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의 추천으로 전쟁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다. 바로 그 유명한 <블랙호크다운>이다. 전쟁 영화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지만 녀석의 강력한 추천에 보게 되었다. 결국 나는 녀석 덕분에 좋은 영화를 하나 알게 된 셈이었다. <블랙호크다운>은 스탭롤이 다 올라간 다음에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대단한 영화였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소말리아의 내전을 잠재우기 위해 파견된 미군이 수행하기로 한 작전이 블랙 호크Black Hawk 헬기가 RPG에 격추 당한다. 그리고 이를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가 파견되었다. 하지만 반란군과의 전투로 구조대에서도 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2차 구조대로 파견된 다른 블랙 호크 헬기마저 격추 당하여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전이 어느 새인가 19시간의 생지옥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시가전이 시작된 이후 지옥 같은 전쟁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말리아 소년병이 총을 실수로 아버지한테 발사해버리는 장면, RPG에 의해 하반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미군의 시체, 허벅지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기위해 맨손으로 총상을 헤집어대는 장면과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발사해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동료의 모습 등 전장을 리얼하고 그만큼 끔찍하게 표현해냈다. 그리고 이러한 전장의 아비규환 속에서 피어나는 멋진 전우애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물론 이러한 점 때문에 영화를 단순한 찬미주의 영화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 큰 무리는 아니지만 부상병만 아니라 전사한 전우의 시체까지 남기지 않고 회수하기 위해 적진으로 돌격하는 미군 부대의 'Leave No Man Behind' 정신은 분명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정신이 모병제인 미군이 강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