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교사의 지역리서치사역
사람을 보내어 가나안 땅을 탐지하게 하라
사역지 연구는 기초를 쌓는 일
오늘날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은 성경만 잘 해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상식과 사회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당대 사회의 핫이슈들에 대해 성경적인 해석을 할 수 있어야 양들에게 올바른 길 안내를 하는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해외에 파송된 선교사도 마찬가지여서 사역 현장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필요로 한다. 특히 중국은 그 면적의 넓이만큼이나,
그 역사의 길이만큼이나, 그 인구의 많음만큼이나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선교를 하려면 섣불리 덤빌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오래, 많이
연구해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현지 정보를 파악하는 데 둔감하고, 자신과 후대를 위한 기초를 닦는 일에 무감각한
면이 있는 듯하다. 이것은 대개의 한국 선교사들도 마찬가지여서, 현장에서 10년을 넘게 일해도 후배들에게 넘겨 줄 자기 사역지에 관한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대기업 상사 주재원들은 자신이 속한
기업의 이윤을 위해 지역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정보 수집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해외 공관 공무원들도
대기업 상사 직원들로부터 지역 정보를 입수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물며 선교사인 우리들은 영적
열매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윤을 위해 뛰는 사람들보다 더욱 지역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장기 선교사는 지역 전문가여야
현재 중국 각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사역자의 대부분이 오래 되었어야 사역기간이 10년 남짓이니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아직 개척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개척자들은 내 열매를 당장 보기보다는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 후배들이 일을 잘 하도록 터를 닦는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선교사의 사역이 단기성에 그치고 연계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역의 기초를
닦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 기초를 닦는 사역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 대한 연구이다.
선교사가 살면서 일하는 땅의 역사나 문화, 풍습 등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어떻게 그들의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현장 선교사는 반드시 지역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한국에는 목회를 잘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교계 언론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 목회자로서 내 나라의 목회적 상황에 대한 해석을 필요로 한다면, 하물며
다른나라, 지역, 민족을 품고 섬기고자 하는 선교사들은 더더욱
그런 태도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지역 리서치 사역은 여러 가지 선교전략 중 택할 수 있는 하나가
아니라, 장기 거주 선교사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장기 선교사들은 모두 정탐꾼의 자세로 철저히 지역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온 단기 리서치팀들에게 이 역할을 떠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 선교사만이 얻을
수 있는 생생한 현장 자료들이 있기에 장기 선교사가 리서치를 한다면 훨씬 더 현장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선교사들이 리서처(Resercher)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여
공유할 가치가 있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한다면, 이것은 한국교회를 위한 유용한 선교동원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리서치에 식견과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장기 선교사와 1년 정도 함께 살면서 동역을 해도 좋다.
이처럼 기초를 닦는 작업으로서의 장기 선교사의 리서치 목적은 무엇인가? 첫째, 사역지역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교전략과 방법을 수립하는 것이다. 둘째, 리서치의 결과를 토대로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전략을 알아내어
기도제목을 찾아 후원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것이다. 셋째, 나중에
들어올 선교사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안내를 위한 것이다. 넷째,
단기선교팀을 효과적으로 안내하여, 그들이 지속적으로 현장을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운동을
일으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다섯째, 한국교회에 선교사가
사역하는 지역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알려 효과적인 선교동원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리서치의 방법과 후속관리
현장 선교사가 할 지역 리서치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문헌연구
자료확보가 우선이다. 예를 들어 소수민족 지역의 경우 민족학교들이 있는데, 이런 학교에서 출판되는 학보나 학회지는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각 지방지(省紙, 州紙, 縣紙 등)는 통계자료들이 비교적 오래되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또
서점에 자주 가서 필요한 책을 구해야 한다. 중국은 사회과학 서적들이 재판(再版)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일단 발견 되는대로 책을 사 두어야 한다. 또 지역에 국한되어 출판되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같은 지역 안에 있는 사역자들과 역할분담 내지 내용분담을 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관심분야별로 연구하며 워크숍을 통해 통일성 있는 내용으로 정리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그 지역 내의 여행정보 책자를 통해서라고 자기가 일하고 있는 땅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발로 뛴 정보- 여행기록과 미디어 자료
지역이나 민족을 이해하고 소개하기에 적합한 절기 행사가 있을 때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사진을 찍고 조사해 오는 것이다. 현장에 가면 문헌에 나와 있지
않은 생생한 내용들까지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전체적인 파악을 위해 자주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다. 이 때 교통, 숙박 등 기본적인 여행정보를 비롯하여 각 지역의 행사 일정 등을 조사하면 앞으로 이 지역을 방문할 단기선교팀을
인솔하거나 지역의 영적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독특한 종교행사 일정을 조사하여 그 기간을 한국에 알려 강력한 중보기도를 요청하거나, 이 기간에 중보기도
사역팀을 초청하여 현장에서 영적전쟁을 같이 수행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선교동원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현장 리서치 사역에 있어 미디어 자료는 필수적이다. 사진은 물론 디지털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자료는 온라인에서 훨씬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장기 선교사는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 년을 주기로 지역, 민족의 풍습과
특별한 행사들을 카메라에 담아 자료화한다면 활용가치가 아주 높다. 이런 영상자료를 선교사의 요구에 따라
편집하여 선교동원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도 있으므로, 선교사는 사역 현장의 중요한 광경들을
열심히 렌즈에 담아 둘 필요가 있다.
