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야타 몬다타 등반기입니다 . 등반기가 넘 길어서 읽다가 재미없으면 건너 뛰면서 보세요 후기는 꼭 읽어 주시고요 카페에 바로 글을 올리면 읽기가 힘들 것 같아 ms word에 올려서 파일을 첨부 시킴니다.
엘캡피탄 젠야타몬다타 등반기
대상지 : 로스트인아메리카 (난이도 A4) – 정원균, 민준영
젠야타몬다타 (난이도 A4) – 송영주, 이승재
등반일시 : 2005.9.6 – 2005.9.21
등반대원 : 송영주 – 경송산악회(검정고시 1기)
정원균 – 동인알파인클럽 (익스트림라이더 11기)
민준영 – 청주 타기암장 주인장(익스트림라이더 9기)
이승재 – 피톤산악회 (익스트림라이더 14기)
등반목적 : 巨壁 登攀 慾 達成
2005.9.6. 화요일
이른 아침에 눈 떴다. 오늘 미국 간다. 일어나서 짐꾸렸다. 생각했던것 보다 짐 꾸리는 것이 번거롭지 않다. 매주 산에 등반 다녔던 장비 그대로인 데다 텐트, 식량을 꾸리지 않으니 오히려 평상시 산에 갈 때보다 수월하다.
짐 챙기고 쇼파에 앉아 아이들이 mp3에 녹음하는 거 보고 있는데 집사람이 문득 불안해 지는지 눈에 이슬이 맺힌다. 짐짓 모른체 외면할 수 밖에…. 내 맘 속에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긴다. 내가 가겠다고 스스로 선택해서 가는 길인데 괜 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용기가 가 아니고 만용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후회도 생긴다. 혹시 잘못되면 저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 못할 짓을 하는 걸 텐데………….
2005.9.7. 수요일
LA에 21:00 도착해서 23:00에 렌트카 빌리고 24:00 3분전에 코리아타운 한남체인지에서 부식사고 02:00에 베이커필드에 살고 계신 피톤산악회 김갑룡선배님 만나서 아이스박스 빌리고 사주시는 음식 받아서 새벽 06:00에 요세미테 밸리에 도착했다. 터널을 통과하자 마자 엘캡이 요세미테 밸리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서 우리를 맞아 준다. 재가 그동안 내가 그토록 한번 오르고 싶어 했던 녀석이구나.그래 만나서 반갑다.
캠프장 배정 받고 시차부적응과 장시간 여행으로 인한 피곤을 이겨가며 억지로 밥해 먹고 10:30에 취침, 뜨거운 햇살을 피해가며 3번의 잠자리 이동 끝에 18:00에 일어났다.
정신은 아직도 몽롱하고 내가 미국에 온 건지 설악에 온 건지 잘 구분도 되지 않는다. 저녁 먹으며 맑은 정신 들어 오게 하는 데에는 소주가 최고라는 생각에 대병 하나를 영주형, 나 둘이서 거의 다 비웠다. 그 때까지는 용기도 좋았고 호기는 더욱 좋았는데 다음날 엘캡에 오르면서 죽는 줄 알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밤 하늘엔 별이 많이 떠 있다. 여긴 국립공원인데 우리나라처럼 인위적으로 개발한 흔적이 없다. 그냥 자연 그대로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주위에 노래방, 식당, 가게와 등산객들로 불야성을 이루었을 텐데 여긴 그게 없다. 하긴 이 사람들은 굳이 여기 까지 들어와서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밖에서 얼마든지 먹을게 많아서 그럴거야
2005.9.8. 목요일
오늘은 이곳 바위에 적응하고 몸 도 풀 겸 엘캡 이스트버트레스 루트를 자유등반 하는 날이다.
아침 먹고 엘캡까지 차로 이동해서 (우리나라 거리 개념으로 약 4.5킬로미터) 걸어 올라 갔다. 자유등반이니 장비가 없이 맨 몸으로 오르는데도 어제 과음한 관계로 속이 거북하다.영주형은 벌써 몇 번째 하얀 물을 속에서부터 입으로 쏟아낸다. 내가 알고 있기로 그걸 흔히 오바이트라고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태양은 내리 쬐고 지겨운 너덜은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고 속은 미식거리고 머리는 빠개질만큼 아프다.
먼저 올라가는 원균형과 준영이 우리 둘의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유뚱 한다. 저 사람들이 저런 상태로 과연 이번 등반을 할 수 있을까? 자기들 딴에는 등반 좀 했다고 하면서 준영이 권하는 데로 텐저린트립이나 조디악을 했으면 좋겠는데 부득불 A4 짜리 젠야타몬다타를 거벽등반 경험이 전혀 없는 자기들끼리 둘이서 하겠다고 하니못 미더운 기색이 만연하다.
