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봄밤이었다. 내린천 변 노루목산장 앞 만개한 아름드리 벗꽃이 속속 모여드는 시인들의 발걸음을 들뜨게 했다. 지난달 4월21일 저녁 인제문협 시인들은 서울인사동시인학교 시인들을 초청해 화려한 시낭송회를 가졌다. 인사동 시인학교가 주최하고 인제문협, 내린천예술인회, 인제주부독서회의 후원으로 문학의 밤을 함께 한 이들은 인사동 소혜 시인과 인제주부독서회 한명숙씨가 각각 사회를 보며 문학의 향기를 피워 올렸다. 낭송회가 시작되기 전 서로의 인사 소개가 있었고 노루목산장 카페의 분위기에 젖어든 인사동시인들은 여정의 긴장을 늦추며 찬사를 잊지 않았다. 20년 역사를 가진 인사동시인학교가 몇 년간 위기에 처하자 학교장 정동용 시인은 회원들의 육필원고를 다시 일어서는 깊은 뜻으로 원했고 그렇게 받은 육필원고 한 부를 인제문협에서 기증 받게된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먼저 인제문협 회장 최병헌씨의 "국내 문화예술의 일번지인 인사동에서 이곳 산 옆까지 찾아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서두로 앞으로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대신했다. 두 지역의 문인 40여명은 1, 2부로 나뉘어 자기 소개를 하고 자작시를 낭송했다. 은은한 배경음악을 깔아 시 음율이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인사동시인 이용석씨는 대학 때 배운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 매료되어 문학을 하게 되었노라며 시를 원고 없이 유창하게 낭송했고 박인환 고향의 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란 멘트를 덛붙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 행사의 주관을 시종 이끌어 온 손흥기씨(문학평론가)는 초대된 서울 시인들보다 지역 문인들의 불참이 내심 걱정되었는데 다행이 원거리도 마다 않고 관계 분들이 많이 참석해 주셔서 더욱 자리를 빛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인제도서관 주부독서회 전원과 지역 원로 시인들의 함께 어울린 자리는 도, 농 간 열린 문학교류로 손색없었다. "산수 빼어난 내린천변을 달려오셔서 아시겠지만 눈 내리는 겨울을 비롯해 지역의 순수한 자연은 곧 문학이고 예술입니다. 이 봄에도 잊지 않고 피는 산벗꽃을 보고 어떤 이는 팝콘이 튄다고도 하고 듬성듬성 돋아나는 새치머리 같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바라보는 모든 주변이 글감이 되어 깊고 소박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감사 드립니다. 이곳에도 음악, 미술, 문학, 조각하시는 분들이 모여 사는 예술인촌이 형성되어 작품활동을 하는데 여러분도 이에 동참하지 않으시려는지요 그러면 한층 더 질 높은 글을 쓰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주부독서회장 자격으로 인제의 삶을 자랑 할 수 있어 나로선 더욱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돌아서기 아쉬워하는 서울 회원은 순수가 상실된 이 시대에 이렇게 철학이 있는 곳에서의 삶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다음날 합강정 박인환 시비를 답사하고 백담사를 들러 상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