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수직 구름서 생기는 얼음 알갱이… 떨어지며 최대 지름 10㎝까지 커져요
입력 : 2023.06.29 03:30
우박
▲ 지난 27일(현지 시각) 러시아 시베리아 남서부 도시 옴스크에 떨어진 우박.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백년전쟁(1337~ 1453) 때 일입니다. 영국의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푸아티에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프랑스 왕을 붙잡았지만, 프랑스는 항복하지 않고 격렬하게 저항합니다. 영국군은 최후의 전투를 위해 1360년 4월 13일 프랑스 북서부의 도시 샤르트르로 향했어요. 그런데 진격하는 도중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천둥·번개와 함께 달걀 크기의 우박이 쏟아졌답니다. 우박과 함께 내려치는 벼락으로 많은 기사와 병사 수백 명, 그리고 말 1000마리 이상이 죽고 엄청난 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지요. 에드워드 3세는 우박 현상을 '더 이상 싸우지 마라'는 하늘의 뜻이라 여겨 프랑스에 휴전을 제의합니다.
그런데 정말 우박에 맞아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요? 역사를 보면 우박으로 사람이 죽은 사례는 여럿 나옵니다. 1880년 4월 인도에서는 직경 7.2㎝, 무게 1.7㎏의 우박이 떨어지면서 246명이 숨지고 소와 양 1600마리가 죽었다고 해요. 공식적으로 기록된 가장 큰 우박은 1986년 방글라데시에 떨어진 1㎏의 우박인데 이 우박으로 92명이 숨졌지요. 지난 21일(현지 시각)에도 미국 텍사스와 콜로라도에 지름 10㎝의 우박이 쏟아지면서 4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답니다. 우리 역사에도 1301년(고려 충렬왕 27년) 5월 경북 안동 지방에 큰 우박이 쏟아져 우박에 맞은 고라니·사슴·참새가 모조리 죽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럼 우박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우박은 적란운(積亂雲)에서 지름 5㎜~10㎝ 정도의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는 강우 현상인데요. 우박은 수직으로 크게 발달한 거대한 적란운에서 발생합니다. 적란운은 높이에 따라 물방울, 과냉각 물방울, 빙정(작은 얼음 결정)이 분포돼 있습니다. 먼저 우박 핵이 상승 기류를 타고 상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과냉각 물방울과 충돌하며 크기가 커집니다. 무거워진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다가 강한 상승기류를 만나면 상공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과냉각 물방울과 충돌해 더 커집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다 우박 무게가 무거워져 상승 기류가 버티지 못하면 땅으로 떨어지죠. 대기가 불안정하고 상승 기류가 강할수록 큰 우박이 만들어집니다.
우박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다 보니 우박을 없애려는 연구도 있었어요. 특히 우박 피해가 컸던 구(舊)소련이 적극적이었답니다. 1972년 소련은 인공 강우 기술을 이용해 총 100만㏊(헥타르)의 농작물 경작지를 우박으로부터 보호했고, 코카서스 곡창 지대에서는 95%까지 우박 방지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지요.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우박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도 우박 피해를 막기 위한 기술을 빨리 개발해야 할 거 같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