이스트버트레스를 준영이 선등하여 자유등반으로 오른다. 3피치에서 5.10 b를 준영은 쉽게 오른다. 음,,, 역시 준영이 실력이 있군,
등반하면서 바람이 심하게 분다. 7피치까지 오르고 하산했다. 돌아 오는 길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면서 몸은 엄청 피곤하다. 샤워장에 가서 샤워하고 밥해먹고 취침한다.
2005.9.9. 금요일
오늘은 휴식 겸 장비정리 하는 날
여러 번의 등반코스를 논의 한 끝에 이글스웨이를 하기로 하고 거기에 맞추어 장비세팅하고 점심먹고 부족한 장비 사러 장비점에 갔다. 나는 knife brade piton 8개, 잠금비너 5개, 써우드하켄 4개, 무전기 1조를 샀는데 250$ 이다. 현지에서 장비 구입하니 가격이 싸다.
방문자 안내소에 가서 날씨를 보니 다음주 화요일 쯤에 비가 온다고 적혀있다. 몇번의 등반코스를 변경시킨 끝에 확정한 이글스웨이를 다시 변경할 수 밖에 없다. 이 루트는 엘캡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곳으로 비가 오면 빗줄기가 폭포가 되어 흐르기 때문에 등반 할 수 없다.
결국 서울에서부터 등반하기로 한 젠야타몬다타를 오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젠야타몬다타를 하기가 겁 났다. 이 코스는 인터넷 사이트 슈퍼타포 개념도에 설명되어 있기를 얇은 덧장 바위가 많아서 낙석이 심하고, 5피치에서는 등반하던 사람이 죽은 곳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다. 게다가 정승권선생님의 등반기에도 주영선배님이 5피치를 오르면서 장비설치하려고 망치질하다 잘못하여 자신의 손가락을 때려서 부러진 손가락을 덕 테이프로 감싸 메고 등반한 루트였으며 자신이 오르면서도 등반 내 내 덧장바위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던 루트였다고 적고 있는 곳이다.
이런 루트를 등반 총 경력 3년에다 거벽이라고는 처음 붙어 보는 생 초보인 내가 그것도 거벽등반 경험이 있는 사람을 따라서 후등으로 올라 가는 게 아니라 선등으로 처음부터 올라야 하는 곳이니 내 실력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영주형은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이 코스를 오르고 싶어 한다.
이번에 영주형과 자일파트너로 등반하면서 배운 건데 등반을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의 등반욕심을 쉽게 말 하지 않고 파트너의 의견을 가급적 많이 들어 준다는 거다. 등반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자신의 등반욕을 채우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 주고 배려해 주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많은 등반경험으로 영주형은 알고 있는 것 같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등반이다.
등반을 잘 하려는 마음에서 쇠고기를 많이 먹었다. 술은 어제 혼 난 경험을 되새겨 맥주 한 캔만 먹었다. 이 정도의 양도 오늘은 많은 양으로 느껴진다.
등반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체력안배를 잘 해서 몸 과 정신의 컨디션이 바닥나지 않도록 유지해야 겠고, 내 마음속에서 생기는 두려움과 싸워 이겨야 겠고, 등반 시작부터 끝까지 등반에만 집중 몰입하고, 매 순간마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행동에 옮기는 등반을 해야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 해먹고 출발했다. 등반시작점 까지 어프로치하는데 꼬박 1시간이 걸린다. 뒤에 멘 홀링백이 온 몸을 짓누른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무거워도 지고 갈 수 밖에 …………
힘겹게 올라와 장비세팅하고 젠야타몬다타 1피치에 오른다. 내 온몸의 신경과 근육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등반하면서 이런 긴장감을 느낄때가 진정으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 순간이겠지만 어쨌든 엄청 쫄린다.
처음 리벳은 쉽게 손에 닿는다. 영주형이 (야! 승재도 키 큰데)라고 한다. 다음 리벳에 장비 걸려니 어림도 없다. 또 다음 리벳 역시 어림도 없다. 네번째 볼트는? 택도 없다. 이런 썅놈의 새끼들 이 개놈의 새끼들은 왜 이렇게 키가 큰거야매번 레더 1단을 밟고 올라서도 다음 리벳은 여전히 30센티미터 위에서 버티고 있다.
헤드가 무수히 박혀 있다. 준영은 등반 중에 2~3번은 헤드가 터질거라고 했는데 그 2~3번의 헤드가 어느 헤드가 될지 모르니 해드에 오를 때마다 불안 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런데 무슨 놈의 피치가 이렇게 긴 거야?한참 올랐다고 생각해서 밑의 영주형한테 (형 쌍볼트까지 얼마나 남았어요?)하고 물으면
형은 (야! 아직도 멀었어 이제 1/3 왔어)
(이제 1/2 왔어)
(이제 2/3 왔어) 라고 일러 준다.
등반시작한지 3시간이 넘게 한 피치에서 이 짓을 하고 있으니 이 샹놈의 등반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서 술이나 진탕 마실까 보다.
