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급 아파트도 캠핑 공간 강화
자연 만끽하며 가족과 소중한 시간
입주민 이용수칙 만들어 갈등 예방
“아파트 캠핑장에서 아름다운 조경을 바라보니 여기가 바로 낙원이네요.”
최근 아파트 건설업계가 적극적으로 만드는 게 단지 내 캠핑장이다. 집 가까운 곳에서 자연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조경 특화 아파트를 내세우며 캠핑존을 설치한다. 국내 캠핑인구가 2021년 기준 700만 명을 돌파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거 쾌적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등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내 글림핑 공간 [사진: DK아시아]
올해 ‘리조트급 아파트’로 주목받았던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도 ‘청정 자연에 둘러싸인 숲세권·공세권 단지’라는 홍보에 걸맞게 6만4000평 부지 중 조경 면적이 2만4740평에 달한다. 단지 곳곳에 팽나무 등 140만 그루의 다양한 나무와 꽃을 빽빽이 심고 텐트 32개를 펼 수 있는 글램핑 공간을 마련했다. 밤하늘 별을 볼 수 있는 돔 형태의 파고라 30개가 설치돼 입주민들은 단지 안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파트 캠핑장 트렌드는 2013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산 용화아이파크에 600㎡ 규모의 캠핑장 조성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단지에 풍부한 녹지시설과 캠핑장 등을 마련해 입주민이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단지 내에서 캠핑 등 여가와 취미 활동까지 가능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두산위브더제니스양산에 조성될 캠핑장 조감도 [사진: 두산건설]
이 트렌드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최근 분양된 두산건설의 두산위브더제니스양산, HDC현대산업개발의 음성아이파크, 태영건설의 광주 더퍼스트데시앙 등도 캠핑장을 품고 커뮤니티 시설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캠핑장 시끄럽다” 민원 감소
준공 8년차인 경기 남양주 별내아이파크2차아파트는 주말이면 캠핑장에 놀러 나온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설치 초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밤늦게까지 캠핑을 즐기는 입주민탓에 “캠핑장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관리사무소에 빗발쳤다. 또 전화로 캠핑장 이용을 예약한 입주민이 당일 예약 취소 없이 이용하지 않아 다른 입주민의 “자리가 있는데 왜 예약이 안 되냐”는 민원도 있었다.
남양주별내아이파크2차 캠핑장 입구에 이용 시 주의사항이 안내돼 있다.
남양주별내아이파크2차의 조경 포인트인 도자기 조형물.
이에 관리사무소는 이용수칙을 강화했다. 캠핑장 이용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정해 한밤중 고성방가로 인한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또 전화 예약 시스템을 없애고 당일 방문예약만 가능하게 했다.
개선 끝에 현재 아파트 캠핑장은 입주민들의 주요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주말 낮에는 텐트를 쳐 아이들과 캠핑을 즐기고 밤에는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이나 치킨 등 배달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일반 캠핑장처럼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해먹을 수는 없지만 캠핑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입주민들의 반응이다. 캠핑장을 이용한 입주민은 “우리 아파트는 조경이 아름다워 그냥 지나가기가 아까웠는데 캠핑장이 활성화돼 눈이 즐겁다”, “캠핑 용품을 건조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소풍 나온 기분이다”라며 호응했다.
이 아파트 구기일 관리사무소장은 “캠핑장 수요가 낮은 겨울철에는 이끼가 끼지 않도록 청소하고 있고 이외에는 입주민들이 주변 정리를 잘 해줘 특별히 신경 써서 관리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캠핑장을 이용하는 입주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어린이들이 할로윈 파티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흐뭇해했다.
바비큐 파티로 즐거움 더해
경기 김포한강센트럴자이1단지는 캠핑존에 바비큐 파티장까지 조성했다. 바비큐장 옆에는 텃밭이 만들어져 있어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직접 수확한 채소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이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멀리 가지 않고 캠핑 분위기를 내기에 딱이다”, “친구를 초대해 고기를 구워 먹고 캠핑을 즐겼는데 부러워하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포한강센트럴자이1단지의 바비큐장은 매주 이용 입주민들로 북적인다. [사진: 김포 장기동 하이테크부동산]
매월 말, 다음 달에 이용 가능한 바비큐장과 캠핑존 예약 신청을 아파트 앱을 통해 받고 추첨을 통해 이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용비는 관리비에 함께 부과된다. 관리사무소 측은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차 있고 평일 저녁에도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바비큐장 운영에 가장 우려하는 점은 냄새와 소음으로 인한 입주민의 민원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많은 입주민이 시설을 즐기고 있어 관련 민원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용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정해져 입주민의 떠드는 소리로 인한 피해가 적고 이 시설을 문제없이 오래 이용하고 싶어 하는 입주민들이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기 때문.
김포한강센트럴자이1단지에 조성된 글램핑장 [사진: 김포 장기동 하이테크부동산]
입주민들은 쾌적한 바비큐장, 캠핑존 시설 유지를 위해 사용한 캠핑용품과 식기, 음식물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입주민이 이용 완료를 알리면 관리사무소는 시설 정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핀다. 쓰레기 투기 등 이용수칙을 위반하는 입주민이 발생하면 이 세대의 시설 사용을 제한한다.
관리사무소 측은 “대부분 입주민들이 깔끔하게 이용해 줘 청소원들이 월 1회만 청소해도 캠핑존, 바비큐장 시설 관리에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