌을 성당 주춧돌로 사용했답니다.
신자들은 성당 옆을 흐르는 전주천의 서천교 아래, 전남도청 뒤에 있는 숲정이, 한옥마을 지나 있는 치명자산 등을 연계해 순례 코스로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누구라도 출입할 수 있습니다. 천장이 높고 둥그렇습니다. 하얀 외벽과 회색의 아치형 기둥이 고풍스럽습니다. 벽에는 18개의 창이 있는데 이중 12개에는 윤지충, 권상연을 비롯해 전주 인근의 순교자, 성당의 초대 신부 등이 색유리로 새겨져 있습니다. 제대 주위의 창에는 예수의 일생을 그린 색유리가 있습니다.
서울 명동성당이 고딕식의 엄숙한 분위기인 반면, 전주의 전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밝고 온화한 모습이지요. 배우 전도연과 박신양의 영화 <약속>의 결혼식의 무대가 바로 이 전동성당이랍니다.
성당 정문 앞 2차로 도로인 '태조로'를 건너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사당인 '경기전'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全州史庫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쪽은 박해를 하고 한쪽은 박해를 받았던 이들의 상징 건물이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