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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술은 당연히 日本酒(=淸酒)이다.
일본 전국의 청주 제조업자는 약 2,500개사라고 하는데, 1개 회사(양조장)에서 적게는 몇 종류에서
수십가지 종류의 청주를 만들어 내니 일본에서 생산되는 청주의 종류를 따지면 엄청난 양이다.
웬만한 관광지에 가면 의례 지자케(地酒)라고 하여 동네 양조장에서 만든 각종 청주를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다. 이러한 지자케는 공항이나 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내노라하는 名酒 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佐渡의 청주 오니고로시(鬼ごろし)
그러나 실제로 일본사람들이 청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가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한때는 젊은이들 사이에 긴죠우슈(吟釀酒: 고급청주) 붐이 불어 청주 전문점이 번창을 하고,
한때는 포도주.샴페인이 많이 팔리기도 하고, 근래에는 소주가 붐을 타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일본사람들은 맥주, 위스키, 포도주, 소주, 칵테일, 청주 등 자기 취향에 맞추어
술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술 가게를 가도 거의 비슷한 비율로 각각의 술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종이팩에 든 청주 - 대충 한통(1.8리터)에 1,000엔 내외
그런데 다른 술과는 달리 청주는 처음부터 일본에서 만들어진 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청주가 일본주라고 불리우는 모양인데, 청주의 역사가 의외로 짧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놀랐다.
청주가 나오기 이전의 일본주는 당연히 탁주(도부로쿠)였다고 한다.
17세기초, 셋츠(摂津; 지금의 오사카 북부, 효고현 동부 지방)에서 니고리자케(濁り酒; 탁주)를
양조하고 있던 코오노이케신로쿠(鴻池新六)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가게 종업원의 실수를
크게 꾸짖었다.
화가 난 종업원은 그날 밤 양조하고 있던 술통에 잿물을 뿌리고 도망갔다. 다음날 新六가 술통을
보니 탁주가 깨끗한 청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투명한 술이 좋은 평판을 얻어 新六는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코오노이케(鴻池)가문은 재벌로 성장하여 현재의 UFJ은행의 전신 三和은행의 三和그룹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청주의 대표적인 산지는 나다[灘;효고현 니시노미야(西宮) 부근 - 최초로 청주를 만든
摂津国 지역]. 여기서 생산되는 “灘の生一本”은 일본주의 대명사라고 불린다.
청주에 “生一本”이라는 표시를 붙이기 위해서는 스카치 위스키처럼 나름대로의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① 알코올이나 당분을 넣지 않고, 쌀과 쌀누룩을 원료로만 담가야 한다.
② 술을 거른 후 물을 절대 보충하지 않은 原酒라야 한다.
③ 자체 술창고(酒蔵)에서 만든 술이어야 한다.
나다(灘)가 일본주의 대표적인 산지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 아니라
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청주 성분의 약 80%는 물이다.
그러므로 물이 술의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양조장은 좋은 물이 용출되는 장소를 선택해서 세웠다고 한다.
또한 수질은 토양에 의해 결정되므로 당연히 토양의 성질도 검토되었다.
청주를 만들 때 물을 가장 우선시 하는 이유는 물의 성분이 제품의 일부가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술을 발효를 시키는 효모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유해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토 후시미의 겟케칸(月桂冠) 전시장안의 술통
청주를 담그기 위해 사용되는 물중 가장 유명한 것은 灘の宮水 [여기서 宮는 兵庫(효교)현 西宮(니시노미야)].
이 宮水가 명수로 이름난 이유는 인을 비롯한 칼륨, 칼슘 등의 무기질이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물 자체도 시판되는 미네랄워터처럼 맛있다고 한다.
이 灘の宮水(나다노 미야미즈)가 청주용 물로 최적격이라고 알려진 것은 1840년의 일로,
당시 동쪽의 西宮(니시노미야)과 서쪽의 魚崎(우오자키)에 양조장을 갖고 있던 주인이 항상
동쪽에서 생산되는 술이 맛있게 빚어지는 것이 이상해서, 양쪽의 토우지(杜氏; 양조장의 최고기술자)를
바꾸어 보았지만 역시 동쪽의 술이 맛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쪽 양조장의 물을 서쪽의 양조장에,
서쪽 양조장의 물을 동쪽에 가져가 술을 만들어 본 결과, 서쪽 양조장의 술이 맛있었다고 한다.
결국 물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西宮의 宮자를 따서 “宮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청주의 직접적인 원료는 쌀이다. 쌀이 물과 함께 술의 품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양조용 쌀은 연질로써 알이 굵고, 중심부가 하얀 쌀이 좋다고 한다. 양조용 쌀의 생산지는,
대개 산간지역으로 물이 깨끗하고 관개배수가 좋으며, 일조량도 적당한 산과 계곡이 섞인 경사지가 많다.
