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외국인은 베트남도 살기 힘들다
하루가 다르게 호치민 시의 물가가 오르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해산물 등 1차 생산에 관련된 상품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물가와 맞먹고 있다.
일부 제품, 즉 한국에서 들여 온 라면, 주류 등의 음식은 현지 한국 가격의 싸게는 2배, 비싸게는 3배 이상의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은 베트남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정상적으로 수입관세를 물고 들여 오는 소위 물량떼기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보따리 무역으로 들어와서 비싼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는 의류나 가전제품 까지도 한국에서 한국산 제품을 사는 것보다 비싼 경우도 있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한국의 유명 브랜드 매장에 가서 티셔츠를 사면 물론 비싼 것은 몇 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일반 상가나 중저가 브랜드의 티셔츠를 사면 5천원에서 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현재 호치민 시 일부 상가에서 파는 티셔츠는 한 벌당 15만 동(한화 약 만원 정도)이 넘는 것도 있다.
사무실에서 자주 쓰는 복사용지 또한 한 권당 가격이 5만 동이 넘는다.
이 곳 호치민 시에, 아니 베트남 전역에서 오토바이 가격이 한국보다 월등히 비싸다는 것은 수없이 언급을 해 왔다. 그것은 이 나라 수입관세와 오토바이를 자동차보다 선호하는 베트남 인들의 습성으로 인한 것이지만 소주를 예로 들면, 대부분의 한국식당에서 한 병에 9만동(7천원 정도)를 받는다. 물론 시내와 떨어진 주변지역(한국인 촌이라고 불리우는 팜반하이 Pham Van Hai 같은 곳)에서는 8~7만 동을 받는 식당도 있다. 하지만 중국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13만 동에 팔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보니 소주 라벨 색상이 틀리다.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 적색라벨의 소주가 이 곳으로 건너오게 된 것이다. 만일 이 소주를 한국에서 구매를 했다면 이렇게 비싸지지는 않겠지만 아마 일본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관계로 가격이 올라간 모양이었다.
제대로 된 수입원이 없는 외국인들은 이제 베트남 사람처럼 살거나 아니면 자국으로 돌아가는 게 현명할 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호치민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임대를 알아보기 위해 돌아 다닌 적이 있었다. 이틀 동안 찾아 다니면서 깨달은 사실은 약 2년간에 아파트 임대료가 150~200% 올랐다는 사실이다. 물론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고급 아파트들은 월 임대료가 1500불 이상 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시설도 훌륭하고 한 채에 몇 십억씩 하는 한국 고급아파트처럼 전문 경비가 24시간 근무하고 있고 서비스는 호텔 급이기 때문에 상사주재원이나 본사에서 파견 나와 회사에서 집세를 지불하는 경우는 임대를 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개인 주택을 임대하거나 소형 아파트를 임대해서 살고 있는데 월 300불이면 가전제품을 모두 제공하는 풀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300불 이란 가격은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들이 임대가 가능한 금액이었다.
이 곳에서는 집을 임대해 주면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외국인인 경우 임대료의 20%를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 주인들은 외국인 임대를 꺼리게 된다. 거기에다 집을 외국인에게 임대를 해 주면 꽁안(경찰)의 간섭도 심하기 때문에 현지인의 임대 가격보다 보통 150%~200%를 비싸게 부르게 된다.
베트남에서 집을 임대하기 위해 돌아 다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베트남에서는 소위 전세의 개념이 없다. 매월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는, 그 집에 10년을 살아도 그 집에서 돈을 쓰고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처럼 전세금을 돌려주거나 하는 임대방법은 없다.
하루가 다르게 호치민 시에는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다. 일반 주거용 임대 뿐 만 아니라 사무실용 임대 또한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 시내에 있는 1급으로 칠만한(사실 호치민에서야 1급이라지만 서울로 치면 20층 정도의 강남에 흔한 빌딩으로 보면 된다) 빌딩 내 사무실 임대료는 1평방 미터 당 싸게는 20불에서 비싼 것은 40불이 넘는 곳도 있다.
한국에서는 땅이나 가게를 임대할 경우 ‘평(坪)’ 이란 단위를 쓴다. 알다시피 한 평은 가로 세로 3.3미터이다. 그러므로 한국식으로 환산을 한다면 평방미터 당 임대료에 3배를 곱해야 한다. 그러니 비싼 임대료는 한 평당 120불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달러화가 떨어져서 120불이면 한화로 12만원이다. 평당 12만원이니 50평을 임대한다면 600만원을 매달 임대료로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큰 빌딩들은 오후 7시가 넘으면 자동으로 전기가 나간다. 그래서 야근을 할 경우에는 미리 관리사무소에 통보를 해야 한다. 이후부터 사용하는 사무실 임대료는 평상시의 150%에 해당하는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은 헐벗고 못사는, 한국의 60년대를 떠올리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평당 12만원이나 하는 사무실 임대료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요즈음 한국식당의 손님 중 40%가 넘는 사람이 베트남 현지인들이다. 한국식당의 음식값이 싸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오르고 있다. 기본 5만 동씩 하던 음식들이 이미 7만 동 정도로 가격이 올라있다. 그래도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식당 출입이 늘어난 것은 한가지 이유밖에는 없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 쌀국수(퍼.Pho) 체인점이 이미 시내 여러 곳에 생겨 났는데 한 그릇에 2만8천 동이다. 일반 베트남 식당에 가면 비싸야 1만2천 동 정도 한다. 2배나 비싼 돈을 내고도 그 식당에서 먹으려면 점심시간에는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그 식당이 다른 일반 베트남 식당보다는 깨끗하지만 맛이 낫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줄을 서는 것은 ‘씀씀이’가 커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 베트남은 더 이상 ‘월남’이 아니다.
※ 통신원 : 호치민 한인회 소식지 편집장 허종욱
첫댓글 직접 느껴보지않으면 모를듯~~~ㅎ~~
공감이 파악하고 오네요
많이 올랄다고 하더니,,,,
저에게 좋은 정보네요...
음.그렇군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거의 7~8년전의 중국을 답습하는 느낌이 확~ 오네요..그래서 왠지 기분이 불길하다는..
겉보기와 속이 다르다는 말은 이럴때 두고 하는 말인것 같군요...얼마전에 호치민에 갔다 왔는데 길이나 주택은 별로인데 가게 가보니까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