언론매체를 통한 리서치
선교사는 TV(CCTV 뉴스뿐 아니라 지역 유선방송), 라디오, 신문 등 언론매체를 매일 가까이 함으로써 중국 전역과 사진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사회, 정치적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특별히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중국
내에서 나온 매체만 볼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홍콩이나 한국, 미국
등 외부에서 보는 관점도 알아야 보다 객관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중앙 또는 지역 정부 고위관리들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중앙 정부의 인물이
바뀌거나 사회적 사건들이 일어날 경우 전체 중국 사회와 선교에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 중국의 변방지역은 대체로 2-3년에 한 번 성장(省長) 또는 성 당서기(黨書記)가 교체되곤 하는데, 왜 교체되었으며 새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그의 등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중국의 현 상황과 시사적인 내용을 수집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 중의 하나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택시기사를 통해서이다. 무슨 큰 사건이 있을 때 택시를 타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내용을 모니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도로 연구
한국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발해의 수도 상경에서 중앙아시아의 사마르칸트까지 1만㎞에 이르는 담비길이라는 한민족 실크로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도로를 연구하는 이유는, 도로가 각 지역과 지역 간의 문화,
경제, 종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히 우리는 중국 각 지역의 도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문명의 발달은
도로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그 중요 교통로들은 문화나 경제뿐 종교를 나르는 역할도 해 왔다. 그리고 그 역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지나가는 도로에 대해 연구하면 그 지역의 영적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北京)을 출발하여 닝샤후이족(宁夏回族)자치구의 인촨(銀川)과 깐쑤(甘肅)성 란저우(蘭州)를 거쳐 칭하이성 꺼얼무(格尔木), 시짱(西藏)자치구의 라싸(拉薩)까지 이어지는 길이 3,300㎞의 109번 국도를 보자. 그 도로는 역사적으로 문화와 종교의 전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라싸에서 318번 국도로 더 내려가면 중국과
네팔과의 접경도시 짱무(樟木)가 나온다. 이 지역은 인도와 네팔의 불교, 힌두문화를 라싸, 칭하이성의 시닝(西宁)을 거쳐 중원지방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 왔다. 지금도 라싸 쪽에서 오는 차량의 앞에 캅떠그(중국어로 하다(哈達)라고 하는데
티베트인들이 신이나 존귀한 손님에게 바치는 천을 말함)가 달려
있는 것을 자주 본다. 라마불교의 사악한 영이 계속 중원지방으로 진입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영적전쟁 할
책임이 그 교통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사고들을 도로를 연구한
결과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렇게 기도동원을 하고 있다.
특별 사역을 위한 리서치
의료, 교육, 비즈니스를 위한 지역연구
단기선교 여행팀이나 이후에 올 선교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하기 원하는 사역, 가능한 사역을
질문할 때 효과적으로 가이드 할 수 있도록 자료를 확보하는 일도 먼저 온 사역자의 역할이다. 단순히
교회를 세우는 일 외에 또 어떤 창조적인 방법의 선교가 가능한지 조사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몇 해 전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의료사역을 했다. 이 사역을 위해 3년 전부터 기도하며 소망을 품어왔던 차에, ○대학교 학생들이 이
지역을 돕기 위해 들어왔을 때 5명의 훈련된 학생들이 해당 마을에 들어가 1주일 동안 살면서 사전 리서치를 했다. 그 마을은 필자와 3년 동안 관계를 맺어왔던 터라 새삼 리서치를 한다고 들어가기는 어색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현지 사역자가 직접 들어가 조사하기 곤란한 지역이나 상황에서 단기 팀들의 힘을 빌리면 더욱 좋은 자료를
억을 수 있다. 의료사역 6개월 전에 이루어진 사전 리서치는
이 사역을 한국교회에 알리고 사람들을 동원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리서치 결과물의 보고
연구 후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자료가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정리하는
면에서도 리서치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놓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자료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 지역의 중요 사건, 특별한 지점에 대핸 영적전쟁 핸드북 같은 것을 만들면 단기팀이나 한국교회에
좋은 지침서가 되고 선교동원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충성된 정탐꾼으로 서자
우리는 모두 가나안 땅 거민의 강약과 다소, 땅의 좋고 나쁨, 거하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 토지의 후박과 수목의 유무 등
정탐의 임무를 띠고 파송받은 12명의 정탐꾼이다. 그들은
무려 40일씩이나 정탐하였다. 그리고 열매를 따 가지고 와서
결과를 보여 주었다. 여호수아도 요단강을 건너기 전, 모세를
뒤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여리고로 정탐꾼을 파송하는 것이었다. 그 때는
단 두 명만 몰래 보내었다. 그리고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잔뜩 겁을 먹고 있다는 정탐 내용을 가지고
왔다.
지역 리서치 사역자로서 선교사들은 보다 자세하고 철저하게 정탐해야 하며, 그 결과물을 한국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장기 선교사만이 할 수 있는 파워 있는 보고물을 만들어 한국 교회에 제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선교동원 사역이며, 축적된 자료를 통해 한국교회는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중국선교에 접근함으로
더 많은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한국인 장기 사역자 모두 능력 있는 리서처가 되기를 바란다.
장세진/ 중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