5피치까지 바위는 단단한데 여러 사람이 장비를 설치하다보니 바위틈이 벌어지고 속이 깊지 않아서 로스트애로우나 나이프하켄을 박으면 그대로 빠져버려 하켄을 3개나 떨어 뜨렸다. 1피치이니까 다시 회수하면 되지만 다음 부터는 꼭 하켄에 퀵도루를 연결하여 설치해야겠다.
나이프블레이드 피톤을 8개 샀는데 여기서는 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에 써우드하켄은 바위 틈새가 벌어져 있고 끝이 짧은 이곳 바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회수하기도 좋다
주마로 다시 1피치까지 오르니 힘이 들어 더 이상 선등서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2피치까지 오르기로 하였으나 한 피치가 국내에서 등반한 등반길이보다 2배는 더 길어 이미 두 피치는 오른 셈이다. 내심 2피치 선등이 내키지 않은 터에 영주형이 선등 선다고 하여 선뜻 그러시라 하고 빌레이 본다.
16:00시에 2피치 등반 시작한다.
영주형은 등반경력이 많아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나다.등반 중 훅 구멍이 흘러 훅 설치가 안 되니까 점핑세트 올려 달래서 구멍을 더 파고훅 설치하여 오른다. 더 오르다 리벳볼트위에서 상하좌우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자 우측으로 3~4미터 팬듈럼하며 너트를 크랙에 던져서 장비설치 한다.(와 ~~우~~ 대단한데) 나는 빌레이 보며 감탄한다.
18시가 되자 해는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추워진다. 오버자켓을 밑에 두고 얇은 티 하나만 입고 있는데다 등반하며 흘린 땀이 식으면서 몸은 자꾸 추위를 느낀다.
19시가 되니 이제는 어두워 지기 시작한다. 세 시간동안 빌레이만 보고 있으니 지루하고 춥고 배고프다.
19:30분 드디어 영주형이 나를 부른다.
(승재야)
(네)
(등반완료했다)
(고마워요 형!)
선등서는 사람이 등반완료했다고 하면 고생하셨어요, 수고했어요라고 하는데 나는 (고마워요) 라고 했다. 왜냐면 고마웠으니까 선등을 잘해 줘서 고맙고 이제는 지루함과 추위와 배고픔에 떨지 않아서 고맙다.
렌턴불 켜고, 장비회수하고 자일고정시키고 내몸의 장비를 다 벗어서 2피치 쌍볼트에 걸어 놓고 하강했다.
캠프장에 돌아 와서 먹는 소주는 정말 맛있다. 영주형이나 나나 기분은 무지하게 좋다. 나는 등반을 시작하면서부터 거벽등반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등반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히 요세미테의 엘캡이 거벽등반의 요람이란 걸 알고 이곳을 오르기 위해 1년6개월간 준비했고, 영주형은 20년동안 엘캡을 오르고 싶었던 꿈을 오늘 드디어 풀게 된 것이다.
2005.9.11. 일요일
어제는 등반하는데 직접 소용되는 장비를 2피치에 고정시키고 오늘은 식수와 식량 등 앞으로 등반하는데 필요한 모든 물품을 준비해서 오후에 2피치까지 올라서 포터렛지 치고 벽에서 자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식수를 장만하려고 피티병 2리터짜리 13개를 담고 있으니까 외국인이 어느 루트를 오를 계획이냐고 묻는다 – 사실은 묻는 것 같다 – 젠야타몬다타라고 하니까 평상시의 얼굴이 갑자기 존경과 부러움의 표정으로 바뀌며
(you are great) 라고 한다
나는 (뭐~~~~~ 음…. You are welcom)이라고 했다.
(good luck)
(thank you)
두개의 텐트를 하나로 정리하고 등반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시 엘캡을 향해 오른다. 이제는 3번째이니 어프로치하는게 그리 어렵지않다. 젠야타몬다타 바로 밑에 도착해서 장비정리하는데 외국인 둘이서 베낭메고 조디악 등반하는 걸 보다 내 쪽으로 오면서 자일 픽스 시킨 사람이 (you?) 냐고 묻는다 (I am) 라고 하니까 이 사람들도 평상시의 얼굴이 갑자기 존경과 부러움의 표정으로 바뀌며 이번엔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you are excellent) 라고 한다
- 짜식들이 덩치만 큰게 아니라 사람볼 줄 도 아네-
2피치까지 주마링으로 올라서 홀백에 모든 장비를 홀링해서 올리고 로스트인아메리카 등반팀의 원균형과 준영은 2피치에서 포타렛지 치고 자는데 우리팀은 하루라도 더 땅위에서 편안히 자려는 생각에 내려와서 비박했다. 생수병에 들어 있는 이과두주가 집에서 담아 올 때보다 많이 줄어있다. 집에서는 이과두주 3병을 생수병에 담아 왔는데 어제 내가 등반할 때 영주형이 빌레이보다가 물인 줄 알고 한 모금 벌컥 마셨다가 다행히 타고난 순발력을 발휘하여 목에서 넘어 가려는 알코올을 걸러내 뱉어 버린것이다. 생수병에 담겨져 있는 이과두주 3병을 다 비우며 이런저런 얘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05.9.12.월.
