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9)
2019-02-04 11:41:11
제 734차 불곡산 정기산행기
1)2019.2.3(일) 분당 불곡산(335m)
2)상국, 병욱,민영
10시 30분, 머스마 셋이 비 내리는 미금역 3번 출구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e-mart 앞에 내린다. 옛날 인섭이 살던 동네다.
겨우 3구역에 버스비 낸다고 민영이가 투덜(?)거렸다.
"어? 니... 환승 안 되나? 환승하몬 버스 공짠데?"
"아... 난 차로 왔거던..."
이건, 뭐... 마나님이 미금역까지 자기를 배달해 줬다고 대놓고 자랑하는 폼새가 아닌가?
자랑할만 했다. 첫번째 쉼터에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굴전(煎)에 모과주를 내놓는다. 맛있다. 병욱이도 아침에 곁님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양갱을 내놓는다. 하나씩 먹고 하나는 집에 갖다 주란다.
30산우회에서 제일 풍성한 도시락 두 사람과 동행한 나는 그야말로 우산 하나 달랑 들고 왔다.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 자고로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예전에 e-mart로 내려온 적은 있으나 친구들과 여기서 올라가기는 처음이다.
(e-mart에서 미금역까지 걸어와 뒷풀이 했던 날, 산우회 전설 중 'ㅂㄱㅇ가 미금역에서 학희한테 학을 띴다.'는 뽀뽀사건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1공, 2공이 부산에 내려간 지 벌써 6년, 8년 되었다니 정말 세월 빠르다.)
간만에 내리는 비로 공기는 수분을 머금어 사방은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호젓한 산길, 미세먼지도 좀 덜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끼 낀 나무둥걸에 거품이 많다. 처음에는 누가 침을 뱉었나? 혼자 그런 생각도 했다만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이런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독극물 박사에게 물어봐도 독(毒)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는 민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도 신기하다고 거품 사진을 계속 찍는다. 펭귄 이야기도 많이 했고, 어쩜 우리들 사는 것도 거품이 아닐지...
산에 있는 나무들도 자세히 보니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나무들도 바르게 자라고 싶었을텐데 뒤틀린 몸마다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는 毒박사. 나무를 이해할 만큼 우리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나무가 병(病)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이상한 구멍을 만들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오늘따라 사진찍기 바쁜 毒박사 가슴에 구멍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아파트 옆, 탄천을 끼고 가는 길. 병욱이 옛날 여기 섬 같은 곳에서 2차를 했던 걸 떠올린다.
한우리식당에서 고기가 익기 전에 민영이가 가져온 조그만 술병, 이강주를 따다가 콜크마개를 부러뜨렸다. 방법이 없다. 젓가락으로 밀어 넣고 술을 따르자 콜크 부스러기가 따라 나온다. 그잔을 병욱이에게 줬더니 아무 거리낌없이 그냥 원샷으로 마셔버린다. 인디언들은 병욱이를 이렇게 불렀을 끼다 '술 마시는 데 제일 용감한 자'
콜크, 그게 또 사람 마음을 변하게 하는 성질이 있는 줄 몰랐다. 회비 말도 안 꺼냈는데 갑자기 병욱이가 술값을 계산해버렸다.
2차는 나도 처음 가 본 칼국수집. 애호박 많이 넣은 뜨끈한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술 더 마시고 싶어하는 병욱이를 '기계치 毒'이 눈빛으로 제압해서 미금역 까지 압송했다. 사람들 한 가지 재주는 타고 난다.
그간 겨울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땅을 어느 정도 적셔준 비가 정말 고마운 날. 갑작스런 산행에 동행해준 병욱, 민영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P.S
어제 궁금했던 '비오는 날, 이끼 낀 나무에 생기는 거품'은 인터넷 daum에서 검색하니 알기쉽게 설명되어 있네요.
맑은 날에도 거품을 본 게 생각나 검색. '거품벌레'의 호신술인가 봅니다. Daum 검색한 사진 첨부해 올렸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