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13 구간(망덕고개-문수봉-57번지방도-구봉산-달기봉-가현치)
1.일시: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2.날씨: 아침부터 굵은 눈발이 휘날리다 능선을 잡으니 눈 그치고 하늘은 약간 흐림.
3.참가인원: 하늘님, 바람, 그윽한 미소, 딱선생, 그리고 나
4.지나 온 거리및 시간: 망덕고개까지 접근하는 시간과 달기봉 내리막 길에서 탈출하면서 가현치까지 나오는 시간 포함 약 9시간걸림. 대략 계산해 보니 도상 거리는 약 19.4km정도로 걸린 시간에 비해 무지막지하게 온 것 같다.
여기 저기 패잔병들이 속출한 것을 보면 격전을 치른 것이 분명하다.
출발
이제 한남도 딱 한번의 구간만 남았다! 한남을 처음 시작한 것이 올 4월하고도 9일에 출발을 하였으니 근 여덟달만에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계절을 다 맛을 보면서 한남을 했다는 얘긴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들었던 구간은 여름철에 지나 온 길인 것 같다.
보통 한남정맥 길은 여름은 피해서 주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말 그대로 잡목들의 괴롭힘 때문일 것이다.
밟고 지나가도 또 잡목이 길을 막고 가시 달린 키 작은 잡목들이 그야말로 죽일듯이 바지며 얼굴이며 가리지 않고 우리의 갈길을 막았다.
비오듯 흐르는 땀방울에, 더위에, 잡목에, 또 거기다 알바며 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는 것까지 아마도 우리의 회원들은 속으로 나를 무척이나 원망들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좋아서들 하는 것이지만 길을 헤맬 때는 속으로 '뭔 준비도 없이 산행을 왔을까?' 그리고 준비없이 우리를 이리 고생을 시킬까 하고...
이런 모든 비난도, 산행중에 어려웠던 모든 순간 순간 들도,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이제 애증의 한남은 딱 한 구간만을 남긴 것이다.
"회자정리 생자필멸!" 이라 만남은 이미 이별을 내포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미 시작부터 이별을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게다!
모처럼 나홀로 고적하게 만나기로 한 장소인 용인 버스 터미널로 출발하니 어디 먼 곳으로 훌-쩍 떠나는 나홀로 산객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나홀로 백두대간을 할때의 느낌이 아주 쫴끔 드는 것 같다. 홀가분함 아니면 저당 잡힌 잠깐의 제한적 자유 뭐 이런 잊혀진 상념들이 스멀스멀 들고 일어난다.
시각표상 1시간 40분 소요라고 되어 있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것 같았는데, 느닷없이 '그윽한미소' 의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다들 도착했으니 빨리 오라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할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내가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뭐가 있는가? 머리를 쥐어 뜯는 것 아니면 버스 안에서 라도 뛰는 것 말고는!
바쁜 마음을 안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반간다.
간단하게 커피를 한모금씩 하고는 시내 버스를 타러 이동하니 밖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원삼 방면 가는 버스는 94번이 제일 가까운 시간인 8시 30분에 배차되어 있어 그걸 타고 가기로 했다. 다른 정맥팀들도 같은 방향이라 동승하게 되었는데,
이팀이 내리는 지점이 우리가 전 구간 버스 타고 나온 곳과 비슷해서 그곳에서 그냥 그팀을 따라 내렸다.
내려서 주위를 살피니 이런 된장 알바를 한 것이다!
버스 타고도 알바를 하다니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때린다. 걸어 가기에는 남은 거리가 멀어 할 수 없이 다음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랑 동승했던 팀들은 북진중이고 우리는 남진중이다.
그팀과 이별하고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니 16번 버스가 도착하여버스로 이동하니 우리가 내린 '별학마을' 에서 '별미' 까지는 일곱 정거장 거리다. 걸었으면 맞아 뒈질 뻔했다!
망덕고개 도착 10시 12분. 지금도 눈발이 날리고 있다. 시작을 10시에 했으니 오늘 일정도 빡세고 바쁘겠다.
망덕고개에서 문수봉까지가 도상 거리로는 3.3km이다.
문수봉 도착 11시12분. 여기가 경안천의 발원지인 문수샘이 있는 곳인데 확인은 못했다 먹는 것이 바쁜 관계로...
정상에 먹기 좋은 정자가 덩그러니 있으니 그냥 지나칠 우리의 회원들이 아니다. 참새가 방아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리요?
'그윽한 미소' 가 포항의 일급 과매기를 싸들고 온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곳에서 과매기를 먹는 사람들은 지구상을 통털어서 우리 밖에는 없지 싶다.
과매기는 비린내가 많이 나서 평시에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는 '하늘님' 조차도 맛있게 먹을 정도의 탁월한 등급의 과매기다.
간간히 눈발이 흩뿌리는 이런 경치 좋은 정자에서 친한 벗들과 맛난 과매기에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막걸리 한잔의 여유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 매생이에 이어 이번 과매기까지 '그윽한 미소'는 정말로 탁월한 미감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우리의 입도 호강하지만...
문수산 마애 보살상으로 왼쪽이 문수보살이고 오른쪽이 보현 보살인데 고려전기의 조각이라고 한다.
