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교 때문에’, ‘수업 때문에’ 피곤하다.
수업을 잘 해보고 싶은데, 아이들과의 관계 때문에 수업조차 잘 안되는데,
많은 행정업무를 처리하면 저절로 피곤해진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고 공감해줄 여유조차 없다.
묻기 전에 반응하는 것은 고사하고 물어본 말에도 ‘욱’하고 짜증이 밀려오고, ‘화’를 내는 나를 발견한다.
수업시간에는 수업만 하고, 조종례때는 조종례만 한다. 아이들과 만나지 않고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말을 섞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고, 규칙을 강조하고
그 규칙을 지키기 위해 또 규칙을 만들어 일방통보한다.
자신을 뺀 나머지들을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신변잡기에 빠지기를 더 좋아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프고 싶고, 학교가기 싫고, 웃음과 관심이 사라지고, 교실 문 앞에서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러다 진짜 아파오고 출근하면서 퇴근을 기다리고 자기 자신마져 비난하기 시작한다.
바로 소진(消盡;burn out)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피로는 어떤 것인지 스스로의 진단이 필요하다.
업무의 피로인지, 수업의 피로인지, 관계의 피로인지, 개인사적인 피로인지를 알아야
대처방안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가르침의 용기』에서 파커 J.파머는
교사의 소진하는 시점은 ‘자기가 그렇게 살지 않고 있는 이야기를 가르치기 시작할 때’라고 했다.
우리 일상의 피곤함은 일반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하기 싫은 것을 해야만 할 때’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듯 하다.
자신의 피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자기나름의 처방을 통해,
학교도, 수업도, 아이들도, 업무도 자기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오늘이 인생이고, 일상이 인생이다. 물만 셀프가 아니고 나의 행복도 셀프다.
[출처] 이 글은 나의 블로그 ‘아이엠어스쿨’(http://ycb0301.blog.me)의 ‘담임은 연습이다’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윤성관선생님 강의 원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