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태양의 남쪽’서 성재 역으로 2년만 TV 복귀
황폐한 삶 속 아날로그 적 사랑, 원초적이고 목가적인 순수한 사랑 그려낼 터
“카리스마? 실제로는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
강렬한 눈빛, 낮게 깔리는 회색 톤의 목소리, 느긋한 팔자걸음…
최민수(41).
그가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극본 김은숙 강은정·연출 김수룡)에서 사랑과 복수를 꿈꾸는 남자 강성재 역을 맡은 것. ‘태양의 남쪽’은 황폐한 삶을 사는 연희와 성재 두 남녀의 만남과 성숙한 관계를 통해 디지털 시대 속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적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 드라마다. 최민수가 극중에서 맡은 강성재는 친구의 배신으로 약혼녀까지 잃은 채 억울하게 8년여 감옥살이를 하는 인물. 오랜 시간 답장도 없는 편지를 약혼녀에게 보내며 하루 하루를 그리움으로 지내다 우연히 연희(최명길 분)의 답장을 받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사랑을 하게 된다.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던 ‘태양의 남쪽’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최민수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멜로와 분노가 섞인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연기력은 ‘역시 최민수가 아니면 성재의 캐릭터를 완성할 수 없다’는 호평을 받으며 드라마의 참맛을 더하고 있다.
“처음 제의를 받고 내용을 들었을 때 ‘이거다!’했었죠. 고전적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인데다, 뭐랄까…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남자와 가슴 시린 사랑을 하게되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맑고 슬프지 않나요?”
최민수는 오랜만의 정통 멜로 드라마 출연에 연신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그동안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의 얼굴과 멜로 연기를 브라운관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기쁨을 알기나 하는 듯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 또한 남다르다.
“꼭 영화만을 고수했던 건 아녜요. 좋은 작품이라면 그게 영화든 드라마든 출연할 마음은 많았죠. 특별히 이 드라마를 선택한 건, 요즘처럼 자극적인 드라마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태양의 남쪽’처럼 감수성 어린 드라마는 오랜만인 것 같아서 그 느낌을 맑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특히 연희와의 사랑은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주인공 남녀가 나눴던 3박 4일간의 사랑, ‘접시꽃 당신’처럼 순수한 느낌을 그려나갈 겁니다”
최민수는 자신이 출연중인 드라마‘태양의 남쪽’을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써 내려가는 느낌의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서걱거리면서도 맑은… 원초적이고 목가적인 느낌. 그런 오래된 느낌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란 뜻이다. 그래서 “맑고 순수한 ‘물 같은’느낌으로 연기 욕심을 풀어낼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가 이렇게도 ‘태양의 남쪽’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어쩌면 주인공 강성재가 자신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변화에 게으른 편이에요. 새로운 것으로 자주 바꾸기보단 옛 것에 오랜 정을 두는 편이라… 그런 면에서 ‘아날로그 적 사랑’을 하는 주인공 성재와 많이 닮았죠”
스스로 ‘된장찌개와 컴퓨터의 중간세대’라고 말하는 그는 10년이나 된 셔츠와 흑백 휴대폰을 예를 들며 증명 아닌 증명을 해 보인다.
“제가 얼마나 구닥다리인데요. 아마 이번 드라마에선 그런 모습을 한껏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최민수는 ‘누명’‘복수’등 남성적 코드가 물씬 풍기는 주인공 성재 역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기자의 의견에 손사래를 친다.
“카리스마, 터프, 강렬… 많은 분들이 이런 단어로 저를 표현하시는 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물론 맡은 배역이 연희와의 사랑 뿐 아니라 복수에 대한 극한 분노도 포함돼 있어 그 감정을 표출해야 하다보니 그런 모습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제가 얼마나 부드러운 사람인데요∼”
평소 부인 강주은 씨에게도 존댓말을 쓰며 약간은 닭살스런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는다는 최민수의 말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지만, 예전 드라마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인터뷰 도중 아내의 전화를 받으며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식사는 하고 들어갈게요∼”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니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 위해 공연히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난다”며 너스레를 떤다. 특히 아내와 10년에 한번씩 결혼식을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년 봄에는 처가가 있는 캐나다에서 결혼 10주년 기념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라는 최민수의 모습을 보면서 꺼림칙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후배들도 저를 굉장히 어려워하는데 그건 아마도 저를 직접 대면하지 못한 사람들의 선입견이나 편견일꺼에요. 물론 예의에 어긋나거나 도리에 지나치는 행동을 보인다면 서슴없이 혼쭐내지만, 평소에는 아주 자상한 남자랍니다(웃음)”
‘태양의 남쪽’연출자인 김수룡 PD도 “최민수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 부드럽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남자”라며 “유쾌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한마디 거든다. 최민수와 함께 드라마 호흡을 맞추는 후배 연기자들 역시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도 자상하게 지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알던 무뚝뚝하고 무서운 선배가 아닌 카스텔라 같은 분”이라고 감히(?) 칭찬을 한다.
그러고 보면 최민수 식 말투는 그런 여성적(?) 성격을 커버하기 위해 나온 일종의 ‘오버액션’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아내에게 부드러운 말투로 존댓말을 하고,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들이 농담을 던지면 담배 피는 척하며 자리를 뜨는 남자라고 하니. 하긴 예전 한 토크쇼에 나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바퀴벌레”라고 밝힌 것을 보면 거짓은 아닌 듯 하다.
“어깨에 힘주고 평생을 어떻게 살아요. 아마 스트레스 받아서 오래 못살걸요(웃음)”
올해로 연기 생활 20년째를 맞는 최민수.
그는 어느새 한 배우를 가리키는 말 뿐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고 자기주장 강한 사람의 대명사처럼 돼버렸지만, 실제로는 슈크림처럼 부드러움을 지닌 다정한 남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카리스마=최민수’라는 공식은 어쩌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그의 태양보다 뜨거운 연기 열정 때문일 것이다.
종이 위를 달리는 만년필의 투박하지만 순수한 소리.
분명 그것은 자판을 두드리는 삭막한 소리와는 다른 정겨움과 섬세한 냄새가 묻어있다.
불혹의 나이를 맞은 최민수가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듯한, 서걱서걱한 느낌의 드라마’라고 표현했던 것이 어쩌면 그 자신을 향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정통 멜로로 브라운관에 돌아온 최민수가 그만의 ‘서걱한’느낌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 열정 어린 연기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