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4일동안 방한했던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 일행의 결재 수단법(우리나라의 유가증권법, 수표법, 어음법 등등의 경제관련 법의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 입법과 관련된 스터디 투어를 진행하면서 한국 유관기관에서 받은 자료만 수백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스터디 투어 통역을 주말 낀 3일전에야 수락하고 진행 준비를 했으니, 관련 기관들의 연락처를 받은 것도 일정 시작 전날, 통역사들은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한국사람들의 통역에 대한 이해수준은 무시하고, 내 일을 하기 위해, 연락처를 알게 된 날부터 방문 기관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해, 프리젠 테이션과 관련 자료들에 대한 요청을 하고 베트남의 입법 예정중인 법안 상정안을 파일로 받은 후, 거의 매일 날 새다시피 하며 자료를 보고, 베트남어를 익혔습니다. 베트남어 뿐 아니라 관련 자료는 영어로도 받아서 한국어와 베트남어와 대조를 해야 했으니 영어, 한국어, 베트남어 세 언어로 내용들을 확인했어야 했죠. 그러니 3일에 일정 4일을 더한 꼭 일주일 동안은 잠시라도 짬이 나면, 자료 만을 보며 공부하고, 방문단에게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 지를 확인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1시간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다음 날 일정 준비를 하기도 했었구요.
유가증권, 수표, 어음, 약속어음, 환어음 등등의 단어는 베트남에도 존재를 합니다. 그러나 통역을 하는 사람들이 그 차이를 모르고 섞어서 얘기를 한다면 듣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거나 개념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겠지요. 때문에 전문가들과 현지인 전문가들에게 꼭 확인받는 작업을 빠트리면 안됩니다.
일정중에는 한국계 은행을 방문하는 시간들도 있었는데, 한국인 베트남어 통역을 기용을 한 곳도 있었습니다. 친분이 있던 그 통역은 부총재가 남부 사람이여서 말을 못 듣겠다고 했습니다. 우습지만 통역이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것도 실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우리도 텔레비젼을 보면서 서울 사람들이 강원도, 경상도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를 듣더라도 대개는 이해하듯이 통역사는 그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그 나라 사람들 이상으로 이해하고 구사를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말은 듣지 못하겠다니, 전문적인 내용의 통역이 제대로 됬을리 없겠지요. 식사 자리에서 웃으면서 분위기를 화기 애애하게 만드는 것은 통역사 본연의 임무는 아닙니다.
물론, 베트남어를 그렇게 구사하기에는 여러가지 제한이 있는 것도 현실적인 상황입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맡은 일을 끝내려했는지 하는 일에 대한 태도가 훨씬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대충해야 하는 일이 있고, 대충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습니다. 차라리,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일을 수락하지 않는 편이 서로를 위해 좋고, 폐를 끼치지 않을 것 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지난 6월 말에 있었던 기업상담회에서는 베트남인 통역이 한국어로 베트남인 연사의 발표를 통역했어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석한는 자리에서 통역이 버벅거리는 것을 보이는 것은 정말 큰 실례입니다. 한국어의 표현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적절한 표현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어에도 사담에서 표현되는 말과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사용되는 표현되는 말이 다릅니다. 저는 그 전날도 똑같은 문장의 좀 더 부드러운 내용과 연사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이미 연설문의 번역을 다 끝내놓고도 8시간동안 컴퓨터에 앉아서 메신저로 베트남에 있는 모 장관 비서와 한국에서 학업을 쌓고 있는 베트남인 2명과 새벽 2시까지 내용을 검토하고 단어 하나하나까지도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보냈습니다.
'베트남어과를 졸업했으니 베트남어를 잘 하시겠네요, 베트남에 많이 다녀오셨으니 베트남어를 잘 하시겠네요' 라는 말은 절대적 시간과 절대적 노력이 빠져있다면 맞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은 베트남어 통역사가 인생의 최종 목표도 아니구요. 내가 정확한 베트남어를 구사 하기 위해서 연습하는 과정으로 통역의 일을 시작했고, 이 때문에 특히 베트남 관료들의 전문분야 스터디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베트남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 필요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