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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잠재운 노래 솜씨
검은 바다는 하얀 포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두움에 바다마저 검은색이었다. 철석거리는 파도소리 때문에 바다인줄 알지, 파도소리도 없다면, 근무지는 정말 고요하고 캄캄한 한밤중 어느 시골로 알 것이다. 저 멀리 깜박이는 등대불도 이곳이 바다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물체였다. 그날따라 바다에는 고깃배조차 떠 있지 않았다.
“야, 이문래.”
“예, 이병 이문래!”
같이 근무를 나간 이광준 상병이 이문래 이병을 불렀다.
“너, 노래 한 곡 해보그라.”
“예, 알겠습니다.”
“노래 발사.”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소곤대는 너와 나를 흉보는가봐/ 설레이며 말 못하는 나의 마음을/ 용기없는 못난이라 놀리는가봐….”
이문래 이병은 <나는 못난이>를 신나게 불렀다. 노래가사에 감정을 담는 것이 아니라, 노래 자체에 현실의 감정을 담아서 뱉어내기 시작했다. 신나는 노래조차도 근무지에서 부르면 슬픈 곡조로 바뀌었다. 사람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노래는 파도를 타고 동해바다로 흩어졌다. 다행히 파도소리 때문에 멀리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부산이 고향인 이광준 상병은 이문래 이병의 노래가 끝나자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노래를 이어 불렀다. 근무지의 노래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그저 가사만 알고 대충 박자만 맞춰서 흥얼거리면 된다. 음치라도 상관이 없다. 파도소리가 모든 걸 다 감춰주기 때문에 어떻게 불러도 최고의 노래가 되는 것이다. 노래는 추위와 지루함과 외로움과 무서움 등을 함께 치유해주는 만병통치약이었다.
에이(A)형 근무를 설 때는 무려 13시간 이상을 근무지에서 떨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이동식 근무가 아닌 고정식 근무였기 때문에 한 근무지에서 13시간을 서서 밤을 보내야 했다. 한 겨울에는 방한화를 신고 있어도 발이 무척 시렸다. 그러면 시린 발을 녹이기 위해 13시간 동안 제자리 뛰기를 했다. 제자리 뛰기를 오래 하면 발에 땀이 나서 더 빨리 얼었다. 그러면 또 동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자리 뛰기를 계속했다. 결국 밤새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이다. 발에 열이 나고 힘이 들면 조금 쉬었다가 추우면 또 뛰고 하는 것이다.
“가고파 목이매어 부르던 이 거리는/ 그리워서 헤매이던 긴긴 날의 꿈이었지/ 언제나 말이 없는 저 물결들도/ 부딪혀 슬퍼하며 가는 길을 막았었지 ~”
이문래 이병은 이광준 상병의 노래를 이어받아 2절을 불렀다. 노래 속에는 엄청난 감정이 투여되어 있었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 입대 전 함께 지내던 친구들, 학교시절이 함께 노래 속에 들어가 있었다. 한 곡 한 곡 부를 때마다 주마등처럼 그렇게 추억은 온몸을 휘감고 스쳤다.
“쉿!”
갑자기 이광준 상병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이문래 이병은 노래를 멈추었다. 이광준 상병은 총을 근무지 왼쪽으로 향해 겨누었다.
“마늘!”
그러더니 어둠을 향해서 암호를 외쳤다. 이문래 이병은 아무리 봐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뭐 때문에 어둠을 향해서 암호를 대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광준 상병이 그런 자세를 취하고 암호를 대기에 이문래 이병도 같이 따라서 총을 겨누었다.
“단군.”
어둠 속에서 암호를 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캄캄함 어둠 속에서 어떻게 누가 오는 것을 감지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누구냐!”
“소대장 김 중위이다.”
어둠 속에서 말소리가 들리고 조금 있으니 정말 소대장과 전령이 나타났다. 근무를 잘 서고 있는지, 아무 이상이 없는지를 알기 위해서 소대장이 순찰을 나온 것이었다.
“단결!”
“단결.”
“이 이병.”
“예, 이병 이문래.”
“근무 설만 한가?”
“예, 그렇습니다.”
소대장은 이문래 이병을 위로하고는 다음 근무지로 이동을 했다. 이문래 이병은 누가 온다는 것을 하나도 감지 못했는데, 이광준 상병은 신기하게도 순찰자가 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 상병님,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하나도 안 보였습니다.”
“너도 오랫동안 근무를 서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기라. 마, 잔반이 말해주는 기라.”
“예, 어떻게 말입니까?”
“이 이병. 간첩은 말이다. 앞에서만 오는 것이 아닌 기라. 옆에서도 오고 뒤에서도 오고 하늘에서도 온다고 안 그러나. 그러니까 육감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기라. 눈과 귀만 갖고는 간첩을 잡을 수가 없는 기라. 눈을 감고 있어도 누가 오면 벌써 200m 앞에서도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고 안 그러나. 노력하그라.”
이문래 이병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육감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기관감각을 다 이용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처음부터 잘되지 않았다.
