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산(1237m)
(전북 장수군)
높고 파란 가을 하늘과 억새밭의 대향연이 펼쳐진 호남의 종산!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장안산은 백두산,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소백산, 치악산, 설악산과 함께 우리나라 8대 종산 가운데 호남지방의 종산이자 우리나라 13 정맥의 하나인 금남호남정맥의 맹주가 되는 산이다. 종산은 풍수지리상의 용어로 혈용(수맥과 산맥)의 조화가 크게 이루어진 산을 말한다.
백두대간 영취산서 깃대봉을 가다 바라본 여명의 장안산
금남호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인 장안산은 1986년에 산 첩첩의 고장 장수군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을 탄생시켜 백두대간의 기운을 충청도와 전라도에 전하는 명산이다. 장수군 계남면 백화산(851m)서 남쪽으로 바라본 장안산은 남방을 지킨다는 신으로 알려진 상상의 새인 주작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형상으로 힘차게 솟구쳐 있어 보기 좋다.
장안산의 둥글고, 단정하면서도 유연하게 중첩되어 있는 산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장안산은 지리산(1950m)부터 백운산(1279m)을 거쳐 덕유산(1614m)까지 장쾌하게 뻗어나간 백두대간 산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장수 팔공산(1151m), 덕태산(1113m), 성수산(1059m), 삿갓봉(1131m) 등 장수군의 태산준령을 감상할 수 있어 호남 제일의 전망대라 불린다.
억새밭의 대향연이 펼쳐진 장안산(뒤는 백두대간 백운산)
장안산은 4계절 모두 탐방하기 좋지만, 특히 겨울의 눈꽃 산행, 가을의 억새 산행으로 유명하다. 또 무룡고개까지 차도가 나 있어 쉽게 등산할 수가 있고 무룡고개서 장안산을 오르는 길은 평안하고 유순한 느낌을 주는 완경사의 길이라 노약자를 포함한 가족 산행으로도 제격이다.
오늘은 연리지 산악회 안내 산행 날이다. 1998년 4월 12일 장안산을 처음 등산한 후 오늘이 다섯 번째 등산이다. 그동안 대전 학원연합회 산악회, 정암 산악회 등을 안내 산행했다. 해발 930m인 무룡고개서 금남호남정맥 능선을 타고 단독으로 영취산(1076m)을 향해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9:50).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 능선을 타고 14분쯤 올라가 백두대간의 산 영취산에 선다(10:04).
영취산에선 북쪽으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산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길로 물을 건너지 않고 속리산, 오대산, 설악산 등을 거쳐 백두산까지 갈 수 있다. 삼각점(함양 309. 2002 복구)이 박혀 있는 영취산의 조망은 백운산과 괘관산(1252m)이 웅장한 모습으로 보이고 중치 8.2km, 육십령 11.8km(7시간)란 푯말이 서있었다. 이어 올라온 길을 역으로 그대로 되내려가 무룡고개로 돌아와 장안산을 향해 산에 올라간다(10:15).
부드러운 금남호남정맥 능선을 타며 바라본 장안산 고스락(정상)
금남호남정맥 능선 길은 유순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길이라 진행이 쉽다. 조금 후 팔각정이 설치된 977봉 옆 능선을 통과하고 과목 계곡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을 지난다. 능선 길은 눈이 두껍게 덮여 있어 눈꽃 산행으로 제격이다.
전망이 트이는 능선에 서니 지리산 천왕봉부터 반야봉까지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한다. 1,132봉우리 오르기 직전 정맥 능선을 왼쪽으로 잠시 벗어나 20m쯤 내려가 샘터에서 약수로 목을 축인다. 다시 정맥 능선으로 올라와 1,132봉우리를 통과한다.
이제 눈이 허벅지까지 깊이 빠져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른다. 시종일관 지리산과 벗 삼아 진행해 아주 기분 좋은 산행이다. 또한 왼쪽으로 백운산, 월경산(980m), 봉화산(920m)의 백두대간 산줄기를 바라보며 거침없이 산에 올라가 삼각점(함양 11)이 박혀 있는 장안산 꼭대기에 올라선다(11:15). 오늘 장안산 정상에선 환상의 조망이 열렸다.
정상의 조망(백두대간 백운산이 옹골차게 조망된다.)
지리산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사로잡고 남덕유산은 날카로운 칼날 같다. 덕유산도 훤히 보이고 광주의 무등산(1186m)까지 구름 위에 떠 있다. 남덕유산서 뻗어나간 금원산(1353m), 기백산(1331m), 거망산(1184m), 황석산(1192m)은 가까이 있고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인 팔공산, 덕태산, 성수산이 조망된다. 금남정맥의 맹주 운장산(1126m)도 시야에 와 닿고 운장산 오른쪽 멀리 대둔산(878m)이 펼쳐진다.
20분쯤 조망을 즐기며 대원들을 기다린 다음 금남호남정맥을 이탈하여 중봉으로 나아간다(11:35). 중봉 가는 길은 눈이 더욱 쌓여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 10분쯤 내리고 오름 하여 중봉(1,234m)에 선 후 완만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하봉(1,205m)을 지난 능선 길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바뀐다. 다행히 위험한 구간은 밧줄이 달려 있어 도움을 준다.
장안산 정상을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나 점심을 먹는다(12:35). 식사 후(13:00) 조금 내려오니 법년동1.5km, 장안산 4km 안내판이 서있는 덕천 고개다. 왼쪽 산 사면을 타고 하산할 수도 있지만 팻말이 가리키는 직진 능선 길로 나아간다. 조금 올라간 능선에서 2개의 봉우리를 넘어 906봉에 올라선다.
이젠 본격적인 하산 길이다. 왼쪽으로 나 있는 능선 길을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내려서니 덕산저수지 차도가 나타나며 타고 온 관광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13:50). 하늘로 뻗치고 땅으로 흐르는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장안산 등산은 온갖 시름 다 잊고 뭉클한 감동과 함께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