70미터를 한번에 주마링으로 오르니 숨이 제법 차다. 어제 땅에서 비박했던 장비들을 모두 홀링해서 끌어 올리고 10:00에 등반을 시작했다.
3피치는 할만하다. 4피치는 더 할 만하다. 5피치는 개념도상에 5.8로 나와있으니 까짓거 뭐 잘 되겠지 서둘러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어라?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한참 루트를 찾아 보다 보면 오른쪽 위에 훅 구멍이 하나 있다. 올라서서 –올라서기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참 장비 먹일 곳을 찾다 보면 오른쪽 아래쯤에 훅 구멍이 또 하나있다. 이런식으로 훅 구멍이 연속으로 6개가 파여 있다. 어렵게 훅 구멍 6개를 통과해서 턱을 오르니 드디어 5.8 크랙이 나온다.
날은 어두워져 보이지 않는데 턱에 올라 서면서 바위가 날카로와 자일은 자꾸만 쓸리고 턱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향하는 크랙이 심하게 꺽여져 자일유통이 잘 되지 않는다. 크랙에 올라서며 손에 잡히는 바위를 턱 잡고 오르려하니 성인의 상체만한 바위 전체가 들썩하며 굴러 떨어지려 한다. 깜짝놀라 얼른 손떼고 다시 내려와 옆의 더 큰 바위를 잡고 오르려는데 이 바위도 역시 살짝 얹혀져 있는 상태다.
“아 하 이래서 5피치에서 사람이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크랙 전체에 걸쳐서 이곳 바위들은 “그래 이 자식들아 언제든 나만 건드려봐라 확 굴러버릴 테니” 하고 작정한 바위들 같다. 오르다 안 되어서 쌍볼트까지 8미터 남겨 놓고 할 수없이 하켄 2개를 때려 박고 4피치로 철수하여 오늘 등반을 마감했다.
포타렛지 치고 처음 맞는 저녁인데 나는 피곤하여 잠시 2초정도의 시간만 있어도 앉아서 코를 곤다. 23:00가 넘어서야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자다가 깨어 침낭밖으로 고개 들어 보면 밤하늘에 반달이 훤히 비치고 있다. 잠결에서도 내가 벽에 붙어서 저 달을 볼 수 있다니 내자신이 자랑스러워지고 행복한 느낌이 가슴 한 구석에 달빛과 같이 스며든다.
2005.9.13.화요일
어제 못 끝낸 5피치를 끝내기 위해 주마링으로 등반했던 곳 까지 올라 등반을 다시 시작한다. 크랙에 박혀 있는 바위들이 들썩거려 바위에 바로 힘을 주지 않으려고 들썩거리는 바위 사이에 커다란 캠을 박으면서 힘은 주지 않고 레다에서 발을 빼서 바위 다른 부분을 밟으며 올랐다. 어렵게 5피치 쌍볼트까지 오르니 옆의 준영이 빌레이 보면서 박수 쳐 준다.
6~7피치 선등섰던 영주형의 등반기를 싣는다.
13일 6시 남겨놓은 밥을 먹는데잘 넘어 가지를 않는다. 그대로 남겨두고 사과 반쪽씩 쵸코바 한개씩 먹고 등반준비,,,, 승재가 5 피치를 마져 하겠다고 올라가고 나는 짐을 정리해서 홀백과 배낭에 넣어서 띄워줄 준비를 해놓는다. 5 피치를 완료하고 6피치를 등반하려고 장비 건네받고 시계를 보니까 벌써 12시 반이다. 루트맵을 보니까 리벳 4 개 지나면 좌측으로 45도선상의 오버행 크랙이다, 볼트 지나고 훅 두동작 그다음은 바위가 여러겹으로 되어있는데 손으로 두들기니까 그냥 떨어진다, 손바닥 크기의 돌을 세겹을 떼어내고 점핑으로 구멍을 파고 훅을 걸고, 다음 동작도 동일하다. 세번의 훅동작후 언더 크랙에 캠을 설치하며 오르는데 크랙들이 약하다. 캠을 넣고 레더를 밟고 일어서면 크랙이 벌어지면서 캠이 투둑 투둑 소리를 내며 빠질듯이 나온다. 이곳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올려불어서 상당히 추운데도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4피치 까지는 단단한 바위이고. 5피치 부터는 검은색을 띄는 바위인데 무척 약하다, 얇은곳에 훅을 걸면 바위가 깨져 버린다. 