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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행복씨와 아이젠 때문에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항상 산행 전날 밤에 필요한 것을 챙겨놓고 잠을 잤었는데, 어젠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다 보니 아침에 아이젠을 찾지 못한 죄 없는 행복씨에게 짜증을 부린 것이다...
어젠 귀빠진 날이라 대학 친구들과 송년모임을 겸해 갖고, 2차로 광일, 동균, 용현이와 미숙씨를 집으로 초대하여 새벽 1시까지 술마시고 이야기하다 늦게 잠들어 미처 챙기지를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행복씬 다른 생각이 있었기에 볼멘 소릴 한 것 같다. 남들은 등산하는 날이면 집결지까지 배웅도 해 주시더구만... 난, 도대체 이게 뭐지? 내가 생각이 부족한 탓인지? 아침부터 썩 기분이 좋질 않다...
산성역에서 구파발까지 소요시간을 가늠하지 못해 늦게 도착하면 산우들께 죄송스러울 것 같아 1시간 30분의 충분한 시간을 두고 7시 반경에 산성역을 출발 하였다. 폰을 확인 해 보니 오늘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나 원장과 당일 아침에 결정하겠다고 했던 신 이사로부터 전화가 와 있었다...
두 산우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나 원장은 장모님께서 갑자기 병원 입원 때문에, 신 이사는 오후 3시경에 서해안(태안해안국립공원) 유류오염 피해 관계로 대책회의가 있어 참석이 어렵겠다고 한다. 동참 했었으면 좋으련만 사정이 허락지 못하니 아쉬운 일이다...
구파발역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다. 쌀쌀한 겨울 날씨,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 등산객들이 몇 사람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 같다. 다들 웅크리며 방한모자를 눌러 쓰고 발을 동동거리며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수대 옆 가게에 들러 막걸리 2병을 사서 배낭에 넣고, 2번 출구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노라니 임 수석이 빨간 등산복 차림에 마스크를 하고 나타났고, 이어서 오랜만에 임(삼환) 산우가 보인다. 이(원무) 산우와 조(문형) 산우는 약 10여분 늦게 도착될 것 같으니 기다려 달라고 전화가 왔었는데, 양기, 천옥이, 경식이는 9시가 다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다...
조금 뒤에 안 사실이지만, 세 산우는 밖에서 기다리면 추울 것 같아 출구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도착한 조 산우는 사모님께서 친정나들이 하신다고 고속터미널까지 배웅하고 왔기에 늦었다고(?), 나이들어 마나님께 충성을 다 하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여하튼, 다른 산행때 보다 적은 8명의 산우들이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오늘 산행코스를 협의 하였는데, 엇 그제 눈이 와서 위험한 코스는 배제하고 가능한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당초 예정된 코스를 변경하자는 산우들도 있었지만, 양기와 문형인 그냥 계획대로 강행하자고 한다...
들머리인 ‘밤골’까지의 이동은 지난번 산행때와 같이 봉고차를 이용할려고 하였는데, 주변엔 택시와 버스밖에 없어 약 5분여를 기다리며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때마침 봉고차가 한 대 나타나 우린 구세주를 만난양으로 즐겁게 탑승하여 9시 반경에 밤골로 향하였다...
‘밤골’은 송추쪽으로 가다보면 동균이가 현역당시에 근무하였던 예비군 훈련 부대가 있는 노고산’ 바로 앞 근처로서 옛 부터 밤나무들이 많이 있어 그렇게 명명했나 보여진다...
이 코스를 추천한 문형인 과거에 몇 번 산행한 경험이 있다고 하며, 작년에도 왔었다고 하지만, 산행지도 뿐만아니라 등산로의 이정표엔 ‘사기막골’로 표기되어 있었고, 2005년까지는 휴식년제 적용구간이라 통제 되었다고 한다. 들머리에서 오늘 산행기는 삼환이나 문형이 둘 중에 쓰라고 하였더니 못 쓰겠다고 하면서, 그러면 다음 산행때부터 나오지를 않겠다고 한다. 누군 시간이 남아서 쓰는 감(?), 내년부턴 회장단에서 당일 들머리에서 지명하면 무조건 쓰길 바란다...
