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야인들의 집’ 이라는 뜻을 가진 까사마야 내부. 은은한 황금빛 조명과 아기자기한 멕시코 토속품들이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국에 가면 멕시코 사람을 포함한 히스패닉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영어와 스페인어로 함께 기록한 공문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또 멕시코 요리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것이 토르티야(Tortilla)라는 옥수수 전병에 고기 등을 싸서 먹는 타코(Taco), 고기와 야채를 볶아 뜨거운 쇠판에 올려 내는 화히타(Fajita), 토르티야에 치즈가 걸쭉하게 들어간 엔칠라다(Enchilada) 등이다. 칵테일은 테킬라를 베이스로 한 마가리타, 맥주는 병에 레몬 조각을 끼워주는 코로나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보편적인 외식 장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멕시코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서울 이태원의 ‘판초스’가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인데 이곳에서는 수많은 맥주의 종류에 놀라게 된다.
이번에 찾아가본 곳은 서울 강남의 ‘까사마야’(02-545-0591)였다. 스페인어로 ‘까사’는 집이라는 뜻. 따라서 이 레스토랑 이름은 ‘마야인들의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앞에서 4년간 운영하다 강남으로 옮긴 후 2년째 멕시코 문화와 요리를 알리고 있는 곳이다. 나무기둥 골격에 회벽 칠을 한 이곳의 실내 분위기는 시원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곳곳에 놓인 멕시코 토속품들도 아기자기하다.
이곳에서 손님들이 많이 주문하는 요리는 ‘알람브레 콘 케소’라는 고기요리와 ‘케사디야’라는 치즈, 감자, 닭고기, 버섯 등이 속으로 들어간 멕시코식 파이라고 한다. 실란트로(고수)를 살짝 뿌려 먹는 타코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알본디가스(Albondigas)’와 ‘몰레(Mole)’였다. 이곳의 알본디가스는 치즈를 넣은 고기 완자에 크림치즈와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얹은 것인데 소스의 새콤한 맛이 자꾸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푸른 토마토의 신맛을 치즈의 부드러운 맛이 감싸고 있고 단단한 고기의 육질과 물컹한 치즈의 감촉이 함께 느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
치즈를 넣은 고기 완자에 크림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노란색 요리 ‘알본디가스’.
몰레는 메뉴에 준비돼 있는 두 가지 종류 가운데 ‘몰레 포블라노’를 주문했다. 이 요리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대주교가 수녀원을 방문했는데 식사가 채 준비되지 않아 주방에 있는 재료를 전부 갈아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추, 아몬드, 초콜릿 등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이 검은색 소스의 맛은 아주 묘하고 복합적이었다. 닭고기 위에 끼얹은 이 소스가 카레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호기심에 선인장 샐러드(Ensalada De Nopal)를 주문해보았다. 샐러드 자체는 평범한 편이지만 파란 선인장의 미끈미끈한 감촉과 탄력 있게 씹히는 맛이 흥미로웠고 나름대로 먹을 만했다. ‘까사마야’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소박하면서도 뒷맛이 좋아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는 요리였다. 멕시코 친구 집에 초대된 듯한 분위기 속에서 ‘네그라 모델로(Negra Modelo)’라는 멕시코 흑맥주에 살짝 취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Tips
|
몰레
멕시코 말로 ‘갈다’라는 뜻. ‘몰레 소스’는 다양한 재료를 함께 갈아 만드는 소스로 멕시코에서는 우리나라의 된장, 고추장처럼 사랑받는 음식이다. 17세기 멕시코 대주교가 푸에블라 지방의 산타클라라 수녀원을 불시에 방문하면서 탄생했다는 ‘몰레 소스’의 기원을 기려 지금도 푸에블라에서는 매해 ‘몰레 축제’가 열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