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날씨점과 첨단 일기예보
모처럼 새 옷을 입고 외출을 했거나, 중요한 큰 행사를 앞두었는데 비가 내려 하늘을 원망한 적이 종종 있을 것이다. 날씨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드물 것이다. 특히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짓던 우리 조상들에게는 날씨의 예측이 생존과 맞물려 있어 초미의 관심사였다.
요즘처럼 TV, 라디오, 신문 등을 통해서 비올 확률까지 그날의 날씨를 예보해주는 기상청이 있기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다음날의 날씨를 알 수 있었을까?
근대에 와서 기압.기온.습도.바람.구름 등의 기상요소들을 측기(測器)로 재고, 그 자료를 분석하여 과학적인 일기예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팩시밀리.기상위성 등 첨단과학기재들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일기예측은 요사이처럼 정확하고 장기적인 예보일 수는 없었으나, 해와 달, 별, 바람, 구름의 상태나 그 변화, 또는 여러가지 생물의 특이한 행동 등을 보고 다가올 일기의 변화를 예측했다. 이러한 날씨점은 일상생활에서 관찰과 경험에 의한 예측이었고 어느 정도 과학성과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개구리가 처마 밑에 들어오면 장마진다.
개미가 자기 집 구멍을 막으면 비가 온다.
개미가 이사하면 비가 온다.
고양이가 얼굴 씻으면 비가 온다.
두꺼비가 나오면 장마가 진다.
소나무에 황새가 앉으면 비가 온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제비집에 제비새끼가 떨어지면 장마가 온다.
개가 풀을 뜯어 먹으면 그 해에 가뭄이 온다.
동물들의 감각은 사람보다 휠씬 더 예민하다. 특히 개미, 황새, 제비등은 다른 동물보다 기압의 변화에 예민해 사람보다 먼저 인지를 하고 특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굴뚝의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지 않고 땅으로 깔리는 것이나 기압에 예민한 제비가 땅에 가까이 나는 것은 저기압때문이다. 저기압은 비를 오게 한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습지에서 수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생물이다. 그런 생물이 땅으로 나온다는 것은 비 올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옛기록에도 이러한 동물의 일기예측의 사례를 적고 있다.
백제 기루왕 40년(116) 6월에 "큰비가 내려 한강의 물이 넘쳐 인가가 물에 떠서 허물어졌다. 이에 앞서 황새가 도성문에 보금자리를 만든 것을 보고 사람들이 마땅히 수재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러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신라 을해왕 41년(350) 4월에 "큰비가 십여일 동안 내려 평지의 물깊이가 서너자나 되었고, 관가와 민가가 물에 떠서 허물어졌다. 이에 앞서 월성의 모퉁이에 황새의 보금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장차 큰물이 날 징조라고 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과연 들어 맞았다"고 기록하였다. 황새가 집을 지은 것이 3월이고 4월에 큰비가 내렸다 하였으니 4월의 큰비를 3월에 예측하였던 것이다.
굴뚝에 연기가 깔리면 비가 온다.
동남풍이 불면 비가 오고 서북풍이 불면 날이 맑다.
가뭄때 햇무리나 달무리가 생기면 비가 온다.
서쪽에 무지개가 뜨면 장마가 진다.
달이 몹시 묽으면 가뭄이 든다.
정월 보름날 달빚이 희면 큰 바람이 있고, 붉으면 큰비가 있을 징조다.
초복에 비가 내리면 삼복 중에 모두 내린다.
동지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오뉴월에 비가 많이 온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어부들은 농사에 대한 궁금증, 물이나 바람 등 날씨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해와 달, 별, 바람, 구름의 상태나 그 변화가 옛날에 사용한 날씨예측의 잣대였다.
이러한 날씨점은 대부분 그날 또는 하루나 이틀정도의 단기예보이지만 상당히 긴 기간의 장기예보를 위한 것도 있었다. 특히 한해의 첫날인 설날, 첫 만월인 정월대보름,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2월에는 장기예보를 위한 농사점, 일기점 풍속이 많았다.
다음은 장기적인 일기예측의 풍속이다
정월초하루날 바람이 없이 날씨가 맑으면 풍년이 들고, 해가 붉으면 가뭄이 들고, 해가 푸른 빛이면 풍재가 들고, 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면 홍수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정월 열나흘날 저녁에 콩 12개에 12달의 표시를 하여 수수깡 속에 넣고 묶어서 우물 속에 집어 넣는다. 이것을 달불이라고 한다. 이튿날인 대보름날 새벽에 그것을 꺼내어 점을 쳐본다. 그 콩알들이 붇고 안 붇는 것으로 그달의 수해, 한해를 점친다.
경남지방에서는 구름이 남쪽에 끼면 남쪽, 서쪽에 끼면 서쪽에 풍년이 든다든가 비가 오면 그 해 내내 물이 흔해서 풍년이 저절고 든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조그마한 자연현상이나 동물들의 움직임을 세심히 관찰하여 실제 생활에 활용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기 보다는 오랜 생활경험을 통해서 얻어낸 지식이었다. 경험에 바탕을 둔 생활과학도 현대의 첨단과학에 못지 않게 예측성이 뛰어났다. 물론 우리 조상들의 일기점 날씨점은 오늘날 처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은 근거 없는 미신이 아니라 생활경험에서 얻어낸 생활과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