즉, 일반적으로 재배하는 다수확품종의 쌀이 아니라 산간지역의 고지대 쌀인 것이다.
이러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쌀은 수확량은 적으나 알에 힘이 있는 굵은 쌀로 비싼 값에 거래된다.
최적의 쌀 생산지로는 예전부터 摂津(셋츠)米, 播州(반슈)米, 備前米라고 하여, 오사카, 효고, 오카야마현
등의 지역이 유명하고,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山田錦(야마다니시키), 雄町, 五百万石, たかね錦, 八反 등
이 있다. 이중에서도 山田錦는 전국의 양조장에서 경쟁적으로 찾고 있는 이상적인 쌀로,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고 한다.
이러한 고가의 쌀을 사용하면 제조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吟釀酒와 같은 고급주를 양조할 때
사용하며, 일반주는 다른 쌀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 청주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성분이나 제조방식에 따라 어느 정도 분류가 가능하다.
일관된 기준에 의한 분류는 아니지만 청주병의 라벨에 씌여져 있는 표시들은 다음과 같은 술의 성분이나 제조방식 등을 나타내고 있다.
[ 吟釀酒 ]
우선 긴죠우슈(吟壌酒). 明治31년에 시작된 주류품평회는 당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던
나다(灘)의 술에 대항하기 위하여 일본 전국 각지의 지자케(地酒)를 보급시키려는 목적에서 개최되었다고 한다.
이 품평회에서 1936년, 1937년 연속해서 우승한 것은 아키타(秋田)현의 명주 “아라마사(新政)”라고 한다.
이 술이 청주 붐을 일으킨 긴죠우슈(吟壌酒)의 제1호라고 한다. 이에 나다(灘)의 양조업자들이 잔뜩 긴장을 했으나,
결국 吟壌酒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수십년 후의 일이다.
긴죠우슈(吟釀酒)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과일향인데, 이 향기가 그리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선 사용하는 쌀은 술을 담기 위해 재배된 야마다니시키와 같은 고가의 쌀을 사용하고,
다음으로 이 쌀을 50~60%까지 精米하는데 우리가 먹는 보통 쌀의 정미도가 10%정도이니 쌀을
어느 정도 깎아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동그란 유리알같이 깎여진 투명한 쌀을 “츠키하제(突き破精)”라는 특수한 누룩으로
저온 발효(10°C 이하)시키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를 맞추는 것이고 이 양조기술자
(杜氏: 토우지)의 실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吟釀酒는 원래 양조장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품평회에 출품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술로 극히 소량만을 만들었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판을 목적으로 吟釀酒를 만드는 곳이 많아 동네 술가게나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저렴한(?) 가격의 吟釀酒(중병에 2~3천엔)도 나오고 있다.
단지 가끔 마시는 팩에 든 일반 청주와 다른 점은 누룩냄새보다는 새콤한 향기가 강하고 뒷맛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마치 ‘우량예’ 같은 중국 백주에서 나는 과일향 비슷한 향기가 나고, 뒷맛이 텁텁하지 않다.
하지만 비싼 양주나 중국 명주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맛과 향은 아니고, 일반 청주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 純米釀造, 本釀造 ] 쥰마이죠우조(純米釀造)는 글자 그대로 쌀로만 만든 술로 설탕이나 양조용 알코올은 일체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혼죠우조(本釀造)는 쌀, 누룩, 물 이외에 양조용 알코올을 사용한 술을 말한다. 양조용 알코올은 사용했지만 양조용 당류는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本”자를 붙였다고 한다. 수퍼마켓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국주(?)인 겟게칸(月桂冠)이나, 키쿠마사무네(菊正宗), 하쿠츠루(白鶴) 등에서 나오는 종이팩에 들어있는 청주의 대부분은 本釀造라고 보면 된다. 물론 병에 들어있는 청주중에도 本釀造가 많이 있다. 本釀造가 가장 대중적인 청주이긴 하지만 吟釀酒나 純米釀造에 비해 술맛이 특별이 떨어진다거나 가격이 훨씬 싼 것은 아니다. 술꾼들은 本釀造를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는 하지만 비싸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니가타(新潟)현의 쿠보타(久保田 千壽)도 本釀造이다. [ 生酒 ] 原酒 또는 가공주(물탄 술)를 출하할 때 가열살균을 하지 않은 술. 최근 특수필터를 사용하여 잡균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져 시중에 유통되게 되었다고 한다. 生酒는 선도가 생명이라, 술에 살아있는 효모를 죽이지 않으려면, 저온(10도 전후) 보관해야 한다.
일본주의 상표중에는 지명이나 동식물 등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 있으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상표명이
xx正宗(xx마사무네)라는 상표이다. 키쿠마사무네(菊正宗), 사쿠라마사무네(桜正宗) 등 이름뒤에
마사무네(正宗)를 붙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정종이라는 명칭이 마치 청주의 대명사처럼 쓰인 적이 있다.
