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로마을은 매년 초대원장 고(故) 이경재 신부의 생일인 2월 9일을 마을가족의 공동생일로 정하고 조촐한 잔치를 갖고 있다. 그런데 1973년부터 열리는 이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이 한명 있다. 1975년부터 30여 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찾아와 마을 가족들에게 선물을 선사하고 창이나 가요로 흥을 북돋는 원불교 박청수 교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을 긴 세월동안 이어진 박교무와 라자로마을의 인연은 1975년 3월 12일 원불교 서울교구 주최로 열린 가톨릭기관 방문 때부터 시작됐다. 손이 벌겋게 얼어버린 서양수녀의 모습을 보며 나환우들을 위해 조그마한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교무의 라자로마을 사랑은 비단 생일잔치뿐만이 아니다. 라자로마을의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여름에는 수박을 사서 날랐고 추석 때는 교당 신도들과 송편을 빚어 가족들을 찾았다.
30년을 함께 한 생일잔치는 그래서 더더욱 빛을 발한다. 박교무의 종교를 넘어선 사랑 나눔을 축하하고자 이날 잔치에는 수원교구 총대리 이용훈 주교, 개신교 강원용 목사,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소설가 박완서씨 등 각 종교 지도자들과 각계 대표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용훈 주교는 이날 행사 축사를 통해 『박교무님이 보여주신 사랑의 실천과 종교를 초월한 큰 나눔은 이시대의 큰 어른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마을 가족들을 사랑해 주신 깊은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용훈 주교는 이어 30년간 변함없는 사랑으로 마을 가족들의 생일 잔칫상을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라자로 마을 원장 김화태 신부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청수 교무는 인사말에서 『저에게 있어 가족들과 함께 한 30여년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시절이었다』며 『비록 2년 후면 은퇴해야 하지만 그 후에도 꼭 마을을 방문해 마을가족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