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저는 16-5기 2소대 소대장 훈련병을 맡았던 이병 김양규 입니다 길었던 훈련소 생활, 여러분은 단 세 글자만으로 요약할 수 있으십니까? 아마 훈련소에서의 감정을 한 마디로 담아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훈련소 생활을 알파벳 게 글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OA 아~ AOA 진짜 사회에서는 아이돌, 거들떠도 안봤습니다. 하지만 종교행사에서 마주한 AOA의 짧은 치마는 진짜 가슴을 심쿵하게 만들었습니다. 설현, 초아, 지민, 민아, 혜정.. 그리고 또 누구지? 어쨌든 한명 한명 한땀 한땀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집중력으로 주간사격 했으면 미니버스 바로 타고도 남았을 텐데... 하지만 16-5기 훈련병 싹 다 주간사격 100%합격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아이돌의 힘입니다. 이런 소중한 아이돌 영상을 법당에서만 잔뜩 보여주신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불교는 속세를 떠나 참선을 추구하는 종교 아니었습니까? 금욕을 무엇보다 강조해야 하는 법당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지난주 종교행사 때, 무려 전효성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천주교 다녀온 전우들이 맘스터치 햄버거 세트롤 먹었다고 했을 때보다 몇 십만 배는 부럽고 궁금해서 미칠것 같습니다. 법사님이 이자리에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이해할수 없습니다. 다음 기수부터는 불교인으로서 참된 모습을 좀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훈련도 물론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AOA는 마음 속에 존재했습니다. 제가 세 몸의 절반 가까이 되는 군장을 짊어지고 밤을 새며 산을 탈 수 있던 원동력은 가족 생각도 아니고 여자친구 생각도 아니고제가 가르쳤던 제자들 생각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AOA였습니다. 머릿속에 맴도는 비트와 저를 유혹하는 설현이의 모습은 저를 목적지까지 자석처럼 이끌었고 발바닥에 물집 하나 없이 생활관으로 복귀하게 하였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편지로 오는 여자친구 사진보다 다른 동기가 받은 설현 사진에 더 눈을 돌리는 제 모습을 보며... 여자친구에게 미안함은 커녕, 다른 사진 더 없는지만 신경썼습니다. 예지야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 눈은 설현이에게 있지만 마음은 너를 향하고 있어...! 믿어줘 제발... 이쯤에서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사회에서 초등하교 교사로 근무하고 입대하였습니다.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롤모델이었고, 우상이었던 그런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훈련소에 오니 3,4분짜리 아이돌 영상 앞의 승냥이로 전락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1년 간 저를 믿고 따랐던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4학년 1반 제자들아, 선생님도 사람이야... 너희는 크면 안 그럴거 같지? 군대 와 봐라. 다 똑같다. 이건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아참, 선생님도 너희 나이 때는 군대 안 갈 줄 알았다. 끝으로 이제 12사단 신교대를 떠나지만 후배기수들을 위해 공약 하나만 걸고 가겠습니다. 우리 전역 날짜가 언제입니까? 2017년 12월 7일입니다. 저, 12월 8일에 바로 학교 출근해야 합니다. 학교 가서 아이들에게 시키겠습니다. 18-1기부터 12사단 훈련병들을 위해 위문편지좀 써 달라고. 지금은 애들 편지가 무슨 힘이 날까 싶겠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첫 편지를 받았을때의 소중함을. 그리고 자기는 크면 군대 안 갈 거라고 생각하는 남자 아이들이 보내는 편지를.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제가 꼭 위문편지, 남학생들은 특히 보낼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6-5기 훈련병들, 아니 전우들아. 소감문 마무리한다. 다들 잘 지내고 다치지 말자. 일전불사 을지부대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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