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그리고 6.10민주항쟁기념일
6월이다. 그리고 현충일연휴의 시작이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하여 정한 기념일이다. 엄숙한 날이라 지나간 시절의 얘기지만 이 날 술집에선 술도 팔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4일 후면 이제는 당당히 달력에도 표기되는 6.10민주항쟁기념일이다. 이날은 20여년전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 국민의 힘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게 된 단초가 된 날이다.
만약 애국선열들이 ‘6월의 대한민국’을 보시게 된다면 무슨 생각들을 하실까? 자신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조국이, 꽃피운 민주주의가 다시금 물대포에 군화발에 짓밟히는 2008년의 조국을 보며 괴로워하시지는 않을런지...
‘백일잔치’
지난 6월 3일은 이명박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 되던 날이었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난지 100일째되는날 아기만을 위한 축복행사인 ‘백일’을 열어왔다. 이날의 음식은 주로 떡이며, 떡은 백설기·수수팥떡·인절미·송편을 준비한다. 백설기는 장수를 뜻하고 정결·신선함을 나타낸 것이며, 수수팥떡은 부정(不淨)을 막고 부정살을 제거하는 주술적인 뜻이 있고, 인절미는 끈덕지고 여물기를, 송편은 속이 차라고 속을 넣은 것과 뜻이 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속이 빈 송편을 만들어 주었다. 새 대통령에 대한 ‘백일행사’가 이렇게 축복속에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이 날 ‘또 다른 백일’을 맞은 이가 있었는데 바로 퇴임 백일째를 맞은 노무현 전대통령이었다. 노 전대통령은 역대 전직대통령중 최초로 퇴임후 현실정치를 멀리하며 고향마을에 정착하는 등,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노씨아저씨의 봉하마을
3주동안 계속되온 남도기행. 대미를 장식할 해남, 목포땅을 목전에 두고 발길을 돌려본다.
이번주에는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어렵게 동녘땅 김해봉하마을로 발걸음을 내딛어보자. 물론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간직한채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방면으로 달리다 동창원IC를 빠져나오면 김해 진영땅이 보인다. 전직대통령의 고향이라 도로변에 설치된 이정표만 보아도 쉽게 봉하마을을 찾아갈 수가 있다. 봉하마을을 들어서는 진입로는 생각보다 넓지가 않다. 농로같은 진입로를 따라 우측편으로는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하는 각종 현수막과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갖은 사연을 담은 현수막을 구경하고 가다보면 어느새 작은 공터에 다다른다. 이젠 차를 세워야 할 시간이다. 공터앞에는 노 전대통령이 아침운동 후 커피를 마시러 들런다는 작은 매점인 “쉼터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우측으로는 새로 지은 사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온갖 루머를 담은 사저를 쳐다보면 어디서 그런 유언비어가 퍼졌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평범한 전직 대통령’의 집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노 전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다.
봉하마을의 명물 - 봉화산
노 전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봉화산을 이렇게 소개한다. “봉화산은 참 아름답고 신기한 산입니다. 해발 150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산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사방이 확 트입니다. 멀리는 겹겹이 크고 작은 산이 둘러 있고, 그 안으로 넓은 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들 가운데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볼 때마다 저는 손을 뻗어 잡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발아래에는 손바닥 만한 작은 들이 있고, 그 들을 둘러싸고 옛날 아내와 함께 소설 이야기를 하며 걸어다니던 둑길이 장난감 기찻길처럼 내려다보입니다. 당장에라도 내려가서 걸어보고 싶습니다”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사저앞에서 ‘노무현’을 외치고는 사진만 찍고가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이 직접 마을의 ‘홍보도우미’가 되기로 한 마음이 묻어난 글이다. 실제로 운이 좋은날에는 홍보도우미 전직대통령과 함께 봉화산을 오르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동양최고의 습지 - 화포천
봉하마을 동쪽에는 동양에서 제일 큰 습지라고 하는 화포천이 있다. 오염속에서도 생태계의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봄에는 온갖 풀꽃이 파랗게 싹을 내고 색색의 꽃을 피운다. 그중에서도 노 전대통령은 흐드러지게 핀 창포가 가슴을 들뜨게 만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화포천의 보존과 발전의 말도 잊지 않았다. “옛날에는 철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가릴 만큼 내려앉았던 곳입니다.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엊그제엔 기러기 몇 마리가 줄지어 날아가는 반가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옛날의 그 오리, 기러기들을 다시 불러들이려고 합니다.”