'바람' 은 왜 이렇게 얼굴이 뻘게?
잔설을 이고 있는 산죽들.
언덕에 걸터 앉은 바위.
용인 농촌 태마파크. 망덕고개에서 여기까지 누적 거리는4.8km.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직진을 해야 하는데 능선을 버리고 극동 기상 연구소쪽으로 방향을 잡아 도로를 따라 걸었다.
법륜사 포대 화상 앞에서. 처음 이곳을 지나 올 때가 2007년도인데 그때는 이곳이 공사중이었다. 지금은 번듯한 절의 풍경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 극동 기상 연구소에서 용인 테마 파크까지 6.4km이고 망덕고개에서 누적거리는 11.2km이다. 극동 기상 연구소 담을 끼고 정문쪽으로 지나가니 정문은 굳게 닫혀있다. 어느 산행기를 보니 이곳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니 촬영한 것을 모두 지우라고 경비하는 사람이 그랬다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다.
극동 기상 연구소 담을 따라 걷다 보니 왼쪽으로 잘 정돈된 묘역 옆으로 잔디가 보기 좋게 깔려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간식을 너무 거하게 먹어 그런지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을 보니 2시 언저리라 자리를 핀 것이다. 오늘도 반찬이 늘어졌다.
그중에서도 제일 먹음직스런 것은 당근 '라면 오뎅탕' 이다. 추운 날 이런 음식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마지막 커피까지 깨끗이 끓여 먹고는 배터지는 줄 알았다.
현 지도를 보니 가현치까지는 도저히 갈 수가 없고 달기봉이나 용인시 경계로 빠져야 할 것 같다. 현 시간이 4시이니 앞으로 적어도 시간 반 밖에는 산행 시간이 없다. 5시 반 이후에는 어둠이 급격하게 내리기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
구봉산 동영상.
구봉산 도착 4시14분. 해발이 465m이니 한남정맥에서는 광교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지 싶다. 산 이름답게 오름길이 가파르고 정상까지는 정말로 아홉 구비를 넘어야 만날 수 있는 험한 산이다. 얼굴들이 다들 벌건데, 그만큼 오름길이 되다는 증거다.
이번 구간 최대의 난 코스다. 이후로 '바람'은 발병이 나고 '하늘님' 은 발에 쥐까지 났다고 한다. 이후로 두사람은 패잔병으로 분류가 되었다. 보통 패잔병은 다수를 위해 버리고 가는 것이 원칙이나 그동안의 정리를 생각해서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이제는 더더욱 더 갈 수 없는 이유가 생겨 달기봉 지나 하산하기로 했다.
어찌된 것인가 구봉산은 465m인데 이곳은 그보다 더 높으니? 경치에 밀린 것인가 아니면 잘못 기입한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이곳은 확실이 조망이 없는데, 산도 조망권에 따라 인기의 부침이 심한가 보다.
달기봉 도착 5시5분.극동 기상 연구소에서 부터 이곳까지는 7.6km이고 누적거리는 18.8km이다.
발병이 날만한 거리임에 틀림없다.
이곳 탈출로까지 달기봉에서는 0.6km이니 오늘 총 산행 거리는 19.4km이다. 망덕고개 오름길과 여기서도 또 내려 가야 하니 총운행 거리는 오르 내림길 4km만 잡아도 23km가 넘는 거리다. 오! 정말로 위대한 발들이다.
경수사 앞 도착 5시55분. 상가라는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노선이 애매하게 되어 있다. 안성으로 나가는 것이 더 편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안성이 더 불편한데...
하는 수 없이 15-2 버스 타고 경수사 입구까지 이동하여 다시 원삼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 타야 했다.
원삼에서 다시 용인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야 각자의 집으로 갈 수가 있는 것이다. 헐! 이렇게 잘못 내려서니 여러가지로 복잡해진다.
다음에 접근할 때도 똑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번을 갈아 타야 거룩한 용인터미널에 도달하는 것이다.
경수사 입구에서는 15번을 갈아 타고 원삼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버스는 딱 두대가 30분 간격으로 안성과 원삼을 오고 간다.
원삼 도착 6시38분. 원삼 가는 버스는 이렇게 부지 기수로 많은데...
용인 버스 터미널 도착 7시6분. 그러니까 상가에서 부터 정확히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탈출할 수가 있었다.
전 구간에 뒷풀이 했던 장소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술꾼들은 보이질 않고 우리들이 첫손님인것 같다. 오늘의 매뉴는 전에 먹을 시간이 없어 먹어 보지 못했던 벌교 생꼬막 데침이다. 탱글 탱글한 것이 싱싱하면서 벌교 바닷내음이 훔씬 밴 벌교 생 고막을 막걸리 안주 삼아 오늘도 알콰하게 취했다. 더불어 나온 깔끔한 우거지 된장국도 시린 뱃속을 뎁혀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해물 전에 마지막으로 오징어 데침까지, 오늘은 일찍 들어 가려고 계획했던 '하늘님' 까지 안주에 취해 결국 막차를 타기에 이르렀다. 오늘도 꽉찬 일정에 적지 않은 주파 거리까지 모두 모두 수고들 했읍니다.
마지막 한구간까지 화이링!
나의 집 도착 시간 10시반.
첫댓글 올리느라 고생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