“너그, 여기 돌면 첫 번째 집 안 있나? 그 집이 보안대에서 그러는데, 고정간첩이 산다고 안 그러나. 밤에 북한에서 오는 간첩들과 몰래 접선을 한다고, 우리 보고도 늘 관심을 두라 카더라. 손전등을 깜박이거나 무전을 쳐서 우리의 근무 상황을 적에게 알려 준다 카더라. 그러니 그 고정간첩이 우리 근무지를 언제 뒤에서 습격할지는 모른다 안 카나. 몰래 와서 우리 목을 이렇게 따는 기라. 그러니 근무는 앞만 보는 것이 아닌 기라. 상하앞뒤전후를 모두 살펴야 하는 기라. 단대이 서그라.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이 이병, 조금 있으면 아까 소대장 순찰이 돌아올 기라. 내가 이쪽은 볼 테니, 너그는 소대장이 오는 것만 잡아봐라. 알겠냐? 못 잡으면 나한테 혼날 줄 알 거래이.”
“예, 알겠습니다.”
“그라고, 저기 길가에 있는 근무지 있제. 거기는 아주 조심해야 한데이. 거기는 딸애들이 자주 놀러온다 안 카나. 마, 군고구마, 곰치구이, 오징어를 들고 딸애들이 오빠카며 온다. 그 애들은 잘 챙겨야 한데이. 집으로 타일러서 보내라는 기다. 가들은 여기 주위에 있는 여고생들인 기라. 밤에 심심하니 사귀자고 하는 기라. 너도 들었제. 얼마 전에 함 하사가 잘못해서 임신을 시킨 거. 개 어머이가 부대에 와서 난리를 치고 갔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카더라.”
정말 그런 사건이 있었다. 함 하사는 우리 중대 병력은 아닌데 같은 대대 병력이었다. 함 하사가 여고생과 놀다가 임신을 시켰다. 그 여고생은 임신한 사실을 안 들키려고 붕대로 배를 감고 학교를 다니다가 달이 차오자 그의 어머니에게 들켰다. 어머니가 누구냐고 묻자 그 여고생은 함 하사가 아이의 아빠라고 했다. 그 여고생의 어머니는 대대장을 찾아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대대장은 함 하사를 불러서 사실을 확인하였고, 함 하사의 의중을 물었다. 처음에는 결혼해서 같이 살라고 했으나, 함 하사가 싫다고 했다. 그러면 영창을 가겠냐고 하니 그것도 싫으니 살려달라고 대대장에게 매달렸다. 대대장이 여고생의 어머니를 만나 상황을 전했다. 그러자 여고생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같이 죽겠다고 했다. 그러는 중에 여고생은 거의 달이차서 아이를 낳을 때가 다 되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하다가 위자료로 해결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문제는 함 하사의 집이 워낙 가난해서 그 위자료를 낼 수 있는 형편이 안 되었다. 결국 대대장은 모든 대대원의 석 달 치 봉급을 거두기로 하였다. 반대하는 병사들이 많았으나 일괄적으로 봉급을 차압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들 봉급은 차압을 당하고 말았다.
이문래 이병은 그것이 남의 일이거니 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정말 길 가에 있는 근무지에 근무를 설 때면 여고생들이 자주 오빠 어쩌고 하며 찾아왔다. 그 때문에 그 근무지는 순찰을 더욱 많이 돌았다.
“야, 이 이병. 너그 순찰자 잡으라는 거 안 잊어 묵었제.”
“예, 그렇습니다.”
“나 여기 좀 앉아 있을 테니, 확실히 하그라.”
“예, 알겠습니다.”
이문래 이병은 정말 정신을 똑바로 챙기고 순찰자가 오는 것을 알려고 육감을 모두 이용했다. 시간은 흘러서 어느 덧 새벽이 되었다. 생각대로라면 벌써 순찰자가 이곳을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아직도 순찰자는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다. 잠깐 앉아 있겠다고 하던 이광준 상병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문래 이병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위 경계에 집중을 했다.
“마늘!”
졸고 있던 이광준 상병이 벌떡 일어서며 총을 잡고 암호를 댔다.
“단군.”
벌써 소대장과 전령이 근무지 코앞에 와 있었다. 이문래 이병은 뭐가 뭔지 몰랐다. 그렇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근무를 섰는데, 순찰자가 근무지 코앞에 왔는데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졸고 있던 이광준 상병이 오히려 먼저 알고 일어나 암호를 댄 것이다.
“야, 너희들 졸고 있었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암호를 늦게 대는 거야?”
“그, 그게….”
“근무 철저히 서.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분명히 육감으로 근무를 서야 한다는 것도 들었고, 나름대로 온 감각을 다 이용해서 졸지도 않고 근무를 철저히 섰다. 그런데도 졸고 있던 이광준 상병보다도 오히려 더 경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문래 이병은 가슴이 콩닥콩닥하였다. 만약에 순찰자가 적 간첩이었다면 근무자들은 벌써 다 죽은 것이었다.
“이 이병, 너 군에 오기 전에 애인 있었냐?”
“없었습니다.”
“야, 숨기지 말고 첫 경험 얘기 해 봐?”
