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전원생활? 청소·손님 뒤처리 ‘막노동’ 안정적 수입 보장? 장사 되는 곳은 5%뿐 위치만 좋으면 된다? 치열한 경쟁에 폐업 잇따라 입소문 나면 된다? 광고비 한 달 수백만원
현실4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 외지인에겐 세금 등 규제 잔뜩…사업 포기 잇따라
지난 몇 년간 펜션 투자에서 ‘뜨는’ 지역으로 꼽혔던 곳은 제주도, 서해안, 강원도로 압축된다. 그중 서해안은 기름 유출 사건으로, 강원 지역은 동계올림픽 실패로 투자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투자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005년 8월 개정된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민박사업자로 지정 받아 영업을 하는 펜션이 834곳에 이르고,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무허가 펜션까지 합치면 1100여곳이 훌쩍 넘는다. 전문가들은 펜션 업주들이 한정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 지역 펜션업자들이 조만간 줄줄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무리는 아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아파트보다 펜션이 대세’라는 분위기를 타고 문을 열었던 단지형 펜션도 주춤하고 있다. 단지형 펜션은 대단위로 펜션을 지어 분양하는 방식의 펜션이다.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던 단지형 펜션의 인기가 사그라진 이유는 세금 탓이다. 개정된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실제 거주민이 아닐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펜션 분양에 열을 올리던 개발업체들 역시 정부의 잇단 규제정책으로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상당하다. 일부에서는 분양이 불가능해져 투자가치를 잃은 단지형 펜션 대신 주거형 별장을 분양해 수익을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펜션 분양 사업을 포기한 김모(55·강원도 춘천)씨는 “펜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과 포화된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라는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한다”면서 “휴가지로 유명한 바닷가 근처에서도 매물로 나온 펜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극소수의 ‘잘나가는’ 펜션을 제외하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펜션은 이미 처치 곤란”이라면서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해 퇴직금을 모두 쏟아붓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 ‘통나무 집’수준의 펜션은 명함도 못 내민다. 펜션의 인테리어는 점점 화려해지는 추세. photo 조선일보 DB
해결책은
이미 공급 과잉… 레저시설·테마화 등 차별화가 살길 소규모 펜션은 더 불투명…백화점형 단지 입점도 방법
펜션 투자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전원생활을 주목적으로 하고 펜션 운영을 통해 부수입을 얻는 것과 오로지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 부동산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대표는 “노후생활을 위해 펜션을 운영한다면 투자보다 전원생활에 목적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미 전국에 펜션은 공급과잉상태이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국에 있는 펜션 중에 수익을 내는 곳은 단 5%에 불과할 것”이라며 “펜션을 제2의 업(業)으로 삼고 ‘올인’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별장형 소규모 펜션을 ‘구멍가게’에, 단지형 펜션을 ‘백화점’에 비교했다. 시설과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더러 서비스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펜션은 인테리어와 시설에 집중 투자하며 홍보와 마케팅에 드는 비용도 소규모 펜션과 비교하기 힘들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구멍가게’를 지어서 운영하지 말고, ‘백화점’에 입점하는 방식을 택하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펜션을 임대할 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수익성. 비수기와 성수기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성수기에만 손님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비수기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돈벌이가 쉽지 않다. 비수기에도 인기 있는 곳은 입지를 떠나 시설이 좋고 즐길거리가 있는 펜션이다. 펜션이 단순한 숙박업소가 아니라 레저시설 개념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여름휴가철에는 수영장이 있는 펜션이 인기. 근처에 계곡이나 바닷가가 있는 곳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에는 기차를 개조한 ‘기차펜션’, 스파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펜션, 프러포즈나 파티 준비를 대신 해주는 펜션도 등장했다. 김영진 대표는 “펜션 사업에도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면서 “펜션의 테마를 정하고 레저시설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펜션에서 노후를 편히 보내면서 재테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면서 “펜션으로 수익을 내려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부딪쳐야 한다”고 말했다.
| 펜션 붐, 언제 시작됐나 |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펜션에 묵어 관심 끌어 10년 만에 5000여곳… 시장규모 2500억원
펜션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10년 전. 초창기 펜션은 전원주택을 리모델링해 방을 세 놓는 수준이었다. 펜션이 유명세를 떨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제주도에 갔을 때, 고급 호텔이 아닌 펜션에 머물면서 화제가 된 것. “대통령 당선자가 호텔 대신 선택한 펜션이 무엇이냐”는 관심이 증폭되면서 펜션에 대한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
이후 농어촌 경제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펜션 투자를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민박시설을 적극 권장하면서 펜션은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 전국의 펜션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운영하는 펜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펜션업협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늘어나 현재 전국적으로 5000여곳에 이르고 시장규모는 2450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 펜션 성공 10계명 |
1.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믿을 만한 정보를 수집하라.
2. 제주도·서해안·강원도 지역은 이미 ‘지는’ 지역이다. ‘뜨는’ 지역을 찾아라.
3. 인허가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부지를 선정하라.
4. 무조건 크게? 사업성을 고려해 펜션 규모를 결정하라.
5. 펜션에도 종류가 있다. 관광펜션, 휴양펜션, 일반펜션의 차이점을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펜션을 선정하라.
6. 퇴직금까지 올인? 펜션 투자는 여윳돈으로 해라.
7. 펜션을 임대할 때 현재 수익률을 따지고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라. 지금 잘되는 펜션이라고 100% 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