停年退任 그 후 3年
...(前略) 그러나 사람을 가르치고 키우는 일만큼 값진 일은 없습니다. 철부지가 성장하여 훌륭한 나라의 기둥이 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교직을 선택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입니다. 교육자의 설 자리는 오직 교단으로 생명을 걸고 지켜야 할 중요한 무대이지요. 창의성을 발휘해 전진하는 만인의 사표로서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우리 OO여고 학생들! 교직원과 학부모님! 전 교육가족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항상 충만하시길 바라며, 또한 본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요즘 보기 드물게 성대한 정년퇴임식을 마련해준 많은 교육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교문을 나서려니 아쉬운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새 교실을 신축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콘테이너 생활을 하던 일, 우레탄.천연잔디운동장 조성을 위해 동분서주 하던 일, 교육과정운영 전국최우수상 및 전국테니스대회 우승 등으로 기뻐하던 일, 오랜만에 특정대학에 입학생을 배출하여 자신감을 심어주던 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환경과 학교조직운영으로 고등학교 표준모델을 만들기 위해 교육공동체와 지역주민이 땀흘리던 일 등, 나의 교직생활 중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 했던, 흘러간 4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지난 어느 정권의 엉뚱한 이론으로, 정년이 3년이나 단축되어 집으로 돌아오니,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엄습해 왔습니다. 많은 선배님들이 정년 후 3년을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고 충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정년이 3년이 남았다는 생각이었어요. 또한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3년을 보상 받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별다른 좋은 방안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주변정리를 하기로 했지요. 고향의 부모님산소에 들러 신고를 하고 돌아와 제일 먼저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를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평생 모아두었던 사진앨범 7권을 구조조정(?)하여 1권으로 압축시켰습니다. 모아 두었던 책, 여러 생활도구, 옷가지 등을 최소화하여 정돈하고 나니, 생활공간이 훨씬 말끔해졌습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여러 곳에 사는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2주일간의 일본배낭여행도 계획하여 다녀왔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허전한 마음은 메울 길이 없던 차, 2곳의 OO사립고에서 계약교장 제의가 있어, 그 중 한곳을 수락하여 부임했으나 정년퇴직자에 대한 교장임용제한이 강화되어, 교육부와 교육청의 이견으로 갈등을 빚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또 한번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가고 신학년도가 시작될 무렵, 무엇인가 열심히 빠져보고 싶어 집에서 가까운 공인중개사 고시학원에 등록을 하여 자격시험공부를 시작했지요. 이재와는 거리가 멀었던 팔자이기에, 부동산에 관한 법에도 너무 무지함을 실감했지요. 민법을 비롯한 6개 과목 강의가 하루 4시간 이상 토요일까지 이어지고 때로는 일요일 특강도 자주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2개월마다 전국모의고사를 실시하여 출제 난이도를 조절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예전 같지가 않았고, 워낙 법률에 대한 기초가 없었던지라, 점수가 엉망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수강생의 상당수는 부동산관련학과 재학중인 대학생들이고, 또한 절반이상이 여자수강생이었습니다. 국가자격증 임으로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인데, 40점 전후밖에 득점을 못했습니다.
예전 초창기에는 비교적 수월했다던 이야기를 듣고, 멋모르고 무모하게 뛰어든 것이 후회스러웠으나, 조그만 자존심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었읍니다. 인터넷강의도 수강하는 등, 하루 12시간 이상을 매달렸지요. 건강이 걱정되었으나 법을 조금씩 알아 가는데 기쁨을 느끼며 잘 견디어,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성적이 조금씩 향상 되었습니다. 민법, 세법 등 문제수준이 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시험문제와 평준화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10월말 전국 20만명 가까운 응시자 가운데 만여명의 합격생 속에 운좋게도 포함되어 크게 만족했습니다.(공인중개사 제6353호-건교부장관) OO고시학원에서 최단기, 최고령합격생이라 치켜 세웠습니다.
그 후에 3개월간의 수강으로 부동산경매사(제2008-130006:한국부동산경매협회장) 자격증을 얻었고, '08 신학년도부터 충남대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는 6학기(3년)과정의 풍수지리사과정에 등록였습니다. 풍수지리사과정은 30여개 국.공립대학 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립대 및 여러 학원에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1년 전후의 과정이고, 충남대만 유일하게 6학기의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시간단축을 위해 두학기 복수과정을 선택하여, 1년 6개월 만에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거쳐, 풍수지리사(전문) 자격증을 취득하였다.(제09300692호:한국국.공립대평생교육원협회장) 교육기간 중 오대산적멸보궁 등, 전국의 내노라 하는 명당자리를 관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힘이 들었지만, 전국유람의 즐거움도 느꼈지요.
한편, 한국수맥교육연구협회에서 실시하는 수맥상담사자격과정을 수료하여 수맥파에 대한 원리와, 수맥탐사, 상담, 처방에 관한 기능을 익혀 자격증을 취득하였다(수맥상담지도사: 090715자-4 한국수맥연구협회장). 또한 스포츠마사지1급(KUSMA제3010호:한국대학스포츠마사지연합회장)을 취득하여 노인요양원에서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OOO의 적극적인 권유덕택에 배우고 싶었던 마작을 지난해 10월부터 틈틈이 익혀 지금은 초보능력을 갖추어 가끔 어울려 즐김니다. 이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세월은 흘러, 빼앗긴 정년 3년이 다가 왔습니다. 이제 진짜 정년퇴임을 했습니다.(2009. 8. 31)
현재는 봉사활동과 周易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정말로 대업을 장식하였습니다. 퇴직자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조금도 손색이없으신 분입니다. 다시한번 수고하심을 경하드립니다 간강하세요
변변찮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림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