“예에?”
“야, 임마. 소설 써 보란 말이다?”
소대장은 아주 짓궂었다. 졸았다는 것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첫 경험 얘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없다고 했으나 꾸며서라도 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밤에도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를 잠시 벗었다.
선글라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소대장은 절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세수할 때와 잠잘 때만 선글라스를 벗고 그 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벗지 않았다. 한 번은 사단장이 소대 순방을 왔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사단장이 벗으라고 했으나 벗지 않았다가 병사들 보는 앞에서 조인트를 몇 대 얻어맞고 따귀까지 맞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맞으면서도 벗지 않은 선글라스였다.
이문래 이병은 아무래도 얘기를 안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소대장이 선글라스를 벗은 것은 아마도 얘기를 꼭 듣고 싶다는 의사표현으로 다가왔다. 근무지에서는 심심하면 별의 별 얘기를 다 했다. 아마도 저녁 내내 장편소설 하나씩은 다 쓸 정도로 얘기를 꾸며서도 잘 했다. 그렇게 몇 번 하고 나면 분명 거짓인데도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문래 이병은 정말 없다고 몇 번을 버티다가 옛날 고향마을의 순남이를 끌어 들여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대장은 분명히 거짓인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그래서?”를 외쳤다. 아마도 한 시간 이상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상황병이 소대장의 위치가 궁금해서 물어올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야, 이 이병. 대가리 대라.”
“예, 이 상병님!”
“이것 봐라. 관등성명도 잊었냐? 대가리 대란 말인 기라.”
갑자기 이광준 상병의 언행이 이상했다. 소대장이 자리를 뜨고 조금 있다가 벌어진 일이다. 방탄모를 벗어 손에 들고 있었다. 원래 느긋하게 느껴졌던 평소의 사람 좋은 이광준 상병의 모습이 아니었다.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퍽!”
이 상병은 방탄모를 이문래 이병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정신이 핑 돌았다. 파란별이 눈앞에서 아른 거렸고, 머리에는 금방 주먹 같은 혹이 불어났다. 이문래 이병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머리가 아파서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었다. 서러웠기 때문이다. 분명히 눈을 똑바로 뜨고 경계근무를 섰는데도 순찰자가 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문래 이병도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자, 이광준 상병처럼 눈을 감고도 누가 오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자, 졸면서도 몇 십 미터 앞에 있는 짐승까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몸의 감각이 진화를 하였다.
“야! 울지 말그라. 내, 네가 미워서 때린 것이 아닌 기라. 앞으로 더 신경 쓰그라.”
그래도 이광준 상병은 자신이 때려놓고는 달래 줄도 알았다.
그런 사건이 있은 후 시간이 꽤나 흘렀다. 상황병이 상황폰(휴대용 유선전화기, 512폰)으로 가끔 경계근무를 제대로 서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아마도 새벽 4시 정도는 됐을 것이다. 싸늘한 11월의 밤공기는 차가운 바닷바람과 함께 옷 속까지 파고들었다. 이문래 이병과 이광준 상병은 추위를 막으려고 우비인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잔잔한 파도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이문래!”
“예, 이병 이문래.”
“야, 우리 노래나 하자. 내가 먼저 할 테니, 한 곡조 하그라.”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졸병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군인의 일생.~”
이광준 상병은 <여자의 일생>을 병들의 입장에 맞춰서 가사를 바꿔 불렀다. 이광준 상병의 노래가 지금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이문래 이병을 더욱 슬프게 했지만 같은 처지에 있다는 생각에 위안은 되었다.
그런데 <여자의 일생>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 위에 환영이 서렸다. 가족들이 바다 위에서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뭐라고 말을 하고는 갔다. 들을 수는 없지만 “얘야, 참고 견뎌라.”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던 것 같았다.
참 바다는 이상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어떨 때는 부모님이 되어서 위로해 주고, 어떨 때는 악마가 되어서 덤벼들고, 어떨 때는 친구가 되어서 “술 한 잔 하세.”라고 하는 것 같았다. 참으로 바다는 요술쟁이였다. 그에 맞춰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렇게 동지섣달 긴긴 밤도 새벽을 낳고 말았다. 아무리 춥고 긴 밤도 지나갔다. 바다 저 끝 일출이 검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면 상황병의 철수 명령이 전달된다. 그러면 근무자는 장비를 챙겨서 근무지에서 철수 하였다.
“이문래 뭐하노? 야! 뭐 그리 생각하노?”
아마도 검은 밤바다 위에 뜬 환영을 보고 이문래 이병은 순간 정신을 놓았던 것이다. 이광준 상병의 노래가 끝난 지 한참은 된 것 같았다. 다음 노래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멍하니 있는 이문래 이병을 보고 어깨를 잡고 흔들며 뭐하냐고 말을 할 때까지 그렇게 꼼짝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노래 하그라.”
“미아리 눈물 고개/ 임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
이문래 이병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2절까지 아주 처량한 음성으로 불렀다. 둘은 날이 샐 때까지 그렇게 노래를 계속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두 병사의 노래 소리에 파도는 잠을 자듯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