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숙취에 아침도 거드고 뒹굴거리다가.. 점심때쯤 짬뽕 한그릇으로 속을 풀고 있는데..
엄마와 같이 산책나갔던 딸아이가 갑자기 캠핑을 가자고 합니다.
착한 아빠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바로 짐 싸기 시작합니다.
뭐.. 가방도 없습니다. 얼마전 E모마트에서 사온 바구니에 먹다남은 우유부터 라면까지 대충 집어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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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는 장비들이 테스리스되어 준비 완료되어 있습니다.
차에서 9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기 힘들어 거의 항상 이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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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석은 다용도 가방에 꽉꽉 담은 침낭을 낑여 놓아.. 딸아이 발받침이 되도록 합니다.
애들이 조금더 크면 아마 차머리위로 올라가야 할 1순위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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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밑에는 천원경매로 구입한 차콜, 에코로그등과 보냉 효과가 거의 없는 공짜 소프트쿨러를 넣고
좌석위에 바구니.. 그리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방석으로 지저분한 내용물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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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잠시 들려서 구어먹을 고기 조금과 야채를 사고 드뎌 출발을 합니다.
목적지는 살인적으로 올라대는 기름값을 생각해서.. 평소 캠핑비가 비싸다고 생각해서 가보지 못했던 해일농장입니다.
예정에 없던 캠핑이여서도 하지만.. 올때갈때 소요되는 시간과 체력을 생각하여 위안을 삼습니다.
네비로 찍어보니.. 집에서 겨우 15km 정도 거리에 있더군요.
후기에서 보았던 농장 입구가 보이길래 저도 한장 찍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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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는 모래먼지를 날리면서 공을 차고 있고.. 땡볕도 강해.. 그늘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이미 먼저 자리잡고 계신 캠퍼들이 많아.. 무덤가 옆 풀밭위에 간신히 두가족이 자리잡을 공간을 찾았습니다.
겨우 30분정도 오는동안에 벌써 잠들어 버린 둘째녀석은 야천침대에 방석을 깔고 뉘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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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때도 한번 잡은 젓가락은 절대 놓질 않습니다.
차에서 풀어 내려보니.. 정말 한 살림입니다. 쿨러도 장만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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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무덤가옆이지만 그대로 애들은 좋은가 봅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토끼풀 반지를 끼고는.. 아빠는 산에 묻어줄까 바다에 묻어줄까 물어보네요. -..-;
아빠는 산속 나무밑에 뭍고.. 엄마는 우주에 날려보내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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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로 약간의 그늘을 만들고..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는데.. 아직도 영 자세가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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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내공이 부족하다 보니.. 무척이나 어수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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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지와 먹을거리를 담아 왔던 바구니는 어느새 쿨러 대용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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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음휴양림을 가다가 기름값을 생각해 보라는 후배의 꾀임에 넘어가 팔당까지 갔다 돌아온 선배가 장작에 불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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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지고 다니는 비눗방울 놀이입니다. 전설의 고향을 못 보고 자라서 그런지 무덤가라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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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놀이에 실증나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텐트안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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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지고 아이들은 텐트를 옮겨다니며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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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을 피우고.. 만들어낸 숯으로 고기를 굽고.. 소주 한잔하는 것은 어른들의 놀이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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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이라서 벌레와 모기가 많은거 같아서 쑥을 뜯어다가 피웠더니... 사람도 훈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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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타다남은 쑥으로 화롯대를 문지르니 청소용으로도 요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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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때쓰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둘째녀석은 잡아서 물에 넣어주니 조용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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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편하게 앉아서 지켜만 보면 됩니다.
손가락이 불어서 호두가 될때까지 나오려 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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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 꽃을 따다가 몇개 넣어주고.. 누나가 먹다남긴 우유를 쪼금 부어 코끼리를 가려주는 아빠의 센스~
오후 3,4시 무렵까지 여유로움을 즐기다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도 집이 가까우니.. 부담이 없어 좋더군요.
첫댓글 레드오크에서 천원 경매로 구입한 에코로그와 메이플립 브리켓으로 즐거운 어른들의 놀이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가족 캠핑을 하셨다니.........^^ 종종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