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똥을 누는 두꺼비 바위
옛날 첩첩산중 작은 마을에 황금똥을 누는 두꺼비 바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을에 화력 발전소가 들어서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아스팔트가 대도시와 연결되어 현대 문명을 고스란히 누리고 사는 이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황금똥을 누는 두꺼비 바위의 전설을 믿고 있습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신 어르신들은 그 황금똥의 비밀을 마을의 지주신처럼 받들고 있습니다.
"암!암! 그렇고 말고."
"그려그려, 우리가 잘 살게 된 건 다 저 바위 덕분인기라."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아 황금두꺼비 바위를 칭송합니다.
그 옛날에는 너무 깊은 산골이라 산적들도 접근하지 못해 피해 갔다는 그 마을!
그곳의 두꺼비 바위는 최씨 성을 가진 마을과 박씨 성 마을을 사이에 두고 경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두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이용되기도 하였고, 땔감을 구하러 가거나 소를 먹이려 가는 것도 그 두꺼비 바위를 중심으로 아지트 역활을 했습니다.
두꺼비 바위를 아이들이 만져서 반질반질 닿아있었습니다.
머리 쪽은 최씨 마을을 보고 있었고, 엉덩이 쪽은 그 반대편인 박씨 마을 쪽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머리 쪽은 최씨 아이들이 항상 독차지하며 놀았고, 엉덩이 쪽은 박씨 아이들이 차지하고 놀았습니다.
"야! 머리 만지지 마"
최씨 아이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야! 엉덩이를 최가가 만지면 부정 타!"
하며 박씨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만지지 말라고 터 싸움을 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두꺼비 바위에는 이끼가 끼고 비바람에 깎여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때는 선명하게 두꺼비를 닮아 있어 두꺼비 바위라고 불렀습니다.
그 두꺼비 바위에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 전설의 의미는 두꺼비 바위가 어느 마을쪽에다 엉덩이를 두고 있느냐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두꺼비 바위가 최씨 마을을 바라보고 앉아 있고 엉덩이를 박씨 마을 쪽으로 두고 있으면 박씨 마을 쪽이 부자가 되고, 박씨 마을 쪽으로 머리를 두고 엉덩이가 최씨 마을 쪽을 보고 있으면 최씨 마을이 부자가 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머리가 보고 있는 쪽 동네의 부의 기를 두꺼비가 다 빨아먹고 엉덩이 쪽 동네에 황금 똥을 싸기 때문에 엉덩이 쪽 마을이 부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동네 사람들은 서로 엉덩이를 자기 동네 쪽으로 앉게 하려고 애를 썼답니다.
두 동네 이장님이 힘센 장사를 불러 모아 두꺼비를 돌려 앉히려고 아무리 힘을 써도 절대 두꺼비는 앉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이 나쁜 짓을 하거나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으면 영락없이 돌아 앉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착한 일을 하거나 효도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뚜꺼비는 그날밤 반드시 그 마을쪽에다 황금똥을 누었답니다.
그래서 최씨 마을과 박씨 마을 사람들은 서로 두꺼비 엉덩이를 돌려놓으려고 싸워서 원수가 되어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허허 큰일 났네!"
오랜 세월 동안 박씨 마을 쪽으로 두고 있던 두꺼비 엉덩이가 최씨 마을 쪽으로 돌아앉는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두꺼비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데 그 원인을 모르니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원. 흠!흠!흠!"
박씨 동네에서 제일 어르신이 태산같이 걱정했답니다.
며칠 전부터 추수를 앞두고 있는데 하필이면 박씨마을 쪽만 억수같은 비가 퍼풋고 있었답니다.
두꺼비는 언제나 박씨 마을 쪽으로 엉덩이를 두고 있었고, 그래서 박씨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부자였으며 효자 효부였답니다
박씨 마을 어르신들은 급히 대책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어르신들은 혹시 우리 마을에서 누가 나쁜 짓을 한 게 아닐까하고 걱정도 했답니다.
"그럴 리가 없을 겁니다 어르신! 왜냐하면, 우리 동네는 오십 년을 넘게 서로 도와가며 화목하게 살았으니까요."
"모두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넉넉하니 나쁜 짓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두꺼비가 돌아간다는 것은 최씨 쪽이 헛소문을 낸 것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동네 젊은이들이 다 모여 이렇게 한마디씩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대책회의를 한다고 모였는데 동네에서 제일부자로 소문난 석이 할아버지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석이 할아버지가 안 보이는구려. 왜 오지 않았는지 누구 아는 사람 없소? 마을 일에는 제일 먼저 참석하시는 분이지 않소?"
하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석이네 하인 칠득이가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우리 영감 마님이 위독하답니다."
"아니? 어떻게 위독하단 말이냐?"
"자초지종을 자세히 말해 보거라. 이놈아!"
