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민선 9기 핵심 가치로 ‘시민주권’을 내걸고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한 공론화 행정을 확대하고 있다.
연향들 공공자원화시설과 오천 그린아일랜드 등 첨예한 갈등 사안도 시민 의견을 듣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이해관계가 걸린 ‘전남 동부권 거점 대학병원’ 문제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18일 순천 시민 등 200여 명은 청와대 앞에서 순천대 의대 신설과 동부권 대학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김문수 순천갑 국회의원도 삭발에 나서며 “순천대에 의대를, 전남 동부에 대학병원을”이라는 요구에 힘을 실었다.
주최 측 명칭도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 전남광주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다. ‘동부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행동의 중심은 사실상 순천 시민과 순천 정치권, 순천대다.
순천대 역시 의대 필요성을 설명하며 인구뿐 아니라 중증·응급의료와 산업·재난 의료수요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동부권 의료수요’라는 광역 논리를 근거로 활용하면서 정작 대학병원의 입지 논의가 순천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여수는 대규모 국가산단이 자리한 산업도시로 중증응급환자와 산업재해 대응 의료체계가 중요한 지역이다. 광양 역시 마찬가지다. 동부권 의료수요를 근거로 대학병원을 요구한다면 여수·광양 시민의 의견 역시 동등하게 반영돼야 한다.
순천대 의대 신설과 동부권 거점 대학병원 입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순천대 의대 유치는 순천의 오랜 숙원일 수 있지만 ‘동부권 거점 대학병원’은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각장과 그린아일랜드도 시민에게 묻겠다는 순천이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동부권 의료체계를 좌우할 대학병원의 위치와 규모, 기능은 더욱 공개적인 공론장이 필요하다.
시민주권을 강조한다면 그 ‘시민’의 범위부터 분명해야 한다. 동부권의 이름을 사용한다면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 전체 시민에게 묻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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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