이틀전에 내린 눈이 응달엔 녹지 않은 상태였으나 등산로는 산행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날씨가 추운 겨울산행이라 그러한지 그렇게 가파르지 않는 깅가밍가 한 등산로를 10여분을 오르니 한적하기만 했던 길에 때마침 등산객 2쌍이 다른 쪽에서 나타났다. 등산객이 없어서 물어 볼 데도 없었는데 가야만 할 예정된 산행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답해 준다...
능선으로 곧장 올라 계곡으로 내려가다 보면 숨은벽 능선에 다다른다고 한다.
‘숨은벽’이란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있는 바위 능선으로 양쪽 봉우리에 갇혀 특정 장소 외에는 보이지 않고 숨어 있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바위능선이 벽면처럼 직각으로 서 있는 경우를 뜻 하기에 이름에 신비함을 머금고 있는 것 임에는 틀림이 없는 같아 잔뜩 기대감이 앞섰다... 계곡길을 지나 능선에 다다르니 이정표에 사기막골매표소 1km, 백운대 3.2km라고 표기되어 있다...
한참을 오르니 전망이 좋은 작은 봉우리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는 어느 코스로 올라 왔는지는 몰라도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날씨가 맑아 멀리 북동쪽에 여인봉과 오봉 및 도봉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한 쪽의 편편한 암반에는 자그마한 한그루의 소나무가 생명의 귀중함을 알리는 양 있었는데, 옆으로 뉘어져 있어 누군가가 막대기로 받쳐놓고 끈으로 칭칭 묶어 놓았다. 뒷 배경이 오봉과 도봉산이 있어 기념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문형이가 제공한 달작지근한 씨없는 포도를 나눠 먹었다...
옆 봉우리에는 멀리서 보기엔 큰 나무에 송신용 전신주가 세워져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보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시설해 놓은 커다란 소나무 형체로 꼭데기엔 산불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까지는 암릉의 능선길로서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 였지만, 눈앞에 보이는 암릉의 ‘숨은벽’의 계곡과 백운대와 인수봉의 계곡사이로 올라야 할 산행 길을 예견해 보니 눈이 녹지않는 구간은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백운대와 인수봉을 향하여 부지런히 칼바위능선길을 오를땐 지난번에 고초(?)를 겪었던 관악산 산행이 생각났었고, 밧줄을 준비하지 못한 대신으로 스틱을 이용하여 손쉽게 오르기도 하였다...
‘숨은벽’ 계곡아래로 내려 갈땐 햇볕을 받지못한 구간은 눈이 녹질 않아 밧줄에 의지해야만 내려 갈 수가 있었다. ‘숨은벽’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삼환이가 준비하여 온 홍어무침에다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고 나니 추위가 조금 가신 듯 하였고, 긴장했던 다리 근육이 풀려 쥐가 내린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벗어놨던 장갑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찾다가 산우들과 너무 떨어져 있어 찾는 걸 포기하고 뒤따라 오르니 우측에 맑고 시원한 샘터가 있어 목을 추기고 있는 한 교장에게 샘물을 한 바가지 받아 마시고 장갑 이야기를 하였더니 배낭을 살펴보면서 물통 넣는 곳에 있다고 하면서 찾아 준다. 나이들면 기억력이 감퇴하는 건지(?) 방금 전에 벗어서 단단히 숨겨 둔 곳을 모르고 있으니 벌써 치매기가 있는 것인지(?) 한심한 노릇이다...
샘터에서 약 20분을 더 오르니 하늘이 터지면서 ‘V자’ 안부가 눈에 들어왔다. ‘V자’ 안부는 숨은벽 능선의 최고봉인 768.5봉과 백운대 사이의 한 사람이 겨우 넘어 갈 수 있는 좁은 안부였는데, 이곳을 넘어 아래로 내려가면 오른편에는 위문이 나오고, 왼편으로는 백운산장이 있었다...
