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5.
산수유축제
축제는 사람 구경이 반이다. 축제장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와 관광버스로 긴 줄을 만들었다. 가다 서를 반복하는 지루함은 짜증스럽다. 전국의 각설이팀이 몽땅 구례 산동으로 몰려왔나 보다. 군데군데 각설이 공연 무대가 만들어져 있다. 과년한 딸년이 차창으로 노란 산수유꽃 세상을 동영상으로 담고 있다. 미소가 번진다. 내 딸이 하는 짓은 다 예쁘다.
만개한 산수유꽃에는 딸내미 웃은 얼굴이 숨어있다. 노란색은 병아리, 우산, 어린이 장화, 비옷 등이 연상된다. 어려야 노란색과 어울린다. 구례 산수유 축제는 모레까지다. 산동면 전체가 노랗게 물들었는데 이 별천지의 세상을 딸과 같이 보며 감탄하고 웃고 떠들고 싶었다. 그래서 오라고 했다. 같이 산수유꽃 둘레길을 걷자고 했다. 전화 너머 시큰둥하던 목소리가 놀람으로 탈피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서둘러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 인파가 동시에 이동하면 더 막히니 더 빨리 현장에서 도망가야겠다. 반곡, 평촌, 상관마을에서 달전마을로 이동한다. 300년 된 할아버지 산수유나무를 만나기 위해서 서둘렀다. 어라. 자동차도 관광객도 각설이도 없다. 한산하다. 할아버지 나무는 고사해서 후계목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잔잔한 저수지에 산수유꽃 그림자가 내렸다. 3월 중순의 봄날! 현천제는 시집보낼 딸만큼 충분히 성숙한 모양새를 갖췄다. 봄바람조차 가슴에 홍조를 피우겠다. 하늘빛 저수지와 그 안에 담긴 노오란꽃과 봄바람의 속삭임까지 더하면 산동면은 내 딸년만큼이나 예쁘다. 이 축제에서 잘난 놈 하나 보쌈이라도 해야 하나.
첫댓글 축제가 모레까지라니 짧군
꽃들은 왜 몽땅 피자말자 지냐구??
어느집 딸이든 딸년은 늙어도 노란색이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3/9~3/17 까지니 딱 열흘이네요.
인생을 꽃으로 비유하여 화려한 시기는 짧고 언젠가 져버릴 덧없음을 표현한 화무십일홍.
민요에도 화무는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울게 된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특히, 명예나 권력 또는 부를 얻은 인물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맞는 모습을 보았을 때 화무십일홍.
권세를 가지는 자도 십 년 정도, 즉 오래 유지하지는 못하며 권한이 영원하지 않기에 언젠가는 높은 위치에서 행했던 악업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권불십년'을 활용합니다.
오~~역시 선생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