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산장에서는 코고는 소리와 이가는 소리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이런...
천정에는 비상등이 켜있어 실내는 대체로 환한편이라 주위를 둘러보니 몇사람은 나처럼 잠을 뒤척이고 있는듯하다.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다 차가운 바람에 다시 들어왔다.
이젠 잠은 다 달아났다. 갑자기 호이친구가 목이말랐는지 물병을 꺼내다가 배낭을 쓰러트린다.
웃음이 나온다. 다시 억지로 잠을 청한 뒤 주위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뜨니 새벽 3시 40분!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더위를 잘 타는 금형은 답답했던 지정석에서 나와 시원한 통로쪽에서 누워있다.
이번에도 금형을 잠을 제대로 못잔듯 하다.^^
조금있다 50분경에 일행들을 깨우고 담요를 접은 뒤 바깥으로 나온다.
4시에 대피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결국 4시 30분경 장터목을 떠나 천왕봉으로 출발한다.
장터목에서 제석봉오르는 초입의 계단길은 이제 막 잠에서 깨 몸이 덜풀린 산행객들에겐 힘든 코스다.
그러나 그리 길지 않기에 그대로 올라서서 제석봉을 지난다.
일출을 보기 위해 랜턴을 갖고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우리는 2인1조로 랜턴을 비추며 걷는다. 이해가 안된다. 왜 랜턴을 2인 1조로 준비하는지...?^^
일출예상시간이 6시라서 조금 서둘러서 오른다.
통천문을 지나 마지막 오름길을 올라서니 바로 앞이 천왕봉이다.
시간은 5시 40분 이미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수십명이다.
조금있으니 후미그룹까지 모두 합류하였다.
우리 일행은 천왕봉 정상석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동쪽하늘을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린다.
나는 호이친구가 있어 건너편에 있는 작은 바위로 건너갔다.
천왕봉정상에서는 여러번 일출을 보았기에 다른곳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건너편에도 이미 몇사람이 와서 자리를 잡고 누워서 일출을 기다린다.
그네들을 보니 바로 여기가 명당이란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자니 서서히 추위가 느껴진다.
여명이 시작되는지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더니 6시 10분경 저 먼 하늘끝에서 아주 조그맣게 빠알간 해가 머리를 내민다.
짧은 순간 해는 쑤욱 떠오른다.
윗쪽에 걸린 작은 구름때문에 햇님이 약간 일그러져보이지만 완전한 해오름이다.
천왕봉에서의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뭐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출을 본 확률이 80%가 넘으니..^^
그만큼 천왕봉에 올라서기가 쉽지않다는 뜻이겟지만...
어쨌든 그렇게 일출을 보고나니 약간의 허전한 느낌이 든다. 운해가 없어서였을까?
다시 정상으로 가 배낭을 갖고 내려오는데 작은 바위위에 홀로 앉아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이 보인다.
수녀님갖기도 하고 비구니같기도 하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셔터를 눌러본다.
해와 사람이 같이 한화면에 담기면 좋앗을텐데...거리가 나오질 않는다. 아쉽다.
이제 맨마지막으로 천왕봉을 내려선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힘들게 올라서는 사람들이 안스러워 힘내라는 말을 전한다.
천왕샘으로 내려서니 일행들이 보인다.
로터리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해야하고 법계사도 들리기 위해 금형과 같이 속도를 내어 하산한다.
법계사 입구에 도착하여 금형은 로터리로 가고 난 절로 들어가 삼배한 뒤 맑고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인다.
바위위에 터를 잡고 있는 삼층석탑!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지만...어째 오늘은 첫 만남만큼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법계사를 나와 로터리대피소에 가니 금형이 물이 안나온단다.
할 수 없이 계곡물을 받아 참치와 햄을 넣은 찌게를 끓이고 있으니 일행들이 온다.
락앤락에 있는 밥을 꺼내 아침준비를 마친뒤 맛있게 식사를 하려는데 내 수저세트가 없다.
어젯밤 누군가가 챙겼는데....다시한번 베낭을 찾아보라고 했는데도 결국 나타나질 않는다.
(나중에 O형이 자수했다. 자기 베낭에 있었다고....^^)
할 수 없이 주걱으로 대충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니 대피소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너무나 따듯하다.
움직이기 싫을정도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쉰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중산리로 하산한다.
