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년 전, 부모님 몰래 치른 대학 시험에 덜컥 합격했다.
대학 합격 통지서가 날아오던 날,
어머니는 처음으로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다
.
수박 농사 흉작으로 농협에 진 빚도 못 갚고 정성스레 가꾼
무와 배추의 가격이 폭락해서 모두들
낙담할 때도 담담하셨던 어머니셨는데….
집안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대학에 가겠다고 졸랐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배움에 대한 갈증을
억누르고 작은 사무실에서 7년 동안 근무했다.
알뜰하게 돈을 모아서 동생들 학비도 대고 결혼도 했다
이젠 아이까지 낳고 아줌마 냄새가 나는 주부가 되어 예전에
못했던 공부에 미련이 남아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니는 바쁜
농사일도 뒤로 하고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에미야, 잘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데이.
내가 너 대학 못 보낸 게 한이 되었는데 이젠 죽어도 원이 없데이.”
어머니는 얼마 안 된다며 등록금에 보태라고 돈을 주셨다.
나중에 그 돈이 어머니가 환갑 때 받은 반지를 판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목이 메었는지 모른다.
내가 또 괜한 일을 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 날 밤 어머니는 내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딸네 집에서 주무셨다.
결혼한 지 6년이 지나도록 딸네 집에서 주무시기는커녕
따뜻한 밥 한 공기 대접에도 미안해하시던 어머니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편하게 주무셨다.
그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대학에 못 보내준 것이 그토록 마음에 남으셨나 보다.
남편과 아이가 잠든 머리맡에서 전공 서적을 펼쳐놓고
한줄 한줄 읽으며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어머니, 학사모를 쓴 모습 꼭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딸네 집에 자주 오셔서 저희 사는 모습 지켜봐 주세요.”
첫댓글 어머니와 따님에게
행운이 가득하기 바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