크랙 모양도 바위 속으로 들어간것은 전혀 없고, 모두 좌향 아니면 우향 으로 덧장으로 덥혀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캠을 넣고 힘을 주면 겉에 붙은 바위가 떨어질듯 벌어지는 것이다.약 20 미터정도 오르자 이번에는 우측으로 꺽이면서 마치 V 자를 옆으로 세워 놓은듯한 침니 구간이 나오는데 크랙 안쪽에 캠을 설치하려고 손을 뻗어도 닿지를 않는다. 버벅거리며 침니를 오르고 나면 마이크로 너트구간, 마이크로너트1호~3호 4개를 오르고 우측으로 칸테를 넘어 올라가면 확보지점이다.홀링을 하고 승재에게 장비넘겨받고 시계를보니까 4시 반이다. 7피치를더가기로하고 출발. 근데 언더 크랙에 하켄을 주로 쓰는 구간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루프 아래에서 언더로 올려치는 망치질이라 상당히 애를 먹인다. 약 20미터를 오르자 루프를 넘어가게 된다. 이미 어두워 지기 시작 한다. 렌텐을 바가지에 씌워서 준비를 하고 루프를 넘으니까 리벳 볼트 세개가 나오는데 간격이 너무나 멀다. 속으로 욕을하며 치터스틱 을 이용해 오르고, 좌측으로 다시 루프를 넘어가는 크랙인데 크랙속의 바위 입자가 없어서 후랜드가 그냥 빠져버린다. 후랜드 세개를 설치해서 연결 해놓고 안간힘을 쓰며 올라서니까 이번에는 코퍼헤드 세개 그다음은 훅동작 세번 리벳 세개,,, 렌턴 불빛에 볼트가 보인다. 홀링하고 승재가 회수 마친 시간이 밤 10가 되어간다/ 서둘러 포타렛지 설치하고 앉아서 아침에 남겨둔 밥을 대충 우겨 넣는다.피곤해서 밥이 먹힐리 없지만 억지로 먹는수 밖에,,,옆의 준영이와 원균이는 우리보다 약 한시간 먼저 등반을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14일 6시 사과 한개씩 아침으로 먹고 등반 준비, 8피치를 승재가 출발 하는데,,,, 거울이 없어서 내 얼굴은 볼수가 없지만 승재얼굴을 보면 나도 똑 같겠지?ㅋㅋㅋ 꾀재재 한 얼굴에 머리는 제멋대로 뻣치고, 눈꼽은 끼고 입술은 부르터서 시커먼 딱지가 더덕 더덕하고 서울역 노숙자가 따로 없다. 서로 보며 씨익 웃는데 얼굴은 타서 시커멓고, 이빨만 하얗게 보인다
2005.9.14. 수요일.
오늘은 8피치 선등이다. 연속된 훅 동작 6개를 지나 –이제는 훅 동작이 별로 어렵지 않고 오히려 훅 구멍을 보면 반갑기 까지 하다.- 헤드4개를 오르자 버드빅을 설치할 자리가 나온다. 빨리 오를 생각으로 불안전하게 너트를 처음으로 설치하고 괜찮겠지 하면서 오르는데 빠진다. 추락이라는 비명과 함께 6미터 추락한다.
다시 올라서 버드빅 설치하고 3개의 헤드를 올라 하켄 2개 설치하고 다시 헤드 2개째 올라 서는데 준영이 얘기했던 등반중 2~3개는 터진다던 헤드가 터져버린다. 또다시 추락이라는 비명과 함께 6미터 추락한다.
어렵게 직선상의 페이스를 오르니 볼트가 박혀있고 이제는 루프를 따라 우향으로 크게 꺾이며 통과하는 구간이다. 자일유통에 신경쓰며 60센티미터 슬링 2개를 연결하여 자일통과시키고 진행하는데 루프사이에 장비설치하는 틈이 벌어져서 들썩들썩한다. 왠지 불안한 틈에 에어리언설치하고 올라서는데 또 빠져버린다. 3번째 추락이다.
다시 올라서서 진행하는데 분명 훅구멍이 하나 있고 살짝 넘는 턱에는 덕 테이프 붙인 흔적이 바위에 남아 있는데 전혀 길이 없다. 루프에 남아 있는 틈도 전혀 없고 등반자가 등반한 흔적이 하나도 없다.
밑에 영주형이 그곳에 붙어 있던 바위가 떨어져 나가서 그럴 테니 훅 구멍을 파서 트레버스하라고 일러준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 등반시작했던 장소에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 있는데 여기서 보면 딱 그자리이다. 등반하던 중에 하얀 밀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었는데 그 바위가 떨어지면서 묻은 흔적이었던 것이다.
(형. 저 아직까지 한번도 점핑세트 이용해서 훅 구멍판적이 없어요 훅구멍 하나 파는데 몇시간이나 걸려요?)
(하나 파는데 10분이면 되지, 안 그러면 어쩔래?)
정말 안그러면 어쩌나 …….
