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까지 8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
흑산도 공항
조홍복 기자
입력 2023.05.17. 03:00
'절해고도'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이르면 내년 초 흑산 소형 공항 건설이 시작된다. 2026년 하반기 개항할 예정이다. 사진은 흑산 공항 조감도. /신안군 제공
흑산도 주민 정일윤(70)씨는 최근 넘어져 엉덩이뼈를 다쳤다. 지난 11일 오후 4시쯤 쾌속선을 타고 2시간 만에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 숙소에서 1박을 하고 나서 다음날 목포의 한 종합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정씨는 “내원(來院)하려면 1박 2일은 기본”이라며 “10~3월 찬 바람이 불면 파도가 거세져 배 타기도 어려워 아프면 큰일이 난다”고 했다. 흑산도에서 20년째 거주하는 황현숙(55)씨는 “파도에 울렁이는 배를 타면 뱃멀미로 된통 고생을 하고, 심하면 극도로 불안에 빠져 약을 먹어야 한다”며 “섬에 산다고 배가 익숙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절해고도(絶海孤島)’ 전남 신안군 흑산면 흑산도는 뱃길이 끊기면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된다. 1970년대 배가 없어 맹장염 같은 하찮은 병으로도 목숨을 잃는 섬이 흑산도였다. 1985년 쾌속선이 취항하면서 목포와 그나마 2시간 거리로 가까워졌다. 최근 이 낙도(落島) 곳곳에 ‘흑산공항 건설 사업 확정’이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15년째 답보 상태였던 ‘흑산도 소형 공항 건설’ 사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2026년이면 주민의 불편도 사라질 전망이다. 흑산면 9개 섬 주민수는 11일 기준 3470명이다.
16일 전남도와 신안군에 따르면, 흑산도 소형 공항은 흑산도의 경제 중심지 예리항에서 북동쪽으로 1.6㎞ 떨어진 대봉산(해발 125m) 68만3000㎡에 들어선다. 국토교통부가 사업비 1833억원을 투입한다. 활주로는 길이 1200m, 폭 30m 규모다. 프로펠러가 달린 50인승 소형 항공기(ATR42 기종) 7대가 취항한다. 공항이 들어서면 서울 김포공항에서 흑산도까지 육로와 뱃길을 통해 8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 시간은 1시간으로 줄어든다. 이정수 신안군 기획홍보실장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등 일부 행정절차가 남았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하반기 개항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흑산도는 섬 전체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다. 공항 건설이 지지부진했다. 국립공원 족쇄는 지난 1월 말 풀렸다. 공항 예정부지에 대한 국립공원 해제안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것이다. 2008년 공항 건설을 추진한 지 15년 만이다. 조만간 국립공원 계획 변경 결정안을 고시하면 법적 효력이 생긴다. 신안군은 국립공원 면적 총량제에 따라 흑산도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진 신안 비금도 명사십리해변 일대 550만㎡를 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했다. 공항 부지보다 8배가 넓다.
서울에서 직선으로 355㎞ 떨어진 흑산도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여객선이다. 흑산도는 파고가 높으면 며칠씩 오가지 못해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은 큰 불편을 겪는다. 여객선 결항률은 11~13%에 달한다. 연간 110일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다. ‘흑산도 하늘길’이 열리면 주민의 교통 복지가 대폭 개선된다. 또 연간 관광객 36만명이 혜택을 본다. 김포공항발 흑산공항행 편도 예상 운임은 8만~9만 원대. 서울에서 고속열차(KTX)와 쾌속선을 연이어 탑승해 흑산도에 닿는 교통 요금과 비슷하다. 같은 비용이지만 이동 시간은 8시간에서 1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정수 실장은 “항공기 이용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며 “민간이 운영하는 지방 소형항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영토 수호 차원에서도 공항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흑산도는 중국의 항만 도시 칭다오와 직선으로 485㎞ 떨어져 있을 만큼 중국과 가깝다. 안보 확보와 불법 외국선박 감시 등을 위해서라도 흑산도에 소형 공항을 건립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섬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 향상, 지역경제 발전, 응급의료 서비스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