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사회 문화의 주류로 떠오르며 교회 안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중고등부 주일학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교구 차원에서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성직자와 일선 본당에서 주일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수도자, 그리고 서울대교구 시노드 청소년·청년 의안 위원회 대의원인 평신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가 아닌 현실
● 일 시 : 2003년 3월 14일 오전 10시
● 장 소 : 수원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교육부 회의실
● 참 석 : 황현 율리오 신부(수원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전담)
김숙희 데레사 수녀(수원교구 율전동성당 중고등부 담당)
김정원 크리스티나
(서울대교구 시노드 청소년·청년 의안위원회 대의원)
주일학교 학생수가 줄어든다
▷ 김정원/ 제가 교리교사를 한 서울 자양동성당은 신자수가 5,000명이 조금 넘는데 교리반에 나오는 중고생들은 30-40명 정도였어요. 교리교사는 네 명이었어요. 한때 160명의 학생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요즈음은 학생들이 교리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 김숙희/ 그저 공부에만 매인 중고등부 주일학교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우리 나라 교육제도 문제의 여파가 주일학교까지 미치는 거죠. 저희 본당에는 주일 아침 9시에 학생 미사가 있는데 미사에 참석하기를 무척 어려워해요. 전날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다거나 하는 전화를 받곤 하는데 시험기간이라도 되면 그 횟수가 많아져요.
▷ 황현/ 보좌신부로 있다가 청소년국에 온 지 4년 됐습니다. 이곳에 와서 중고등부 주일학교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을 구체적을 알게 되었어요. 주일학교가 교회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라든지, 급변하는 주일학교 학생들에 대하여 얼마나 연구가 부족한지 하는 것들을 말이죠. 지금은 교구마다 청소년 사목이 중요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 김정원/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도 청소년 관련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느꼈어요. 은근히 어깨가 무거워져요. 뭐 큰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 황현/ 며칠 전 전국의 청소년 담당 신부님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교구마다 상황은 비슷했어요. 주일학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학생들의 수는 줄어가고 어쩌면 위기의식까지 느끼는 분위기였어요. 그들이 바로 교회의 앞날을 이끌어갈 사람들이잖아요.
경험 많은 교사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자
▷ 황현/ 교리교사는 단순히 교리적인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앙체험이 있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사람은 없고 당장 교리는 해야 하니 대학만 들어가면 교사로 잡아끄는 상황입니다. 영성적 기초가 부족한 이들이 교사가 되니 힘든 일이 닥치면 쉬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 김숙희/ 그래서 우리 본당에서는 교사 모임을 하면 성서나눔을 하고 있어요. 교사들도 처음에는 힘들어 했으나 지금은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요. 영성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리고 제가 한 달에 한차례 정도 교리를 합니다. 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챙겨 알려주면 교사들도 무척 좋아해요.
▷ 김정원/ 수녀님께서 직접 교리를 하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사실 신부님이나 수녀님께서 그렇게 하시면 교사들은 황송하지요. 자극도 받게 되고, ‘우리가 관심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도 날 것 같아요. 저도 교사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교사들의 수명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 황현/ 중고등부 교사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입니다. 이들은 군입대, 학업, 직장, 결혼 문제 등 개인적인 일로 교사를 그만두어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수원교구의 경우 초등부 주일학교까지 합해 해마다 1000명 정도의 교사가 새로 들어오고 또 나갑니다. 무척 어려운 문제입니다. 교사들이 경험을 쌓을 시간도 없고, 교사들을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맥이 빠지는 일입니다.
▷ 김정원/ 그러니 노하우가 쌓이지 않아 늘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교사회의 분위기도 나빠지고 그래요.
▷ 김숙희/ 능력있고 오래할 수 있는 교사를 뽑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신부님께서 면담을 통하여 교사를 권하시고, 반장 구역장 모임을 통해 발굴하는 방법을 썼는데 효과가 있었어요.