"네네. 어르신!"
그 하인이 이르는 자초지종은 이러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박 영감은 느닷없이 한기가 들어 열이 나고 기침을 심하게 하며 사경을 헤메고 있었답니다.
그날 밤 머리를 싸매고 선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어여쁜 여인이 나타났더랍니다.
"박 영감님! 오늘 저녁에 댓돌 위에 황금 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 두꺼비를 잡아서 고와 먹으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에 큰 화를 당할 것이며 박 영감님도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그 여인은 뒤돌아서 대문 밖으로 사라졌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치맛자락 사이로 꼬리 끝이 잘려나간 구렁이가 보였답니다.
박 영감님은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어나 보니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댓돌 위에 커다란 황금두꺼비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답니다.
거짓말같이 꿈속에서 들은 그 두꺼비가 댓돌 위에 앉아 있어 너무 놀랐지만, 꿈속의 여인이 한 말이 생각나 박 영감은 죽을 힘을 다해 밖으로 기어나와 그 황금 두꺼비를 끓는 가마솥 물에 던져 넣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그때 뒷산의 두꺼비 바위가 쩌렁쩌렁 울부짖으며 고을이 떠나갈 듯이 울렸고, 천둥 번개가 치고 두꺼비 바위가 하늘에 닿을 듯이 펄쩍펄쩍 뛰며 솟아 올랐다고 했습니다.
"우우우~~! 쿵쾅쾅~~!"
"아니, 그럼 그 천둥번개가 치던 그날 밤이란말이냐? 그때부터 홍수가 나기 시작한 거 아닌가?"
"네네, 그렇다고 합니다요. 어르신."
그날 밤 두 동네 사람들은 자다가 너무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무슨 조화여!"
"아무래도 동네에 큰 변이 일어나겠구먼!"
동네 사람들은 모두 모여 서로 걱정스러운 말들을 했습니다.
"박씨 쪽 사람들이 큰 변을 당하겠구려."
최씨 쪽 사람들이 웅성거렸습니다.
박씨쪽 마을에만 밤새도록 천둥 번개가 그치지 않고 비가 내렸습니다.
박씨 쪽 들판에 홍수가 나서 벼들이 물에 다 떠내려갔습니다.
홍수는 날마다 계속 되었습니다.
올해는 박씨 동네에서는 추수를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걱정이 태산 같은데 두꺼비 바위까지 방향이 돌아간다니 동네 어른들은 노심초사하며 긴급 대책 회의를 마련했습니다.
"어허! 그러니까 며칠 째 홍수가 난 것이 그 박 영감 때문이란 말이냐?"
"네 그렇답니다 어르신!"
"이 괘씸한 것 같으니라고……!"
"박 영감은 죽어도 싸다 싸."
이쯤 되니 착하기만 하던 동네 사람들은 난폭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황금두꺼비를 죽여 두꺼비 바위가 노하신 게야."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박 영감댁으로 몰려갔습니다.
박 영감은 병이 깊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으으이 아이고!! 미- 미안하이. 내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네. 그 늙은 구렁이한테 홀려서 그만……."
"미안하면 단가? 우리 동네가 이제 다 망하게 생겼는데."
"박 영감을 끌어내 죽여!"
동네 사람들이 고함을 치며 박 영감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자자 진정들 하고. 박 영감을 죽인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무슨 대책을 세워야지. 고사라도 지내야 할 것 같네."
어르신이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애를썼습니다.
"착하던 당신이 어쩌자고 그 구렁이한테 속아 그런 실수를 했나?"
"콜록! 콜록! 나, 나도 모르겠네. 정말 미안하이."
"왜 하필 그 구렁이가 영감한테 그런 복수를 했는지 자네는 알고 있지 않겠는가? 알고 있으면 말해 보게나. 그래야 대책을 세울 게 아닌가?"
"말하겠네. 그 그러니까……."
박 영감은 기침을 심하게 하며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음-! 그러니까 50년 전 내가 열 살 때의 일이네."
"그때는 너무 가난하여 산열매를 따먹기도 할 겸, 땔감을 구하기도 할 겸해서 두꺼비 바위에 갔었네."
석이 할아버지는 숨을 고르고 계속 말을 했습니다.
"나는 며칠 째 밥을 먹지 못해 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나고, 땔감을 할 힘조차 없었네.
겨우 허기진 배를 끌어 안고 두꺼비 바위에 도착했는데, 나는 그 두꺼비 바위에서 기절초풍할 일을 목격했네.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두꺼비 바위를 칭칭 감고 두꺼비 목을 조르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도 그 바위는 진짜 살아 있는 두꺼비였었네. 그 두꺼비가 목이 졸려 죽어가고 있었단 말일세."
석이 할아버지는 기침을 심하게 하며 다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가지고 간 낫으로 그 구렁이를 후려지고 말았지 않았겠나.