할 수없이 처음으로 훅구멍을 6개 파면서 오른쪽으로 트레버스하면서 이동했다. 훅 구멍을 내가 직접 파면서 느낀건데 역시 훅 구멍은 믿을만 하다. 왜냐하면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이 오를 훅 구멍을 일부러 흐르게 판다든지 대충 파고 오를 놈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6개째 훅구멍에서 오른쪽으로 밑에 틈을 내고 있는 바위를 망치로 때려보니 둥둥둥하고 울린다. 이놈의 바위는 왜 땡땡땡 소리를 안내는 거야. 밑에 영주형은 마지막이니까 리벳을 박으라고 하지만 남의 길에 리벳을 박는 건 좀 심하다 싶어 그냥 오르기로 했다.
쌍볼트는 오른쪽 대각선으로 10미터쯤 위에 있고 턱이 끝나는 직선상의 루트에는 아무것도 설치할 것이 없다. 할 수 없이 오른쪽 덧장바위에 나이프하켄 2개를 겹쳐 박고 제발 빠지지 마라고 기도하며 올라 서자 마자 툭하고 빠져 버린다.
추락이라는 비명을 4번째로 지르며 떨어지는데 이번에는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재빨리 머리에 스친다. 오른쪽으로 수평이동하며 6개의 훅을 통과하면서 아무런 확보물도 설치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추락하면 15미터 정도는 왼쪽으로 다시 날라야 한다. 심한 추락에 자일이라도 끊어지면?……….
다행히 5미터만 추락하고 멈춘다.
이번 8.15일 연휴때 미륵장군봉에서 등반훈련을 한 적이 있다. 마지막 쌍볼트까지 가는데 훅 구멍이 하나 파져있다. 거기에 훅 설치하고 한동작만 쓰면 쌍볼트에 갈 수 있는데 그게 안되서 3번을 추락한적이 있다. 그때 깨달은 건데 잘 파여져 있는 훅 구멍은 무엇보다도 믿을만 하다는 거였다. 3번의 추락을 훅구멍에 설치한 탈론이 잡아 주었던 거다. 그때의 경험을 교훈삼아 마지막 훅에 설치한 탈론에 항상 자일을 통과시켰는데 이번에도 마지막에 자일통과 시킨 훅이 잡아 준 거다.
오늘은 너트가 빠지면서 추락 1번, 헤드가 터지면서 추락 2번, 에어리언이 빠지면서 추락 3번, 2개 겹쳐박은 나이프하켄이 빠지면서 추락 4번 끝에 8피치를 올랐다.
처음으로 훅 구멍파면서 루트를 새로 내면서까지 결국 하룻동안 한피치를 해낸 것이다.
2005.9.15.목요일
어제 내가 못한 등반을 벌기 위해 영주형이 등반을 서두른다. 9피치는 여전히 들썩거리는 바위에 캠과 너트. 하캔을 치면서 오르는데 같은 크기의 크랙이 길게 늘어져 있어 안전한 확보물에 자일걸고 텐션받아 다시 내려와 설치되어있는 캠을 5~6개 회수하여 오르기를 두세번 반복하여 오른다.
10피치는 이 루트의 최고 난이도인 A4가 나오는 곳이다. 루트가 왼쪽으로 이어지다 다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꺾여서 자일이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 쌍볼트 6미터 쯤에서 영주형은 자일을 달라고 하지만 내가 빌레이 보는 10미터 위에서 자일이 바위틈에 끼어 버리니 나도 속만 태울 뿐 어쩔 수 없다.
한참을 어렵게 오르던 형이 추락하고 만다. 괘찮으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어렵게 등반을 마치고 장비회수 해서 오르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홀링하던 영주형이 몹시 아파한다. 아파하는 영주형한테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으니 난감할 뿐이다.
2005.9.16. 금요일
11피치 12피치를 선등 섰다. 영주형이 몹시 아파하니 이제부터는 나라도 등반에 조심하여 부상당하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생가하면서 오른다. 이제는 등반하는데 이력이 붙어 그렇게 어렵지 않다. 12피치에서는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진 바위를 올라서니 드디어 덧장바위가 없어지고 딱딱한 바위가 나온다. 반갑다 믿을만한 딱딱한 바위야 -이 바위들은 망치로 치면 땡땡땡 소리가 난다-
12피치까지 올라서 포타렛지 치고 일박하는데 달은 보름달에 가까워져서 휜히 사방을 비춘다. 내일이면 한국은 추석이다. 금요일이어서인지 저 밑 도로에는 이 곳으로 들어 오는 자동차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일이면 이번 등반이 끝난다. 오늘이 벽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나는 거벽체질인지 바위에 포타렛지치고 자는 잠자리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영주형은 몸이 아파 잠 한잠도 못 이루었다는데 그 옆에서 나는 코를 골며 잘 자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바위에 오르면서 먹은 것이 없어 볼일도 이틀에 한번 밖에 안 본다던데 나는 밥과 간식을 쉬지 않고 먹어 대니 하루에 2번씩 볼일을 보아 불편하고 파트너에게 미안할 정도이다.
