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수채화 수업 시간에 큰 사이즈의 색멍으로 다시 노을을 그렸다. 내게 의미있는 노을 사진을 꺼내서 오페라, 울트라마린 딥, 오레오린 세 가지 색으로 짧은 시간 그렸다. 오레파는 핑크 중에서도 너무나 화사해서 자칫 촌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내가 만났던 석양의 그 묵직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붓칠을 더해서 그렸다.
이 곳은 제주도 모슬포... 후배 부부가 한의사인데 오래 전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모슬포로 내려가 개원을 했다. 모슬포 한의원이다. 그 후배 부부가 살던 옛집은 모슬포 인근 바다에 바로 접해있고 그 앞에 연대가 있다. 태풍이 오면 파도가 넘어올 때가 많아 페이스 북으로 그 집의 상황을 실시간 지켜보기도 했다. 지금은 그 집을 개조해서 여행객들의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대수로에 위치해 있다. 이곳 7월 저녁의 노을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 때 찍어두었던 노을 사진이다.
남태평양에 가까워질수록 노을이 아름다운 것 같다. 싸이판 여행을 갔을 때 바다의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넓은 하늘과 바다를 화폭으로 삼아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석양은 오래오래 천천히 저물어 간다. 우리나라보다 저녁이 오래 지속된다. 제주 남쪽인 모슬포, 대정 앞바다도 그랬다. 사이판보다는 색감이 더 짙다는 특징...
흐를 정도로 듬뿍 물을 축여 물감을 떨구고 흔들어 노을을 표현하는데 이 노을을 표현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붓칠을 했다. 선생님은 붓칠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해변의 어둠 표현이 좋다. 바다와 면한 해안의 명도 차이는 순전히 우연히 생긴 결과... 그런데 좋았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이 사이즈를 더 큰 사이즈에 옮겨 그리기를 하던 중, 큰 화면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단지 검은 색 붓칠만으로는 허전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땅에 대한 질감 표현을 더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사진은 육안보다 더 그늘이 어둡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기억을 회상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진에 의존하지 말고 육안으로 그리기에 도전해야 하는데 밖으로 화구를 들고 나가서 순간 포착한다는 일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고 그리고 환경도 필요하다. 전원이나 농가주택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