‘숨은벽’!!!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뚫고 하늘을 향해 놓여진 천국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형상을 하고 있는 암릉과 암벽들!!! 그런 모습이었다. 좌측 인수봉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암석 설교릉과 우측 백운대, 염초봉으로 흐르는 암봉이 이루는 협곡사이에 우뚝 솟아올라 첨봉을 이루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양 협곡에는 숲이 우거져 바위들만이 갖는 단조로움에 아름다운 조화를 더해 주고 있었다. 실로 북한산의 다른 어느 코스에서도 볼 수 없는 놀라운 자연의 신비스러운 작품이었다...
점심은 오후 1시경에 인수봉 아래에 도착하여 지난번 68회 때에 점심식사를 하였던 바로 인근에 자리를 잡고 식단을 펼쳤는데, 오늘은 지난번 용문산 산행기에서 예고한 바 있었던 한 교장의 족발과 삼환이의 홍어무침 국물에다 내가 가져 간 홍어를 섞어 만든 즉석요리, 문형이가 준비한 곰국에다 끓인 라면과 정력과 미용에 좋다는 굴전 등에 막걸리 한잔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사실 문형인 오늘 신 이사가 참석 하는지(?)를 어제 오후에 전화로 문의 해 왔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로 있는 산우가 함께 국립공원에서 취사행위를 하면 주위 사람들께 욕 먹을 것 같으니까 눈치가 보였던 모양이다. 암튼 문형이 덕분에 곰국에다 끓인 라면을 자알 먹었나이다...
오늘 참석한 산우들이 모다들 술꾼이 아닌지(?) 아님 위험한 산행에 대비해서 인지는 몰라도 막걸리 한통으로 족해야 했고, 술이 없어서 안주가 남았고, 몇줄 않되는 김밥이 남을 정도였으나 그런대로 맛있게 잘 먹었다. 준비해 주신 마나님들께 감사히 잘 먹었다는 말씀을 드리나이다...
오늘의 동반시 박남준님의 “따뜻한 얼음”은 오늘 산행코스를 추천하고, 차가운 겨울 산행에 따뜻한 곰국에다가 라면을 끓여 산우들에게 속풀이를 하여 준 문형이에게 읊으라고 하였더니 한 귀절 한 귀절 음미하면서 낭낭하게 잘도 읊은다...
‘쫏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라는 귀절은 이 시의 핵심인 것 같다. 김 전회장이 최근 심정을 대변하듯(?) 시 선정을 하면서 고뇌한 심정이 이 시 속에 담겨져 있는 것 같아 근황이 더더욱 궁굼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인생 삶은 모두가 다 고뇌의 연속이다. 부족한 삶은 살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속히 모든걸 잘 정리하고 동참하시길 기원하나이다...
날머리는 우이동쪽으로 정하고, 내려오는 길에 백운대피소에서 지척의 동쪽 인수봉을 바라보니 몇 명의 클라이머들이 암벽타는 훈련 모습이 보인다. 밧줄에 의지하며 한참을 그대로 있는 듯 했었고, 꼭대기엔 한 팀인 듯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인간의 욕망과 의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소귀천 옆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눈이 녹질 않아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여야만 했었고, 한 교장과 원무는 어제 밤에 사모님께 지대한 봉사를 하였는지(?) 아님, 산행에 지쳐서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엉덩방아를 찧어 엉치뼈가 괜찮은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도선사에 도착하여 우이동 버스종점까지 그냥 걸어서 갈까(?) 아님 택시로 갈까(?) 하고 망설이다 도선사에 왕래하는 신도들을 태우고 절 입구에서 우이동 버스종점까지 가는 버스에 문형이가 대표로 일만냥을 시주하고 몸을 실었다...
모두들 오늘 산행에 지쳐 피곤해서 인지는 몰라도 그냥 집으로 갔으면 하는 기분 이였는지(?) 뒷풀이가 썩 내키지가 않은 듯 보였으나 막상 감자탕에다 쐬주를 한 잔씩 마시고 나니 재미있는 여담들이 많이 오고 갔었고, 산행의 피로가 반감되기도 하였다...
대통령선거날인 12월 19일(수)에 인사동 “해인”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당일 시간이 있는 산우들은 오후 2~3시경 경복궁 지하철역에서 만나 가까운 “인왕산”을 산행하기로 하였다...