2005.9.17.토요일
고 최승철
김형진을 추모하며
1999.7.25.
바위에 새겨진 글을 보며 나 또한 그들을 추모한다.
13피치 부터는 로스트인아메리카 루트와 합쳐지는 길이므로 같이 오른다. 14피치에서 15피치로 오르는 원균형의 등반모습은 치열하기 보다는 차라리 가엽고 불쌍할 정도다. 하켄 박으려고 망치질 하는데 체력이 고갈되어 망치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망치질 소리도 팅팅팅 들릴락 말락 하고 한 동작 한 동작 옮길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오른다. 나는 밑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아니 저 걸 왜하는거야 (형 힘들면 등반 그만하고 그냥 내려가 쉬라면서) 놀린다.
길고 지루하게 기다린 끝에 무전기에서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 등반완료 라는 소리가 16:00에 들린다.
19:30분 정상에 우리 넷이 모두 올라섰다. 두팀이 올랐으니 무거워진 홀링백을 끌어 올리는데 상당히 애먹는다. 밑에는 오버행이어서 홀링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마지막은 자일이 바위에 닿으니 힘을 아무리 써도 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22:00까지 어렵게 홀링하고 저녁 간단히 먹고 23:00에 하산한다. 밝은 달을 받아 가며 새벽 4:00까지 하산하는데 이것도 죽을 맛이다. 머리는 성공적인 등반으로 만족하는데 무거운 홀링백을 지고 하산하는 몸뚱아리는 힘들어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슬랩을 내려 올때는 무거운 홀링백의 무게가 다리로 다 쏠리며 몸은 자꾸만 중심을 잃어 바위에서 구르려고 하니 애이 시벌거 짐이고 뭐고 확 굴려버리고 그냥 뛰어 내려갈까 부다 하는 부아가 속에서 몇번이나 치밀어 오른다.
어렵게 하산해서 캠프장에 오면서 거기 도착하면 라면이나 6개 정도 끓여 먹고 잠자야지 하면서 오는데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서운하다.
텐트에 오니 뜻밖에도 우리 텐트에 누군가 있다. 어? 내가 텐트를 잘 못 찾았나? 하고 다시 보니 멀리 실리콘밸리에서 6시간 걸려 날라온 경송산악회의 남명호 선배님이 어제 오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물론 삼겹살에 소주 10병을 사다 놓고……
남명호 선배님에게 느꼈던 고마움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지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05.9.18.일요일
소주 7병 중 3병은 내가 다 먹어 버리고 술 취한 서울역의 노숙자가 되어 샤워장에서 샤워하고 부페식당에서 아침 식사하고 취침하고 장비정리하고 선물사고 저녁은 꼬냑으로 한잔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2005.9.19.월요일
요세미테에서 나와서 베이커필드에 있는 갑룡형님 만나서 아이스박스 돌려 드리고 예쁜 조카 둘을 만나 보고 LA로 와서 장비점에 들리고 클라이밍센타거쳐 코리아타운에서 피톤산악회 선배인 하수형님, 진영형, 정호형이 사주시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LA 공항으로 향했다.
등반후기
아직은 부족한 점 투성이인데 젠야타몬다타를 오를 수 있었던건 무엇보다도 이번에 등반파트너인 송영주 형님때문이었다고 본다. 자유등반 경험이 미천한 내가 선등 설 때에 뒤에서 확실하게 정리해준 영주형님이 아니었으면 이번 등반은 큰 어려움에 처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등반에서 느낀 것이데 우리나라의 거벽등반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다. 옆에 일본 팀외에 세계 각국에서 등반가들이 왔어도 A4이상의 난이도 루트는 전문등반가 아니면 붙지 못한다. 반면에 우리는 처음으로 오르면서 선뜻 A4이상의 난이도 루트에 붙는다. 등반을 끝내고 돌아 오자 일본팀과 다른 외국인들이 모두 부러운 시선으로 우리팀을 보는걸 느꼈다. 그들이 못하는 등반을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이유는우리팀의 등반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거벽등반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정승권등산학교 와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등 거벽등반,인공등반 전문학교가 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만약 이런 등반학교에서 거벽등반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아는 산악회 선배들에게 조금씩 배웠다면 과연 엘캡에서 거벽등반을 당당히 해낼 수 있었을까? 다시 한번 정승권등산학교와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에 감사드린다.
부족한 점 투성이인 내가 엘캡의 거벽등반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어이없어 하면서도 6개월간 등반훈련에 참여하면서 많이 가르켜 주고 혼내 준 피톤산악회 상기형, 현용형, 성종형외 모든 피톤산악회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나와는 추구하는 등반스타일이 다르다며 무례한 말 다 해도 많이 이해해주고 항상 받아주는 이천암벽클럽의 형님들에게도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동생이 아직까지 철이 없습니다. 이제는 형들에게 실수하는 모습 보이지 않을께요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내 등반스승 같은 이천암벽클럽의 한동영 등반대장에게 항상 감사한다.
