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초 바이올린을 대하면 엄격한 의미에서 이 악기가 영국제인지, 프랑스제인지, 이탈리아제인지 망설여진다. 그가 만든 바이올린의 라벨에는 "이탈리아 1750"이라 표기한 것도 있고, "파리 1760"이라는 것도 있고, "런던 1791"이라 표기된 것도 있기 때문이다.
1734년 이탈리아 시실리섬에서 태어난 빈센초는 바이올린의 명산지 크레모나에서 베르곤지(Bergonzi)의 문하에서 제작공부를 했다는 설이 있다.
그의 바이올린 모양과 소리는 탁월하며, 그가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악기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스트라디바리나 베르곤지의 라벨이 붙어 팔렸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마디로 그는 세계적인 명기를 남긴 명인 중의 명인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여정이 다소 특이하여 오늘날 그의 악기를 놓고 견해의 일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이탈리아에서 태어나서 크레모나에서 베르곤지라는 대가의 밑에서 바이올린 제작공부를 했다면 곧 그의 제작기술은 기초부터가 탄탄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한곳에 살지 않고 청·장년기는 프랑스에서 보냈고, 말년은 영국에서 20년 이상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영국은 그에게 제2의 조국이며, 그 땅에 묻혔기에 통상 그의 바이올린을 영국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바이올린의 구입 목적이 소장 내지는 투자에 있다면 어느 나라 제품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겠으나 순수한 실수요자로서 만족할 만한 소리를 원한다면 엄격히 말해서 제작된 산지는 그렇게 가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빈센초의 경우처럼 만든 장소보다는 만든 사람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만들어진 바이올린을 두고 이탈리아제는 최고, 그밖의 지역은 2∼3류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세계적인 명장인의 90% 이상이 1600∼1700년에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에서 바이올린 제작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 결과 오늘날 흔히들 말하는 아마티·스트라디바리·과르네리·베르곤지·로제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명장인들이 그곳에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바이올린이라면 세계적인 명기라고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최고라는 평가는 위험하다. 누가 만든 것이냐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같은 사람의 손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초창기·발전기·전성기 것에 따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밖에 더욱 세분한다면 손상도와 리바니쉬, 원래의 스크롤의 보존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탈이아 바이올린 중에는 프랑스와 독일 것보다 뒤쳐지는 것도 있다. 더욱이 현대에 만들어진 악기는 이탈리아제라고 해서 그 의미가 특별하지 않다.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악기 변천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이탈리아에서 세계적 명기가 제작되었던 1600∼1700년대를 지나 1800년대에 와서는 바이올린 제작기술이 유럽으로 보급되면서 프랑스·영국·체코·헝가리 등지에서 뛰어난 명장이 배출되었다. 18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오히려 이탈리아 제작가들이 열세에 몰린 형편이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세계적 명장인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그중 루뽀(Lupot Nicolas)·비욤(Vuillaume Jean Bapiste)·강드(Gand) 등의 명성은 웬만한 이탈리아 장인보다 높다. 그들이 만든 것 중 빼어난 것은 스트라디바리로 둔갑하여 매매되었다는 설도 있다.1900년대에 들어와서는 아시아까지 바이올린 제작기술이 들어왔는데 동양에서는 일본이 독주를 해왔다. 그래서 "스즈키 몇 호가 최고"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진 스즈키는 일본 최고의 제작자로 평가되며, 바이올린 제작 가문으로 대를 이어오고 있다.
▶ 악기 평가는 어디까지나 소리
악기의 평가 기준은 먼저 진품 여부를 살피며, 소리는 두 번째로 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소리를 우선하고, 진품 여부는 나중에 보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명기라는 것은 명성에 걸맞게 소리가 뛰어난 것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는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를 들 수 있다. 명기는 대체적으로 소리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있으며, 다른 것에 비해 소리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 그래서 세계 최고 명기라는 명성을 누리는 것이며, 날이 갈수록 명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
악기사를 본다면 니콜로 아마티가 살았을 당시 스트라디바리는 그의 명성에 가려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소리에 있어 스승보다 월등했기에 결국 아마티보다 높이 평가받기에 이르렀고, 과르네리 역시 이 점에 있어서 마찬가지이다.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보다는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베르곤지·로제리·과다니니 등도 소리가 뛰어남이 인정되면서 아마티와 동급 내지는 보다 높이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실은 소리가 매우 중요함을 이야기해 준다. 그러나 재평가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야 한다. 간혹 세월을 많이 앞당겨 놓는 장인들도 나타나는데 로카라든가, 프랑스의 루뽀·기욤 등이 그렇다.
▶올드와 모던, 새 악기의 구분
대체로 올드 악기란 통상 1800년대 이전 것을 지칭하며 명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모던 악기는 1900년대 이후 제작품을 뜻하고, 새 악기는 제작된 지 10년 내외의 것이다.
올드 악기를 찾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톤(tone)에 있다. 대략 100년 이상 묵은 악기는 그 역사가 짧은 것보다 깊은 맛의 소리를 낸다. 따라서 바이올린 제작년대에 있어서 소위 황금기라 일컫는 1700년대의 악기는 소리가 깊고 가장 절묘하기로 이름나 있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와 과르네리(Joseph Guarneri del Gesu). 이 두 거장도 1700년대에 최고로 활약했고, 그밖의 여러 명장들도 이 시대에 악기제작 수준을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이 무렵 제작된 이탈리아의 명기들은 웬만하면 2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제작자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Unnamed) 1700년대의 것으로 소리가 제대로 나오고 모양도 제대로 갖췄다면 10만 달러 이상으로 거래된다.
