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할 때는 망설이다가도 해약할 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보험의 가입과 해약은 모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보험 해약 권유가 많은 시기에는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절대로 해약해서는 안 되는 보험&해약하는 것이 좋은 보험.
기획·김수근 기자, 최영선(프리랜서)/도움말·고진선
김 모 주부는 어느 날 보험설계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IMF 때인 97년 말 가입한 저축성 보험을 해약하고 종신보험에 가입하라는 이야기. 해약을 해도 별 손해가 없을 뿐더러 종신보험이 그 전 보험의 보장 내용을 다 포함하고 있으니 훨씬 좋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요즘 이런 식으로 기존의 보험을 해약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하라는 권유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97~98년 사이에 판매한 고금리 보험의 만기가 다가온 데 있다. 당시 약속된 금리는 10%대. 현재 금리가 5~6%인 것을 감안하면 그때의 보험들이 얼마나 보험사에 부담이 될 것인지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보험설계사들의 해약 권유는 고금리 저축성 상품들에서 시작해 이제는 암보험 등 보장성 보험까지 번지고 있다.
해약하는 것이 유리한 보험과 해약하지 말아야 할 보험이 궁금하다.
이런 보험은 해약하지 마세요
▶ 97~98년 가입한 확정금리 저축성 보험
97~98년 가입한 확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은 절대 해약해서는 안 되는 보험 0순위.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판매되었던 보험 상품 중 알리안츠 제일생명의 무배당 장기국민복지연금은 금리가 22%나 되었다.
이밖에 삼성생명의 듬뿍저축보험, 교보생명의 우대저축보험, 대한생명의 파워저축보험이 9.5%의 확정금리 상품으로 판매되었다. 이들 상품은 중간에 생활자금을 지원받지 않으면 금리를 1% 더 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10.5%나 되는 고금리 상품이다.
현재 시중의 금리는 5%대. 이들 보험을 해약하는 것은 들어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차는 거와 다름없다. 이들 상품은 7년 만기, 10년 만기였으니 지금까지 반 이상 부어온 셈. 경제 사정이 나빠져 보험금을 납입
하기 힘들더라도 웬만하면 만기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확정금리형 개인연금 보험
확정금리형 개인연금은 가급적 중도에 해약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예정 이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상품 예정 이율을 보면 1999년 3월 이전에는 9.8%, 99년 4월에는 7.5%, 2001년 4월에는 6.5%로 크게 떨어졌다.
이런 금리 변화는 10월경 다시 한번 있을 예정이다. 기존에 개인연금에 가입했던 사람이라면 그대로 상품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상품에 가입할 사람이라면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가입해야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 가입한 지 3년이 지난 저축성 보험
가입한 지 3년이 지난 저축성 보험이라면 아무리 금리가 떨어졌어도 해약하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저축성 보험은 대개 가입 후 2년까지는 낮은 이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처음 가입했던 시점부터 높아진 이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 보장금리가 7~8%인 보험
어떤 보험이든 보장금리가 7~8%라면 해약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중 금리로서는 이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만한 투자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이 나빠졌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
건강이 나쁘거나 나이가 많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높은 보험료를 내야 된다. 종신보험의 경우엔 건강진단서를 첨부해야 보험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 자체가 거부될 수도 있다.
▶ 순수 보장성 보험
암보험, 자동차보험 등 순수 보장성 보험은 되도록 경제 사정이 안 좋더라도 유지하는 게 좋다. 만일 사고가 났을 때 더 큰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만일을 위한 안전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경제 형편이 나빠져 보험료를 내기 어렵다면, 보험 효력을 중지시키도록 신청한 후 나중에 경제 형편이 나아진 다음에 다시 보험료를 내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30대에 가입한 보험
20~30대 초반에 가입한 보험은 해약하면 상대적으로 손해가 크다. 암보험이나 개인연금은 나이에 따라 보험료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 보험을 해약하면 나중에 다시 가입할 때 더 큰 보험료를 내야 한다. 차라리 보험료를 내지 못해 해약할 상황이라면 해약을 하지 않은 채 효력 상실 상태를 유지한 다음,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을 때 계약을 되살리는 방법을 활용하는 게 낫다.
이런 보험은 해약 후 다른 보험에 가입하세요
▶ 5~10년 이하의 보장성 보험
한동안 보험료를 낮춘 건강보험이 인기를 끌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보장 기간이 5~10년 이하다. 이런 기간에는 보장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럴 경우 보험료를 더 들이더라도 보장 기간이 긴 보험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보험을 해약하고, 다른 보험을 가입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보험 가입자의 나이가 많으면 그만큼 보험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장 기간이 60세 이하인 암보험
암의 발생률은 60세 이상에서 가장 높다. 때문에 60세 이전까지만 보장되는 암보험은 보험의 가치가 떨어진다. 만약 60세 이하의 나이에 발생하는 암만 보장하는 보험이라면 해약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장 시점이 끝나는 60세 이후에 다시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 연령대의 암보험 가입을 거부한다.
▶ 보장 제외 항목이 많은 경우
상해보험을 보면 비행시 탑승 사고, 주중 교통사고 등으로 보장 내용에 제한이 있는 보험은 사실상 보장을 받을 경우가 드물다. 이런 보험은 차라리 해약을 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 대해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약할 때,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 해약은 신중하게
보험은 일단 가입하면 보험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약을 유지해야만 보험을 든 의미가 있다. 때문에 무턱대고 보험 해약을 결정하는 것은 금물. 꼭 해약을 해야만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을 하도록 한다.
▶ 가입 후 15일 안에 해약하면 손해 없어
그냥 말만 듣고 보험에 가입했는데 생각했던 거와 다르다면 지체없이 해약하도록 한다.
잘못 알고 가입한 보험은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청약 후 15일 안에 보험사에 계약 철회 의사를 통보하면 납입 보험료를 고스란히 되찾을 수 있다.
또 보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약관, 청약서 등을 받지 못한 경우엔 3개월 내에 계약을 철회, 납입한 보험료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 해약 시점을 잘 계산해야
기존 보험을 해약한 후 다시 보험에 들려고 한다면 해약 시점을 잘 계산할 필요가 있다. 암보험 등 건강보험의 경우 보장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가입 시점으로부터 90일이 지나야 한다. 진단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보험회사의 검진 결과가 보험 가입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와야 보장 효력이 생긴다.
때문에 기존의 보험을 해약하고 종신보험으로 하는 경우에는 건강상 진단을 통과한 후에 해약을 해야 한다. 또 암보험의 경우에는 새로운 암 관련 보험이 효력을 발생하는 시기인 가입 후 90일이 지났을 때 기존의 보험을 해약하는 것이 좋다.
▶ 해약 환급금 때문에 속상해할 필요 없다
보험을 중간에 해약하게 되면 지금까지 납입한 돈보다 적은 돈을 해약환급금으로 받게 된다. 많은 이들이 원금보다 적은 돈 때문에 속상해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보장성 보험은 만기까지 납입해도 특약 보험료 때문에 납입 원금을 다 받지 못한다. 때문에 원금은 다 받지 못하는 것은 해약을 하나 그렇지 않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