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열네째날(8월3일.일요일)
■ 오늘의 일정 = 오스트리아 Tarrenz - 티롤 지방 - 스위스 취리히 - 바젤 비트라 뮤지엄 - 인터라켄
■ 오스트리아 Tarrenz란 곳에서 잠을 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가 처음이 아니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티롤 산골짜기의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는 색다른 경험은 오래 기억이 남을 것이다. 이런 곳의 하룻밤은 자동차로 유럽여행을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바로 눈앞에 깍아지른 듯 높은 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정말 푸른 목초지대가 펼쳐져 있다. 교회 종소리도 때마침 울려퍼졌다.
주인집 할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나와 다시 스위스쪽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렸다.
티롤이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걸쳐 좌우로 뻗어 있는 알프스 산맥중 한 줄기인지라 계속 산이다.
지형이 지형인지라 계속 터널이 나온다. 스위스를 막 접어들자 무려 길이가 10.4 km나 되는 터널도 지났다. 이 터널을 뚫느라 엄청난 돈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터널 통행료를 내라고 했다. 가도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다 보니 통행료를 낼만도 했다. 이 터널이 없었다면 상당히 우회하느라 시간은 물론이고 기름값도 더 지출해야 했을 것이다.
스위스로 접어들기 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접경에 있는 조그만 나라 리히텐슈타인도 지나갔다.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국경이 구분이 없고. 모두 비슷해보였다.
산악 지대 나라인데도 중간 중간에 맑은 호수가 그렇게 많은지. 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다 보이는 산골짜기 마을에서는 정말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고 있을 것 같았다.
스위스 취리히 시내를 지나서 다시 서쪽으로 달려 독일, 프랑스, 스위스 3개국의 국경도시인 바젤에 도착했다. 바젤이 3개국에 모두 걸쳐 있어 바젤 상세 지도에는 독일 바젤, 프랑스 바젤, 스위스 바젤로 각각 표시가 돼 있다.
우리는 스위스 바젤을 거쳐 독일 바젤로 건너가 그 인근의 Weil am Rhein이라는 곳에 자리잡은 비트라 뮤지엄이라는 가구 박물관을 찾았다.
Vitra라는 가구회사가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을 초빙해 설계해서 만들어 건물 자체가 유명해졌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희한하게 생긴 건물들과 전시돼 있는 갖가지 디자인의 의자들을 살펴봤다.
다시 스위스쪽으로 향했다.
스위스 바젤쪽으로 들어오는 경계에서 통행료를 받았다. 30 유로를 내라고 해서 지불했더니 차량 앞유리에 '03'이라고 씌어진 스티커를 한 장 붙여주었다. 2003년 한해동안 스위스 고속도로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1년치 통행료를 냈다고 하는 표시란다. 우리처럼 잠깐 스쳐가면 스위스 고속도로를 이용하건, 매일 같이 이용하건 1년치 통행료를 한꺼번에 내는 식이었다. 희한한 제도였다.
그런데 우리가 오스트리아쪽에서 스위스로 들어올때는 그런 통행료를 받지 않았는데, 독일쪽에서 진입하는 국경에서만 통행료를 거두는 것도 이유가 궁금했다.
바젤에서 남쪽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이용하며 달려 툰호(Thuner-see)와 브리엔츠호(Brienzer-see) 두 호수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인터라켄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은 알프스의 가장 유명한 산인 융프라우, 아이거 등으로 올라가는 입구여서 일년내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