봉하마을에는 이밖에도 마애불을 거쳐서 봉화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 자은골로 걸어서 봉화대-관음보살상을 거쳐 도둑골로 내려오는 코스, 재실 앞 낚시터를 거쳐 화포천까지 갔다 오는 코스 등 가벼운 트렉킹을 즐길 곳이 널려있다.
장사가.. 끝내줘요!
봉하마을은 3월까지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먹거리장소가 없어서 수많은 인파가 불편을 겪기도 하였다. 쉼터마을에서 국수, 라면, 어묵 등을 사먹는게 고작이었는데 지난 3월, 마을 부녀회에서 '전통 테마식당'을 열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쇠고기국밥과 비빔밥 등을 팔고 있다. 전통테마식당에서는 6월부터 외부의 전문강사를 초빙, 짬짬이 교육을 받는 등 새로운 음식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한 언론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귀향이 지역경제에 약 3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을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봉하마을 근처의 한 주유소는 작년보다 매출이 평일에는 10%, 주말에는 30% 정도 늘었다고 하며, 주유소 부근의 진영갈비집, 함양국밥, 손짜장 등 식당들도 20~40% 매출 증가로 즐거워하고 있다. 물론 경기가 좋아지자 지역 땅값도 덩달아 올랐다고 한다. 봉하마을 인근 관광지의 경우 김수로왕릉과 한림민속박물관, 한옥체험관, 대성동 고분박물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등의 방문객이 50~90% 급증하였다 한다.
“노무현! 나오세요”
뭐니뭐니해도 봉하마을 최고의 관광코스는 노 전대통령을 만나보는 것이다. 요즘도 평일, 휴일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인파가 사저앞에서 노 전대통령을 만나기위해 ‘진’을 치고 있다. 이미 ‘농부’로 변신한 노 전대통령은 1시간에 한번꼴로 이들에게 화답을 하는데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기념촬영에도 응하곤 한다. 휴일없이 ‘근무’하던 노 전대통령도 얼마전부터는 월요일 ‘휴업’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래도 ‘고객중심’차원에서 일요휴무가 아닌 월요휴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TIP
로이스터를 만나고 오세요.
진주에서 모처럼 김해땅까지 갔는데 옆동네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즐기고 돌아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부터 이어지는 3연전은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SK와이번스와의 경기이다. 오늘은 현충일 휴일이라 오후 2시에 경기가 펼쳐지며 7일은 KNN중계로 인해 오후 4시 30분, 8일은 오후 5시에 경기가 펼쳐진다. 김해봉하마을에서 노 전대통령을 만나는 행운이 있는 분이라면 사직구장에서 로이스터감독의 심판을 향한 ‘멋찐 어필’도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유가에 집에서 편안한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은 서경방송 채널 42, MBC-ESPN에서 중계가 잡혀있다. (빠라 빠라빠 빠 빠 빠 빠. 빠라 빠라빠 빠 빠 빠 빠. 빠 빠 빠 빠!)
첫댓글 꼭 가보고 싶은 봉화마을.... 노대통령님 생각에 가슴 뭉클
2011년 1월 눈이 무지 오고 난 다음날 지인들과 봉하마을을 들어섰는데요. 새하얀 눈에 포근하게 안긴 겨울 봉하마을 여행도 강추합니다. 눈[雪]빛을 파고드는 맑은 겨울 햇살에 눈[眼]빛이 아름답게 빛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