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키드
‘캥거루키드’란 부모들의 과잉 보호로 인해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들을 칭하는 신 조어입니다. 어미 주머니 안에서만 사는 어린 캥거루에 비유해서 나온 말이겠지요. 하나 아니면 둘만 낳아 애지중지 키우는 우리아이가'자립도 제로''소비성 과다''사회낙제생'으로 길러 지고 있는 세태를 풍자한 말입니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는데 우리 부모들의 과도한 자녀사랑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 아이입장에서 보면 모자람만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어도 캥거루처럼 부모 품 안에서 보호 받으며 산다는 '캥거루족'. 끝끝내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노후를 갉아먹고 살아야 한다면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부모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캥거루키드’를 만들어 내는 출발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모가 시작한 과잉보호에서부터 입니다. 대학생인 자녀의 시험 범위를 물어보려고 교수한테 전화 건다는 학부모, 아들의 회사 인사팀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전화 한다는 부모가 있을 정도니 우리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하는 세태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과잉보호하며 키우는 자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평생 자립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립심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부모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자녀를 부모로부터 독립시키는 과정이라는 교육철학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비록 아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더라도 아이를 혼내거나 잔소리를 하지 말고 자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잔소리에 주눅이 들면 아이는 무엇이든 부모가 해주기를 바랄 것이고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캥거루키드'로 자라는 것이지요. 아이가 스스로 어떤 일을 해냈을 때, 설령 그것이 단추 끼우기나 자기 양말 찾기 같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기뻐해주고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자립심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닙니다. 부모가 얼마나 참아 줄 수 있는 가에서 결정되는 것이지요. 한 두 번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엄마가 해주었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결국 그런 생각이 습관으로 굳어져 점점 자립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많은 부모들이 지나치게 공부에 열중하는 것입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우등생이라는 수식어가 요즘 부모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의 목표 일 것입니다. 그래서 숙제나 공부하는 중이라면 물 한잔도 떠다 받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엄마들이 역설적으로 결국 아이를 작은‘캥거루족’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학교 다닐 때 주변에서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학교공부를 잘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공부만 잘하게 만드는 것이 아이를 제대로 교육 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모든 아이를 공부 잘 하는 박사님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가진 가능성을 키워주는 부모의 교육관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장차 아이가 자라서 이 나라의 손꼽히는 요식업계의 CEO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예술계의 큰 재목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업성적에만 포커스를 맞춘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캥거루키드’가 되는 것을 막는 한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이러한 캥거루키드의 실태를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어 소개합니다(일간지-06년 2월 매트로).
“직업이 없으면서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15~34세 사이의 니트(NEET:Not in Eployment,Education or Training-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족 가운데 직장을 구하려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원은 ‘청년니트의 실태와 결정요인 및 탈출요인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2004년 기준으로 국내 니트족은 121만4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15~34세 전체인구의 8.4%에 해당한다. 전체 니트족 중 일자리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족이 80만6천명에 달해 구직 니트족(40만7천명)의 2배에 수준인 것으로 조사 됐다. 비구직 니트족은 1995년 전체 15~34세 인구의 6.1%에서 2003년 5.1%로 증가 속도가 빨라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실업문제라기 보다 놀고 먹는 니트족의 증가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청년실업의 문을 어렵게 뚫고 취직한 직장도 신입사원들은 1년 뒤에 30%가 퇴사하고, 조금만 어려운 업무가 주어지면 못하겠다고 한다 합니다. 회사에서 좀 어려운 일을 시켰다고 싫으면 그만두면 되는 이런 젊은이들을 양산 한다면 장차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캥거루키드를 양산하는 자녀교육! 니트족을 양산하는 자녀교육은 이제 그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여러 가지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교육이란 결국 우리 아이를 독립시키는 과정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