뒷풀이에서 나눈 이야기와 “산행 길은 인생 길”과 흡사하므로 어느 홈피에서 훔처 온 글을 덧 붙이면서 산행기를 맺는다...
< 청평에서 종화 배. >
* 지난 주 금요일,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들은 이야긴데, 요즈음 50~60대의 지켜야 할 “십계명”을 머리말을 따라서...
1. 일일이 간섭하지 말 것.
2. 이유를 묻지 말 것.
3. 삼각관계를 갖지 말 것
4.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 것.
5. 오기를 부리지 말 것.
6. 육신을 많이 움직일 것.
7. 칠십%만 만족할 것.
8. 팔팔하게 살 것.
9.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 것.
10. 열린 마음으로 살 것...
또 여기에다가 하나 덧붙이면 “관리를 잘 할 것.”(이건 최광일가 하는 말)..
* 여자의 세대를 과일에 비유하면(?)
왜(?) 그러한지는 꼼꼼히 생각해 보시길...
10대는 호도, 20대는 밤, 30대는 귤, 40대는 수박, 50대는 석류, 60대는 토마토(이건 과일이 아니지?), 70대는 곳감...
* 또 몇가지 더 있었는데 치매기가 있어 다 기억 할 수가 없다... 위에서 말 했듯이 70%수준에서만 만족 해야지...
대신 어느 등산모임에서 훔처온 “山行 길은 人生 길”이란 글이 있어 오늘은 우선 15가지만 소개하고 나머진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다...
1. 산에 오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자기 몫의 산행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기 몫을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 가 줄 수도 없고 업어다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피곤해도 일어서야 한다. 힘들어도 가야만 한다. 천리 길이 한걸음에서 시작되듯 만리길도 한발 한발 걷는 결과일 뿐이므로 인생 길도 무엇이 다르겠는가...?
2. 산을 타는 프로는 장비(tool)가 많고 인생의 프로에게는 지혜가 많다.
동네 뒷산이라면 고무신을 신은 채로 올라가도 큰 문제가 없으리라. 그러나 제법 큰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 맞는 장비들이 필요하다. 간단한 일상사에야 달리 지혜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나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는 지혜로 무장해야 하는 것과 마찬 가지다...
3. 산에 오르기는 힘들고 산을 내려 가기는 어렵다.
산에서 몸을 다치는 일은 대부분 내리막 길에서다. 오를 때는 힘만 뒷받침 되면 충분하지만 내리막에서는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주역 64괘 중 첫번째인 건(乾)괘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대목이 나온다. 뜻을 이룬 자가 절정에 올랐을 때 더욱 삼가고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산이든 인생 길이든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음미해볼 경구가 아닐 수 없다...
4. 힘든 산길에서는 기도문을 암송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숫자를 세는 것도 도움이 된다.
힘들 때 흥얼거릴 수만 있어도 힘이 보태지기 때문이다. 한발한발 숫자를 세면서 열 걸음마다, 혹은 백 걸음마다 짧게 쉬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목표를 작게 세우면 그만큼 달성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밭을 매거나 길쌈을 할 때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마도 힘들다는 생각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었 으리라. 산에 오르면서 노동요가 생겨난 유래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5. 산에서는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기 스타일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험한 산길도 끝까지 갈 수 있다. 남의 보폭에 맞추거나 누구의 속도를 따르면 쉬 피곤해질 뿐만아니라 산에서 맛 볼 수 있는 즐거움이 다 달아나게 마련이다. 인생살이에서 자기 페이스를 지키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일이 중요한 까닭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뱁새에게 황새 걸음을 걷지 말라는 교훈은 그래서 만들어 졌으리라...
6. 산길이 힘들어 보여 빙 돌아서 간다면 그 길은 쉬울까?
산길은 어디로 가도 비슷하게 힘들다. 그래서 힘들어 보이는 길일지라도 정면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미국의 무료 양로원에서 외로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에 대한 통계는 우리에게 생각할 과제를 던져 준다. 그들은 젊은시절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정면승부를 거는 대신에 그것들로부터 도망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익사가 무서워 물가에 가지 않았다던가, 부상이 두려워 스케이트를 배우지 않았다는 식이다...
