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들은 보이지 않는 경쟁에 들어갔다. 보이지 않았던 경쟁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격차는 시민을 대하는 인식 차에서 파생되는 태도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추락하는 도시는 시민을 깔보고 부상하는 도시는 시민을 섬긴다. 존경하는 공무원 나으리들께서는 불법특혜사업이 얼마나 시민의 단결을 저해하고 성장의 잠재력을 갉아먹는지 똑똑히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대구시는 중앙지하상가 재개발사업을 한답시고 무리하게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적용시켜 불법성 시비대상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천시는 부평역지하상가 재개발 사업에 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시켜 지하상가 재개발사업의 귀감이 되었다. 상인의 뜻을 묵살하고 외지업체에 퍼주기한 지자체는 민형사 고소고발 대상임은 물론, 감사원 감사까지 받아야 할 지경에 처했다. 시민의 자주성을 신뢰하고 상인자주관리제를 도입한 도시는 세수 증대효과 외에, 상가현대화를 원만하게 매듭지었다. 담당공무원들에게는 덤으로 행운이 쏟아졌다. 인천시 건설교통국 건설행정팀 담당자는 부평역 지하상가 재개발사업-정확하게는 개보수공사-을 자신있게 성공사례라고 답변했다. 전임계장은 인사고과에서 점수를 더 얻어 승진해 부평구청으로 영전했다고 귀띔했다. 인천시는 개보수공사를 끝내고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감사원에서는 자료를 요청해서 검토해보고는 우수사례로 평가해주었다. 제발이 저렸는지 대구시 공무원도 다녀갔다고 한다.
이제 지하상가를 현대화하려면 먼저 부평역지하상가를 경유해야 할 참이다. 상인들에게 맡겨도 공무원 못지 않게 공평무사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된 것이다. 참여정부 고위공직자들도 부평역지하상가에서 배우기 바란다. 당신의 민중들은 믿고 맡겨주면 공익인간 못지 않게 공평무사하게 일처리를 해낸다. 부평역지하상가의 재개발 성공사례는 참여정부가 가야 할 이정표로 보였다.
김세훈 회장은 "대구시는 상인들을 내쫓고 난 뒤 외지업체에 무상으로 사업권 넘겨주었는데, 인천시는 원리원칙대로 해서 잘 안봐준다"면서 대구시 행정을 은근히 조롱했다. 재개발 논란으로 말많은 대구중앙지하상가 현장을 방문해보았다는 그는 단전단수에 불편을 겪고 있는 대구사람들 불쌍해 죽겠더라면서 안타까워했다.
부평역지하상가는 골조만 남겨놓고 상가형태를 완전히 바꿨다. 외형상으로는 신축한 것처럼 보였다. 2800여평. 421개 점포. 매장 크기 2.4평. 총공사비 62억원은 점포당 1500만원씩 분담했다.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도 실제 들어간 공사비용과 비슷하게 나왔다. 보증금은 없다. 월 관리비는 8만 8천원으로 평당 4만원이 못된다. 상인들은 조합을 결성해서 어엿한 회사를 설립했다. 이미 재개발을 끝마친 옛 중앙지하상가의 임대료 수준은 임대보증금이 평당 1700만원에 월임대료가 평당 15만원으로 서울특별시보다 높다. 그는 "98년부터 지방재정법이 시행되어 점포는 잡종재산으로 묶여 있다. 그런데도 대구시가 민간투자법으로 상가재개발을 감행한 까닭은 원칙을 벗어난 의뭉스런 뭔가가 있다"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공직사회가 터무늬없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면 눈총받는다. 민간투자법의 대구시는 무상 사용기간을 30년이 넘게 보장해주었다. 이렇게 빛좋은 개살구 행정이 또 있을까. 유통산업발전법의 인천시는 2005년 지방재정법에 의거, (주)부평역지하상가 법인과 유상 대부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재계약할 예정이다. 15년을 넘지 않을 전망이란다.
"대구가보니 깨끗하긴 했는데 홍보장 같았어요. 상인이 재개발했으면 그렇게 겉만 화려하게 하지 않지요. 지하상가는 부자들이 이용하는데가 아니거든요. 보고 호기심에 금방금방 사게 해야 합니다.지하상가는 진열장이 아니예요. 상가관리만 하고 장사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김세훈 회장은 인천시에는 15개 지하상가가 있는데,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대로 부평역지하상가 방식으로 재개발해서 년 수입 45-60억을 거둬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평역지하상가만 해도 6억1천여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이렇게 짭짤한 재미를 본 인천시에서는 상인들이 상점조합을 결성해서 재개발 신청을 해오면 하자가 없는 한 바로바로 허가를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인근에 있는 안양시는 엉뚱하게도 시장이 총대를 메고 하자 많은 민간투자법으로 지하상가를 재개발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시장님이 지하상가 재개발을 챙기는 곳에서는 구린내가 나기 마련이다. 공직사회 또한 왜 시장님이 '뺄셈 재개발'을 선택하려는지 그 속셈을 썩 모르진 않을 것이다. 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실패사례를 찜해놓고 재개발사업을 강행하려고 한다고 하니, 도대체 이게 무슨 수작이란 말인가. 안양시가 헛것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이, 전국의 지하상가 상인들은 안양시를 요주의 대상에 올려 놓고 감시의 눈초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번 대구지하철참사에서는 공공성을 담보해내지 못하는 민영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하철참사가 발생하고 일주일이 흐르자, 대구시는 김영창 종합건설본부장을 지하철공사 사장 권한대행에 임명했다. 시민사회단체 대책위는 "대현실업이라는 민간업체에 불법적으로 개발권과 중앙네거리 지하공간의 소방관리권을 포함한 관리권까지 부여함으로써 방화벽이 닫혀 대형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즉각 해임할 것을 주장했다.