처음으로 일본주에 마사무네(正宗)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桜正宗의 선조 야마무라타로우자에몬
(山邑太郎左衛門)이라고 한다.
새로운 술을 개발하여 상품명을 놓고 고민하던 중 평소 존경하던 스님을 찾아가자 책상위에 놓인 經文이
“린자이세이슈(臨済正宗)”였다.
正宗을 音讀할 경우 세이슈우(せいしゅう), 淸酒는 세이슈(せいしゅ)로 발음된다.
'바로 이거다' 라고 생각한 야마무라타로는 자기가 만들 술에 "~~ 淸酒"라는 이름 대신 "~~正宗"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를 訓讀하여 "~~"마사무네"라고 불렀다.
이러한 이름을 붙인 청주가 대히트를 치자 일본 전국에 xx正宗이라는 술이름이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청주에 붙어있는 라벨을 보면 甘口, 辛口 등의 글자가 씌여있는 경우가 있다.
술을 담글 때는 밥에 누룩을 섞은 후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는데 이 때 효모를 강하게 하면 술이 카라구치
(辛口: 쓴맛)가 된다고 한다. 반대로 누룩을 강하게 하면 아마구치(甘口: 단맛)가 된다고 한다.
甘口, 辛口를 나누는 기준은 “日本酒度”라는 수치로도 알 수 있는데, 섭씨 +15도의 물의 비중을
제로로 했을 때 당분이 많은 甘口의 술은 마이너스, 당분이 적은 辛口의 술은 비중이 가벼워져 플라스가 된다고 한다.
술꾼들은 辛口를 먹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라구치(辛口)를 대표하는 술로 劍菱(켄비시)라는 술이 있다.
이 술은 1504~21년 伊丹(이타미)에서 만든 것으로 50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명주로
도쿠가와 8대 將軍 吉宗의 御膳酒였다고도 한다.
劍은 남자의 심볼을 나타내고 菱은 여성을 표시한다고 하는데 라벨을 보면 삽입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다.
확실히 이유는 알수 없지만, 당시 남녀화합이 회춘의 의미가 있어 이술을 마시면 회춘 불로장수의
묘약이라는 의미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飛驒白川鄕(히다 시라카와코)는 일본의 전통적인 초가집이 보존되어 있는 마을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은 겐지(源氏)가문에 패한 헤이지(平氏) 가문의 몰락한 무사가 산간지역으로 도망쳐와 세운
마을이라고 하는데, 이 산간마을에서 매년 관광객들에게도 술을 돌리는 도부로쿠 마츠리
(どぶろく祭り)라는 축제가 열린다.
예전 이곳으로 도망쳐온 平家의 무사(落ち武士)들이 누룩과 찐쌀로 만든 걸죽한 술을 만들어 마신 이후,
白川鄕(시라카와고)에서는 이러한 하얀 탁주를 “도부로쿠(濁酒)”라고 하여 마을의 지자케(地酒)로
계속 이어왔다. 청주는 이러한 도부로쿠를 걸러서 만든 것으로 17세기 초반에 시작된 술이다.
첫댓글 전 사도의 오니고로시보다는 쥬욘다이 라는 술을 너무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지요. 그리고 스시집에서 마시는 아쯔깡은 너무너무 좋아해요 ㅋㅋㅋ 한국에 와서는 그 아쯔깡 맛을 찾아서 많이 다녔었지만... 지금은 포기 했답니다.ㅡㅜ
너무 비싸서 맛도 못본 쥬욘다이(十四代)..... ㅠ.ㅠ 언제 기회가 있으면 잔술이라도 좋으니 한번 맛보아야 겠습니다. ^^ 이크님의 기키자케(利き酒)...예사롭지 아니함을 느끼며... 아쯔깡 한잔에 생각으로 깊어지는 가을을... 오늘밤 동경엔 차가운 비가 옵니다.
ㅋㅋㅋ전 혼자서 거의 한병을 다 마셨더랬답니다...쥬욘다이...우하하하 그래도 지금은 아쯔깡이라도 한잔 하고 싶군요. 요로노타키에서 마시는 아쯔깡도 맛있었는데... 마구로 한접시 추가하면서...쩝!
혼자서 한병... 하하 술꾼.. 아니 애주가 시군요. ㅋ 추억은 맛 이라는 생각을 전 부터 했습니다. 일본에 와서 한참은.. 가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힘들었는데... 이제 한국에 가서 한참 있다보면 일본 음식이 그리워서 몸살이 납니다. 술은... 뭐랄까... 한국술은... 맛이나 종류가 너무 단순하다고 합니까? 선택의 범위가 좁다고 해야하나 ... ㅎㅎ 이크.. 이런말 하다간 애국자 여러분께 몰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