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 좋아하는 발이 오른발이야, 왼발이야?”
손흥민이 지난 1일 레스터시티전에서 왼발로 ‘어메이징 골’을 터트리자 토트넘의 콘테 감독이 포옹하며 건넨 귓속말입니다.
그럴만도 한 게 오른발잡이 손흥민이 올 시즌 20골 중 무려 12골을 왼발로 뽑아냈기 때문이죠. EPL 통산 득점 90골 중 왼발로 무려 38골을 넣었는데,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함부르크에서 함께 뛰었던 판데르 파르트는 “손흥민은 자신도 오른발잡이인지 왼발잡이인지 모를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 매체 트랜퍼마르크트는 손흥민의 ‘주발’을 both(양발)라고 표기했고, 디 애슬레틱은 ‘EPL 최고의 양발의 샤프슈터(best two-footed sharpshooter)’라고 묘사했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지옥훈련게시물본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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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난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코치에게 친동생 손흥민 왼발의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손흥윤 코치는 “초등학교 3학년인 흥민이랑 3~4시간 동안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올리는 것) 2만2000개를 했다. 공의 실밥이 보일 정도로 직각으로 차야 했다. 나중에는 평평한 땅조차 울퉁불퉁하게 보였다”는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아버지 손웅정씨의 지도 하에 손흥민은 어릴적부터 양말을 신을 때도, 바지를 입을 때도, 계단을 디딜 때도 왼발부터 시작했습니다. 손웅정씨는 작은 트럭을 사서 장비를 매단 뒤 맨땅 운동장을 평평하게 갈아 기본기 훈련을 시켰습니다. 워낙 혹독하게 가르쳐 지나가던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손흥민은 2011년에는 춘천에서 5주간 매일 오른발 500개, 왼발 500개씩 슈팅을 때리는 지옥훈련을 했습니다. 손흥민은 “초콜릿과 바나나를 입에 욱여 넣어 떨어진 당을 채웠다. 옛날에 봤던 ‘공포의 외인구단’ 장면이 떠올랐다”고 고백할 정도였죠. 이 정도면 왼발을 잘 쓸 수밖에 없겠죠?
스쿨존 달린다면 벌금 내는 스피드게시물본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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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손흥민이 지난 2월 맨시티전에서 기록한 순간 최고 스피드입니다. 제한속도가 30㎞ 이하인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을 달린다면 벌금을 내야 할만한 빠르기죠.
손흥민은 ‘치달(치고 달리기)의 달인’입니다. 2019년 12월 번리전에서 79m 드리블 골을 터트린 당시 순간 최고속도는 33.64㎞였습니다. 호날두(맨유, 33.6㎞)와 메시(32.5㎞)의 전성기 시절인 2015년 당시 기록보다 빠릅니다.
물론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 36㎞)보다는 느립니다. 육상 우사인 볼트가 2009년 100m 세계기록(9초58)을 수립할 당시 순간 최고 시속은 44.6㎞였습니다.
스피드는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합니다. 손흥민은 롤모델 호날두를 보며 순발력을 끌어올리고 뒷공간을 침투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최근 축구 트렌드는 스피드와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까 중시되는데요, 손흥민은 여기에 최적화된 선수입니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과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는데요. 손흥민은 이들을 상대로 각각 9골, 7골을 터트린 ‘명장 킬러’입니다.
사격 10발 만발. 슈팅 4샷1킬 ‘명사수’게시물본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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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2020년 5월 해병대 기초군사훈련을 157명 중 1등으로 수료했습니다. 사격 훈련에서 10발 중 10발을 과녁에 명중 시켰습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도 ‘명사수’입니다. 유럽 스쿼카는 최근 2시즌간 유럽 5대리그 선수 152명의 ‘득점 전환율’을 발표했습니다. 득점 전환율이란 한 선수의 전체 슈팅 수 대비 골 비율입니다.
손흥민은 총 140차례 슈팅을 쏴서 35골을 터트려 득점 전환율 25%를 기록했습니다. 슈팅 4개 때리면 1골을 넣은 셈입니다.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25.8%)와 함께 유이하게 득점 전환율 25%를 기록했습니다.
손흥민이 유럽에서 가장 치명적인 스트라이커임을 통계가 증명한 겁니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홀란드는 단 2골에 그쳤지만, 손흥민은 홀란드의 3배인 6골을 터트렸습니다. EPL 득점왕 경쟁 중인 살라는 페널티킥을 빼면 242개 슈팅을 쏴 득점 전환율이 13.7%에 불과합니다.
비 새는 120만원짜리 똥차게시물본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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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선수였던 부친 손웅정씨는 28세의 나이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했습니다. 손웅정씨는 에세이를 통해 “막노동, 헬스 트레이너,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시설관리 등 투잡, 스리잡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손흥민은 어릴적 ‘흙수저’였습니다. 손흥민도 “갓난아이였을 때 컨테이너에 산 적도 있다고 했다. 축구를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120만원을 주고 중고 소형차를 사 오셨다. 비가 오면 창문 틈으로 비가 줄줄 샐 정도로 낡은 녀석이었다. 주위에서 아버지가 똥차를 몰고 다닌다며 손가락질을 했다는데, 아버지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고 자서전을 통해 고백했습니다. 그 차는 프라이드였고,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내리는 구식이었습니다.
만 16세에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한 손흥민은 한국 식당에 갈 돈이 없었습니다. 손흥민은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해 구경했다. 아버지가 없는 돈을 전부 끌어다 독일로 넘어와 한국에서 가져온 밥솥으로 쌀밥을 지어주셨다”고 지난날을 회상했습니다.
가난도 손흥민의 축구를 향한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