▷ 김정원/ 주일학교 교사는 꼭 학생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황현/ 어버이 교사는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이사를 가지 않는 한 계속해서 봉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죠. 순발력은 약하지만 그만큼 안정감이 있습니다.
▷ 김정원/ 그만둔 교사들에 대한 관리도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장기 경력의 구교사들이 나름의 노하우와 열정은 있으나 현실 사정으로 교사를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을 교구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안 사실인데 인터넷 상의 구교사 모임이 무척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시판의 글에서 아직 남아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 황현/ 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경험 많은 교사들의 능력과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죠.
재미가 있으면 학생들은 나온다
▷ 김숙희/ 아이들이 공부에 매여 사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는 과감히 시간을 투자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지난해 대림시기부터 성가대를 만들어 활동하게 하였는데, 매주 미사에도 늦던 아이들이 이제는 한 시간 전에 나와 기다리는 것을 보았어요. 놀라움이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전례부를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 김정원/ “주일학교 교육에서 70%는 재미, 30%는 신앙”이라는 말을 어느 신부님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저부터도 재미가 없으면 성당에 가지 않았거든요. 교사를 하면서 많이 고민한 부분인데, 이 재미를 신앙과 어떻게 연관시켜야 할 것인지가 늘 숙제였어요.
▷ 황현/ 학생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주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재미를 신앙으로 연결시키려면 뭔가 감동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전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전례는 시청각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등 색다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숙희/ 미사 중의 강론도 아이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준비하는 강론도 시도해 볼 만합니다. 그날의 복음을 간단한 연극식으로 꾸미는 겁니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효과가 좋았어요.
▷ 황현/ 깜짝 놀랄 재미를 매주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 김숙희/ 모든 본당일이 그렇지만 신부님이나 수녀님, 아니면 교사 등 누구 하나에게만 맡기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가 필요해요.
황현/ 맞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전례, 교육 등을 함께 준비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학부모들도 교육이 필요하다
▷ 황현/ 신앙교육의 1차 책임자는 부모들입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그 역할을 만족스럽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신앙교육을 교회에 모두 위임하고 있어요.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인데 말이죠.
▷ 김정원/ 시노드에서도 이 문제가 나왔어요. 학부모님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성당은 가도 그만, 학원은 꼭 가라는 식의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이 미사 끝나고 주일학교에 오려는 아이들을 데려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 김숙희/ 신앙은 평생을 사는 것인데 눈앞의 점수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 황현/ 가정에서 신앙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김숙희/ 저희 본당에서는 지난 여름에 부자 캠프를 했어요.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참가하는 캠프였는데,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프로그램 가운데 손전등을 하나 주고 밤길을 두 시간 정도 함께 걷는 형식이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어요.
▷ 김정원/ 저희도 비슷한 가족 캠프를 했었는데 교사들이 무척 고생한 기억이 있어요. 먼저 인원이 많아서 어려웠고 프로그램을 짜기가 어려웠어요. 자료도 부족했고요. 이런 분야에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애정과 투자가 필요하다
▷ 김숙희/ 투자한 만큼 얻는다는 신념을 갖고 당장 눈앞에 결과는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물질적인 것, 시간, 애정을 투자하면 좋은 열매를 맺겠죠.
▷ 김정원/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실임을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시대에서나 가장 늦게 반응하는 것이 교회라고 하지만,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청소년에 대하여는 그렇게 반응하면 너무 많은 것을 잃을 거예요. 그리고 시노드를 비롯해서 청소년에 관한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떤 결론을 내리지 말고 지켜보아 주는 자세가 필요해요. 결정은 지시를 동반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것이거든요.
▷ 황원/ 신부님들이나 수녀님들 그리고 교사 모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자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가지셨던 마르지 않는 사랑과 눈높이를 맞추려 했던 노력들을 본받아 아이들을 향하여 허리를 굽힐 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