대참사를 수습하는 대구시는 비상탈출구를 봉쇄한 지하상가 관리기업의 죄악성을 문제삼지 않았다. 검찰 경찰도 만만한 기관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의 죄를 뒤집어씌워 초동단계에서 구속했지만 돈 많은 사장님은 수사대상에도 올리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공직사회의 무죄를 주장할 자 누구인가?
상가보호를 목적으로 방화벽을 설치해도 인명보호용이라야 한다. 이 땅의 참사행정은 언제 뿌리가 뽑힐까.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책임에서 발뺌하고 민심을 교란하고 약속 파기나 일삼는 공무원들을 먹여살릴 것인가? 대한민국이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진화를 했어도 대참사를 수습하는 태도는 못된 관료들 타성 그대로였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보다 더 나쁜 것은 절망하게 만드는 정부이다. 내일이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모르고 살아가는 나라보다 더 비참한 겨레가 어디 있으랴. 참여정부에도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도대체 행정의 유용성을 찾아보기 어려우니, 대한민국에 살면서 당해본 사람들은 모두 무정부 국민이 된다.
청와대에 떨어진 날벼락은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것으로 믿었던 대통령의 성의 부족에 대해 대한민국 양심들이 내리친 호통으로 받아주면 좋겠다. 대통령의 눈물 한방울을 믿지 않는다. 친구같은 대통령의 가치를 참사의 현장에서 체험해 보고 싶었던 너와 나의 꿈은 산산히 무너졌다. 대통령은 당신을 청와대로 보내준 국민보다 공무원을 더 감싸고 돌아야 하는 행정부 수장인가 보다. 대통령께서는 민생에 더 많이 개입해주면 좋겠다.
참여정부는 망할려고 작정을 했는지 지방혁신 프로그램은 가동하지 않고 국가신인도를 파탄낸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전략' 국내 프로그램 같은 지방분권에 사활을 걸고 있다. 권한만 주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꼴통 지방행정에 날개를 달아주면 참여정부만 멍든다. 당해본 사람들은 지방분권을 두려워 한다. 시민사회에 '시민감사관제도'라도 먼저 선물로 주고 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지방에 이전해도 늦지 않다. 시민감사관제도가 있었더라면 상인잡고 숨막히게 하는 안하무인식 행정이 발붙이진 못했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시민사회에 이양하지 않고 진행한다면 지방이라는 공룡공화국이 등장할 것이다. 지금 지방정부는 아무 눈치볼 데가 없어서 문제 아닌가. 지방분권이 참여정부에 줄을 댄 교수들 머리에서 계산된 지방대학 교수들 자리챙겨주기 위한 음모가 아니기를 바란다. 지방혁신을 등한시하고 지방분권을 강행한다면 중앙정부가 지방토호들과 부패한 사립대학에 국가재정을 하납하는 봉변을 초래할 것이다.
때마침 감사원에서 "공공기관의 위법·부당한 행정처리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민원제기사항 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정말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하여 실시하는 강도 높은 직무감찰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감사원에 감사(感謝)할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군정종식 끝났으니 상인들을 투사로 만드는 무데포 행정을 종식시킬 차례이다. 상인들이 경영의 주체로 참여하게 배려하는 행정은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인 '국민과 함께하는 생활민주주의'가 구현된 형태이다. 부평역지하상가는 행정이 개척한 생활민주주의의의 산 전시장이었다. 참여정부가 성공하려면 지방분권 세력 배를 불릴 것이 아니라 지방혁신 세력들 기를 살려줘야 한다.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지방혁신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부평역지하상가 재개발 사업은 지방혁신 성공사례로도 안성맞춤이다.
부평역지하상가 때문에 계약만료되어가는 지하상가에 빨대 꽂으려던 사람들은 철퇴를 얻어맞게 되었다. 가스통으로 자폭하겠다는 심정으로 투쟁을 준비했단다. 다행히 최기선 전시장이 민생사업으로 추진하도록 해주었다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계약만료 상태에 이른 지하상가들이 복마전 잇권사업이 아니라 상인들을 경영의 주체로 세우는 국민참여 민생사업이 되도록하는데 큰 족적을 남겼다. 대한민국 지하상가를 상인들이 재개발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