그때 구렁이는 죽지 않고 꼬리가 잘린 채로 도망갔었네. 그 구렁이가 도망가면서 한 말이 50년나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네. 그 말이 오십 년 동안이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네. 들에서 구렁이를 볼때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으니까."
'으으윽! 억울하다. 내 기어이 이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하면서 그 구렁이는 달아 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두꺼비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며, 그 두꺼비 바위는 거짓말같이 다시 그냥 두꺼비 바위가 되었다고했습니다.
"나는 그 구렁이 꼬리를 구워서 배불리 먹고 나른하여 두꺼비 바위에서 잠이 들었지 뭔가."
얼마나 잤을까?
"내 꿈속에 황금두꺼비가 나타나서 말했다네."
'홍아! 정말 고맙구나!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너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야. 소원이 있으면 맣해 봐. 내가 그 소원을 들어줄 게.'
"나는 말했다네."
'두꺼비야! 큰일 날 뻔했어. 내가 마침 오길 천만다행이었어. 하지만 나도 모르겠어. 나에게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말야. 아무튼, 네가 살아서 다행이야.'
"나는 그때 어린 마음에 두꺼비가 살아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네 그려."
'소원은 무슨? 위험에 처한 너를 구한 것뿐인데, 덕분에 구렁이 꼬리로 내가 배불리 먹었지 않니.'
'넌 참 착한 아이구나. 그럼 내가 너를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부자가 되게 해주고, 너희 동네는 늘 풍년이 들게 해 줄 게.'
'고맙다 두꺼비야!'
"그리고 눈을 떴더니 그 두꺼비 바위가 황금 똥을 한 무더기 싸 놨지 않은가. 나는 그걸 가지고 와서 부자가 되었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 마을은 언제나 풍년이 들었던 게지. 그런데 풍년이 들때마다 그 구렁이가 여인으로 둔갑하여 내 꿈속에 나타나 말했어."
'흐흐흐! 나는 꼭 너에게 복수를 하고 말 테다'
언젠가는 복수를 꼭 하겠다고 말하며 사라졌다고했다.
그게 벌써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박영감은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 구렁이가 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여인으로 둔갑하여 내 꿈속에 나타나 복수를 한 것이었네."
박 영감은 말을 하면서 계속 심한 기침을 하고 있었습니다.
"콜록콜록! 그 두꺼비를 죽였으니 우리 마을에 재앙이 올걸세"
"이미 재앙은 시작되었네. 하지만 자네를 나무랄 수는 없겠네. 자네 덕분에 우리 동네가 50년 동안이나 부자로 살았고, 모두가 효자 효부로 착하게 살았으니 말일세. 더 큰 재앙을 막으려면 대책을 세워 두꺼비 바위에 가서 제사를 지내야 할것 같네."
어르신은 두꺼비 바위에 그동안 감사함과 죽은 두꺼비 영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내자는 제안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 했습니다.
"그나저나 자네가 추스르고 일어나야 제사를 올릴 수 있을 텐데……."
"난 괜찮네. 기어서라도 갈 테니 준비를 좀 해 주겠나?"
"그때 자네가 두꺼비를 구해 줬으니 이번엔 두꺼비가 자네를 구해 줄 거라고 믿 네."
"고마우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그 구렁이한테 속아서 그만……. 흐흐흑!"
석이할아버지는 통곡을 하고 울었습니다.
뒷 날 동네 어르신들은 고사 지낼 준비를 하고 두꺼비 바위로 올라갔습니다.
비는 억수같이 내리며 천둥 번개가 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두꺼비님이 많이 노하신 것 같네"
"이 빗속에서 어떻게 제사를 지낼 수 있겠나?"
"그래도 해봐야지"
박씨가문 어르신들은 정성을 다해 제사 지낼 준비를 했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두꺼비님! 노여움을 푸십시오. 미련한 저희를 용서하여 주십시요" 하고 동네 어르신들이 밤낮으로 49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렸답니다.
49일이 되던 날, 하늘이 갈라지는 천둥이 치며 벼락이 두꺼비 바위 옆에 떨어졌습니다.
'우르릉 쾅쾅쾅!'
그리고 두꺼비 바위 옆의 땅이 크게 갈라졌습니다. 그때 커다란 구렁이가 하늘을 치솟았다가 땅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구렁이는 50년 전 꼬리가 잘린 그 구렁이였으며, 그리고 박 영감님 꿈에 나타난 구렁이였습니다. 구렁이가 죽자 하늘은 거짓말같이 개였습니다.
착한 박 영감님의 병도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박씨 마을과 최씨 마을은 이제 그 허황된 전설 같은 꿈에서 깨어나 두 동네가 합심해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며 착하게 살았답니다.
그 두꺼비 바위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며 두 동네가 화합하며 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