맨 뒤에서 보니 다들 힘이 넘치며 피곤한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망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하산이다.
이번엔 다시 선두로 나선다. 탁족을 신나게 하기 위해...^^
유암폭포로 내려오는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해서 보니 계곡에 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철다리를 건너 칼바위를 지나 첫번째 나오는 계곡물가를 지나 두번째 물가를 오늘의 탁족처로 정했다.
아마 몇년전 종희씨가 탁족하다 물에 빠졌던(^^) 곳일거다.
뒤따라 오는 일행들이 알기쉽게 길가에 내 베낭을 놓고 물가로 내려선다.
베낭에서 황도캔을 꺼내 물에 담궈놓고 보니 금형과 표형이 물이 차갑다며 발만 담그고 만다.
내가 먼저 등목을 하고, 두 분에게도 등목을 해주고 난 뒤 알탕을 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았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길이 있어 작은 폭포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동안 흘린 온몸의 땀을 말끔히 씻으며 지리산 맑은 정기를 담아본다.
표형을 불러 같이 하자고 하니 내려오기는 했으나 역시나 물이 차다며 발만 담그다 나간다.
잠시뒤 김차장님과 전샘, 이기복 샘이 합류하여 중산리의 맑은 물에 몸을 담근다.
나는 밖으로 나와 황도를 하나 입에 물고 건너편에 있는 바위에 올라 눈을 감는다.
지리산 맑은물로 정갈하고 목욕재개하고 따땃한 바위위에 누우니...신선이 부러울게 없다.
한참을 그리 있는데 이제 내려가잔다.
조금 더 있어도 되는데...^^
복장을 챙겨 하산을 하려는데 계곡에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다정히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집사람과 결혼전 뱀사골 계곡에서의 추억이 떠올라 셔터를 눌러본다.
땀도 깨끗이 씻었으니 이젠부턴 다시 천천히 여유롭게 걷는다. 나홀로....
어느새 지리산인 우천 허만수선생의 비를 지나 다리를 지난다. 다왔구나...
계곡 저 너머로 천왕봉이 우뚝하니 서있다. 잘있거라 천왕봉아 다음에 다시 들리마...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용궁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면 했는데...오샘이 주차장까지 내려간다며 벌써 가버렸다.^^
주차장까지의 포장도로를 따라 핸드폰 mp3의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걷는다.
불어오는 바람까지 시원하고...룰루랄라...발걸음이 가볍다.
주차장에서 차시간을 확인한뒤 하산공식크림인 쭈쭈바를 먹고 거목식당에 가서 도토리묵에 파전
그리고 두부김치를 안주삼아 동동주로 하산주를 하며 9월의 지리산 산행을 마감한다.
첫댓글 와~~~ 2부는 일등이다.....
^^ 선물줄까? 수고
지금도 일출의 장관을 잊을수 없어.... 지리산 여러번 왔지만 이렇게 완벽한 일출은 처음..... 고생 많았소.... 대장.
그려...난 별로였다고 하면...왕따당하려나?^^ 고생은 미르가 많았지.
산행기 쓰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일출은 생각했던 것보다 약했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 같은데..
고생이라...? 뭐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쓸만하다우. 어차피 나만의 기록인데...^^ 다른 사람도 좀 간단히라도 썼으면 하는데...어때 자네도 한번 써보는건?^^
렌턴을 2인1조로 편성케하여 정말 미안합니다... 둔이 없어서리. 다음엔 정말 꼭 렌턴 준비할께요.. 그리고 로타리산장에서 오총무님이 마치 식사준비를 하는듯한 장면이 있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밝혀둡니다. 오총무는 썰어논 햄만 먹었습니다...그래도 행복합니다. 맛있게 드셔서...
전 오총무님이 그렇게 편성한 줄 알았는데...^^ 썰어논 햄만 먹은게 동감합니다.
^^
지리산에서 첨본 일출과 알탕의 시원함이 아직도 생생 합니다~~또 풍요로운 식단 리바이벌 하기 힘들듯 하네요^^
첫 산행에서 일출을 보았으니 아마 첨맨치로님의 앞날이 환하게 트일겁니다.^^ 알탕...자주 하면 힘이 생깁니다. 힘!!!
알탕! 너무 춥던데... 속 옷 잘 입었습니다. ^^
알탕이 너무 좋았는데? 미안 할 정도로 물이 맑았고....너무 추어서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