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효가 창건했다는 소요산 자재암. 소요산 입구에는 요석공주가 설총을 데리고와 원효의 환속을 기다렸던 '요석궁터'가 있다고 한다. |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 동두천 등 번잡한 도시를 다 지나면서 좀 여유가 있어질 무렵 눈앞에 보이는 소요산엔 원효가 창건한 자재암이 있다. 나라 안에 「원효가 지었다」는 절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소요산 자재암엔 독특하게도 요석공주와의 전설도 함께 서려 있다.
파계 후 세속의 옷으로 갈아입고 『모든 것에 거리낌없는 사람이라야 생사의 편안함을 얻느니라』는 「무애가」를 부르면서 여러 기행을 일삼던 원효는 소요산 계곡 벼랑에 초막을 짓고 정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요석공주가 아들 설총을 데리고 와 원효를 만나려 했으나 원효는 만나주지 않았다. 요석공주는 소요산 입구에 궁을 짓고 원효의 환속을 기다렸다.
하지만 원효는 아들 설총을 보는 것보다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는 게 더 중요했던가보다. 어느 비오는 날 밤 약초를 캐다 길을 잃은 아녀자로 변신한 관세음보살이 원효에게 하룻밤 재워줄 것을 부탁하며 은근히 유혹했다. 그러나 원효는 『마음이 움직이면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갖가지 법이 없어지노니, 나는 참된 수행의 힘이 있노라』 하며 물리쳤다. 그 여인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었다. 이튿날 좌선 중 관세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한 원효는 기쁨에 겨워 절을 짓고 자재암이라 불렀다.
절집은 대부분 아주 맛 좋은 석간수가 솟는데, 원효가 터를 잡은 자재암 나한전 동굴에서 흐르는 원효샘(원효정) 역시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고려때 서사시인 이규보도 원효샘의 물맛을 보고 「원효가 차를 끓이던 샘물이 젖같이 맛있네」 하는 내용의 시를 지었다.
△주변 볼거리= 자재암까지의 걸음품만으로는 좀 아쉽다 싶으면 소요산(536m) 능선에서 5월의 신록을 즐기는 것도 좋다. 자재암을 품은 소요산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원효폭포와 옥류폭포 등이 흐르는 계곡의 풍광은 높고 험한 산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거쳐 자재암∼상백운대∼나한대∼ 의상대∼공주봉∼원효폭포로 해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3∼4시간 걸린다.
소요산에서 승용차로 10분쯤 거리에 있는 포천신북온천(0357-535-6700)은 지하 600m에서 용출되는 국내 최대의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 매끄럽고 부드러워 갱년기 장애, 노화 방지, 피부미용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3번 국도를 타고 동두천을 지나 5km 가면 오른쪽으로 「소요산」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조금 올라가면 주차장이다.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거쳐 자재암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30분쯤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