7. 산에도 지름길은 있다. 그러나 산행에 왕도는 없다.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다면 그것을 누가 산행이라 이르겠는가? 인생에도 지름길은 있다. 그러나 인생에도 왕도는 없다.타고난 성품, 투입한 노력, 길러진 실력만이 성공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줄을 타고 손 쉽게 출세를 하거나, 누구의 후광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본인의 마음은 떳떳할까? 마치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 등산객 처럼 멋적지 않겠는가...?
8. 산길은 올라 갈수록 어렵다. 체력은 떨어지고 바람의 저항은 거세지고, 경사는 급해지며, 마실 물은 줄어들고, 산소는 부족해 진다.
모든 어려움이 함께 머무는 곳 그곳이 바로 정상이다.그런 점에서 인생과 산행은 정말 비슷한 게 많다. 인생에서도 무엇인가를 이루기 직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많은 위인들이 성공의 문턱에서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통에 대해 고백한 얘기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므로 행여 우리가 정말 어렵고 힘든 지경을 만나면 그 것이 인생의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9. 지혜로운 사람은 미리부터 산행을 대비한다.
산에 오를 체력, 가는 곳에 대한 정보, 산행에 필요한 물자, 산행의 조력자, 함께 할 동반자를 미리 준비한다. 지혜 없는 자는 무모하게 산을 오른다. 아무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오른다. 산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대부분 무모한 출발 때문이다. 하루 이틀의 산행에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면 한 평생을 사는 인생 길에 계획과 준비가 필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으리라...
10. 여럿이 가는 산행에서 모두가 끝까지 가기란 쉽지 않다.
중간에 사고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중도에 포기하여 탈락하는 사람도 있고, 가기로 약속했다가 애초에 불참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인생 길에서도 백년을 함께 하자든지 혹은 도원의 결의와 같은 우정을 약속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이 끝까지 지켜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자주 잊어버린 나머지 지키지 못할 약속을 쉽게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11. 산행은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이 계산대로 되지 않듯이. 맘먹은 대로 다 된다면 그것은 또 무슨 재미이겠는가? 계산과는 달리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세상살이요 산행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얄팍한 셈 틀로 수없이 많은 계산을 한다. 거래를 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우정과 사랑에도 계산은 배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결과가 항상 계산한 대로 나오던가...?
12. 짐이란 많든 적든 역시 짐이다.
그래서 짊어진 사람에게는 버거운 존재다. 많은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이나 작은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이나 그 나름 대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나 능력 없는 사람에게나, 부자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인생길이 비슷하게 어렵듯이. 그러므로 내 짐만 유독 무겁다는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인생 길의 불행을 꽤 많이 덜 수 있을 것이다...
13. 산행은 앞서거니 뒷서거니의 연속이다.
출발 시점이 비슷한 사람끼리는 산에서 앞서거니와 뒷서거니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산을 내려오는 것은 거의가 비슷한 시각의 일이다. 직장생활에서도 이런 현상은 자주 나타난다. 앞서가던 사람이 뒷사람에게 추월당하는 일도 생기고 뒤 처진 사람이 다시 앞으로 나가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들이 직장을 떠나는 것은 거의가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보면 생전의 앞섬과 뒷섬의 선후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14. 산행에서 난이도의 총화는 같다.
처음이 어려우면 나중이 쉽고 나중이 어려운 길은 이미 초반을 쉽게 보냈다는 증거가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천왕봉을 오르는 사람이나 노고단을 출발점으로 하여 천왕봉으로 가는 사람에게나 지리산 종주는 똑 같은 어려움을 준다. 다만 어느 한쪽이 초반에는 쉬웠을 뿐이다...
15. 물리학에서 말하는 일의 원리(w=f.s)야 말로 산길에서 새삼 빛을 발하는 법칙이다.
급한 경사면이 너무 힘들어 갈지(之)자로 산을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시간은 더 걸리게 마련이다. 힘을 덜 들게 하기 위해서는 걸음을 더 많이 옮겨야 하고 시간은 더 걸리게 된다. 세상살이에서도 어려운 길을 피하다 보면 결국 정상에 오르기까지 더 많은 걸음을 걸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