1800년대의 이탈리아 악기 제작가로는 벤타파네(Ventapana)·로카(Rocca)·과다니니 주세페(Giuseppe) 등이 유명했고, 프랑스에는 루뽀·비욤·강드 등의 명장이 존재했다. 특히 루뽀 는 프랑스의 스트라디바리로 추앙되고 있으며, 가격도 1700년대의 웬만한 명장의 것보다 더 비싸다.
1900년대 이후로 만들어진 모던 악기는 톤이 힘차기(pawerfull)는 하나 깊이 있고 우아한 소리에서는 올드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권장할 만한 악기이다. 뛰어난 명장의 것은 톤도 매력적이고, 공명(resonant)도 우수하므로 가격도 만만찮다. 심지어 7만 달러가 넘는 특출한 악기도 자주 보게 된다.
10년 내외에 만들어진 새 악기는 심프톰(symptom)이라 해서 약 2년 혹은 그 이상 경과되기까지는 새 악기로서의 증후가 있다. 현의 압력에 따른 변화, 울림으로 인한 자리잡음, 바니쉬의 건조 진행 등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야만 제 소리가 잡힌다. 오늘날 유명 악기 제작가들이 완성된 악기를 1년 내지 3년이 경과된 후에야 시장에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존하는 악기 제작가로서 지금은 은퇴한 킨버그(F. Kinberg)의 것이 뛰어나다. 현재 3만 달러 이상 호가하는 칼 베커(Carl Beker. 작고)의 것도 훌륭하며, 3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프리츠 로이터(Fritz Reuter)의 것도 악기의 질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좋다. 한국인 것으로는 독일에서 마이스터직을 받은 이주호 씨의 것이 좋다고 평가된다.
▶수리한 솜씨로 평가
스트라디바리인 경우 윗판을 열고 안쪽을 살펴보면 한눈에 매우 깔끔한 장인 기질을 엿볼 수 있다. 라이닝(linning)의 접합점이 매우 정교하고, 코너 블록(coner block)에서 씨바우트(C-bout) 라이닝의 접합시 블록 안쪽까지 파서 넣은 것만 보더라도 매우 섬세한 솜씨를 엿보게 한다. 스트라디바리의 장인 기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까지도 깔끔한 솜씨로 처리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수리 부분이다. 300년이 흐른 명기라면 비록 표면은 깨끗할지라도 안쪽에는 여러 차례 수리한 흔적이 발견된다.
수리한 솜씨를 면밀히 보는 까닭은 진짜 명기라면 수리도 명인이 하게 마련이므로 높은 솜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 나무나 덕지덕지 대고 수리를 해놓은 것이라면 일단 의심을 해도 된다.
순차적인 수리인지 전체적인 수리인지도 구별해야 되며, 중요 부위를 패치업(patch up)으로 위장한 덧대임인지 리그레쥬에이션(regraduation)을 거친 것인지까지 판명한다.
이렇게 정밀하게 수리 부분까지 살핀다는 것은 악기의 건강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이올린은 생명체가 아니므로 가루가 되도록 폭삭 파손되지 않는 한 수리가 가능하다.
안쪽을 유심히 살핀다는 것은 장인의 수리 솜씨로 진품 여부를 가늠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몸통은 재조작하여 만들어 놓은 것인지 여부가 잘 밝혀지므로 이것 또한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다.
▶ 올드와 모던, 새 악기의 음색
바이올린 소리의 진미는 올드 바이올린에 갖춰져 있다. 소리의 맛을 아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올드를 선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스트라디바리에 관한 세계적인 저술가 윌리엄 헨레이(William Henley)의 표현에 근거하여 설명해 본다.
올드 바이올린의 음색은 깊고 절묘하다. 우아하고 쭉 뻗어나가는 잡음 없는 공명이 특징이다. 귓가에서 요란한 소리나 차가운 소리가 주로 나오는 새 악기나 모던과는 다르다. 곱고 기품이 있으며 잡소리가 없다. 특히 세계적인 명기는 투명한 공명과 마음 깊숙이 닿는 오묘함이 있다. 이 소리를 구분해 낼 수 있으면 명기 선정 능력의 80%는 구비한 사람이다. 비밀스런 명기일수록 그 소리는 더욱 깊이 감추어져 있다.
모던 바이올린은 톤이 파워풀하고 샤프하며 캐링 파워(carring power)가 좋으나 올드와는 차이가 있다. 새 악기에서 간혹 느끼는 잡소리는 벗어난 상태에 있으니 공명도 비교적 좋다.
간단한 표현으로 "음색은 큰(large) 것과 강한(robust) 것이 있다"고 했는데 강하다는 말이 적절하다. 물론 모던이긴 하지만 유명한 장인이 제작한 우수한 바이올린은 10만 달러 이상 호가하기도 한다. 보통 3만 달러 이상 선에서 거래된다.
새 악기의 특징은 파워풀하거나 캐링 파워·공명 등에서 모던과 그렇게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새 악기 특유의 버징 사운드(buzzing sound) 등이 심하면 잡음도 나타나며, 새 악기 증후(new instrument symptom)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새 악기 증후는 몇 년이 지나면 없어진다.
첫댓글 말도 안 돼요.. 이건 내가 violin이라는 책에서 본 거랑 토씨하나 변하지 않고 똑같은데요..;
저 밑에 특집내용에서 인용하셨다잖아요. 그리고 운영자님이 우리에게 정보를 주신다는데 구지그러실 필요는....ㅎㅎ
무슨 문제라도 있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