2004년 6월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졸업하자 마자 바로 적벽에 대려가 등반을 같이 한 박준규는 그 뒤로 1년 6개월간 인공등반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자세히 가르켜 주었다. 젠야타몬다타 8피치 마지막 훅 구멍에서 탈론에 자일통과 시켜서 큰 사고를 면한것도 준규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켜 준 준규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등반에서 내가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많이 느꼈다.
1.등반속도가 느리다.
2.등반자세가 유연하지 못 하다.
3.등반형태가 단순하고 깔끔하지 못하다.
4.앵커시스템이 확실하지 못하고 신속하지 못하다.
5.장비를 자주 떨어뜨린다.
6.홀링시스템에 대해 완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홀링백을 완전히 끌어 올린 뒤 고정시켰다가 다시 홀백을 뛰울 때까지의 처리시스템 미숙지)
앞으로도 많이 연습해서 이러한 단점들을 개선해 나가야겠다.
나의 이번 엘캡 등반은 등반실력이 갖추어져 있고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였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거벽을 꼭 오르고 싶은 사실상은 무모한 등반을 했다. 이번 등반을 성공했다고 해서 나 스스로 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나에게 부족한 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다음 등반 어느 때든지 사고는 항상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벽 등반을 막상 해 보니 팀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등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소한 실수로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사고는 사고 당한 당사자나 팀에게나 주위 모든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영원히 치유 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이번 등반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않고 훈련하여 더욱 실력있는 등반가가 되고 싶다.
이번에는 꼭 해 보고 싶은 노즈를 하지 못했지만 다음 2~3년 후엔 자유등반, 신속한 A0 인공등반훈련, 위에 나열한 나의 등반단점을 개선해서 안전하고 재미있고 쌈빡하게 노즈를 오르고 싶다.
등반훈련에 대해 느낀 점
등반훈련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거벽에 오르기 위해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인공등반을 시작했고 그 후 1년 6개월간 인공등반 훈련을 했다. 본격적으로 엘캡등반을 위해 훈련한 것은 2005년 4월 중순부터였다. 4개월 15일 정도의 기간이었지만 매주 토요일 일요일 마다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등반훈련했다. 이 기간만큼은 열심히 한 것 같다. 특히 적벽에서의 등반은 고도감에 대해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내 생각에 적벽에서의 고도감을 이겨 낼 수 있으면 세계 어느 벽에 붙어도 고도감을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미륵장군봉의 덧장바위로 된 1피치 등반하는데 6시간 소요하면서 등반했던 경험이 이번 젠야타몬다타 의 덧장바위 등반에서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 같다.
엘캡의 거벽을 오를 생각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훈련하는 것 만큼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만이 자신의 목숨과 파트너의 목숨을 지키고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식량에 대해 느낀 점
영주형이나 나나 밥을 먹지 못하면 등반을 못한다. 물론 나도 서양사람들 처럼 체질을 개선해서 우유에 콘프레이크 말아 먹고 등반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우유를 먹자 마자 설사하는 체질이다. 그러니 어쩔 건가 무거워도 물과 전투식량을 많이 싸 가지고 갈 밖에……
충분히 싸가지고 올라가서 무거운 짐 홀링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것인지 OR 가볍게 홀링하는 대신 못 먹어서 등반 못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것인지는 각자가 알아서 선택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술은 과하면 독이지만 그래도 등반 끝내고 포타렛지에 쉴때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비에 대해 느낀점
요세미테 거벽등반에 소요되는 장비는 슈퍼타포 책에서 각 루트마다 소요될 장비가 나와 있는데 그것을 참고하면 무난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등반하는 분 들을 보면 대부분이 각자 소지하고 있는 장비들이 솔로등반할 수 있을 정도의 장비는 다들 갖추고 있으므로 장비는 그렇게 신경쓸 대상이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필요이상 장비를 달고 올라서 장비 무게 때문에 등반하지 못 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가볍게 오르다가 장비가 부족하면 밑에서 올려 주면 된다
기타
차가 없으면 불편하니 렌터카를 이용하고 국제운전면허증은 다 따면 편하고, 비행기 티켓은 인터넷 여행사이트에 가서 싼 노선을 이용하면 여행경비를 줄 일 수 있을 것 같고, 나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들 다 여름휴가 갈 때 안가고 가을에 13일 휴가 내서 3주일 동안이나 사무실 비웠더니 눈치가 무지하게 보였다. 다음에는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남들과 같이 묻혀서 조용히 엘캡에 다녀 와야 겠다.
첫댓글 보기도 힘드는구나.
승재야! 수고 많이했다, 아무탈없이 건강하게 왓으니깐. 쇄주 서너병 해야겟다,ㅎㅎㅎ
고생 많이 했다...다음엔......로즈등반.기대댄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