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제대로 알고 먹읍시다
'나이보다 젊어지는 78가지 방법'으로 유명한 미국 ‘리얼에이지닷컴(www.re alage.com)’ CEO 마이클 로이진 박사는 매일 비타민B·C·E,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영양제 복용을 권고한다.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 등은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장량이 70㎎인 비타민C를 매일 3000~6000㎎ 이상 복용할 것을 권한다. 노화와 암, 각종 만성질환을 예방·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反)비타민 주의자’들의 ‘반격’도 만만찮다. 영양 과잉 상태인 현대인에게 비타민 등 영양제 복용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도대체 비타민을 복용하는 게 좋은지, 어떤 비타민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비타민에 관한 궁금점들을 정리했다.
■ 올바른 비타민 복용법 … 비타민제와 차(茶)는 상극
①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체내에 축적되므로 과다하게 복용하면해롭다. 지용성 비타민은 가능한 한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수용성 비타민(B군과 C)은 과다 복용해도 체내에는 남지 않으므로 다소 많이 먹어도 된다.
② 매일 같은 시간대에 복용한다.
③ 공복(空腹)에는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④ 한 번에 과다하게 복용하지 않는다.
⑤ 비타민제는 차(茶)와 함께 복용하지 않는다. 녹차와 홍차의 ‘타닌’ 성분이 약물의 고유 성분을 변화시켜 약효를 저하시킨다.
우리나라에선 종합비타민보다 비타민B군과 C가 주성분인 복합제제가 많이 팔리고 있다. 최초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종합영양제보다는 ‘피로 회복’에 초점을 두고 비타민B군과 C를 강화했기 때문인데, ‘삐콤씨’(유한양행)와 ‘아로나민골드’(일동제약)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비타민C 다량 복용건강법’ ‘항산화제 건강법’ 등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비타민에 대한 수요가 제기되자 일동제약은 비타민C 양을 크게 늘린 ‘아로나민씨플러스’, 눈을 위해 비타민A가 첨가된 ‘아로나민아이즈’ 등을 출시했다.
유한양행도 삐콤씨에 항산화 성분인 셀레늄, 아연, 토코페롤 등을 첨가한 ‘삐콤씨에이스’와 엽산, 철분 등을 강화한 ‘삐콤씨에프’ 등을 출시했다.
종합비타민제는 제약사마다 한두 가지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나 중장년층은 항산화 비타민(A·C·E)과 아연 등이 강화된 제품을, 빈혈이 걱정되면 철분이 보강된 제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간의 작용을 돕는 아미노산(주로 글루타민, 아르기닌, 오르니틴)과 지방대사에 관여하는 콜린, 레시틴, 이노시톨 등과 비타민B군이 풍부한 제품을, 관절염이 걱정되면 칼슘, 콘드로이틴, 글루코사민이 첨가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종합비타민제는 대개 2만∼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제품 중 ‘대표 브랜드’는 없는 상태며, 수입품인 ‘센트룸’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A: 현대인은 아침을 거르는 일이 많고, 잦은 회식과 음주로 영양 불균형 상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양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식사·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적절히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편식하지 않는다면 따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
Q: 미국 등 선진국에서 오히려 비타민 열풍이 거센 이유는 무엇인가?
A: 야맹증(비타민A), 각기병(비타민B1), 괴혈병(비타민C), 곱추병(비타민D) 같은 비타민 결핍증을 예방하기 위함이 아니다. ‘비타민 파워’를 이용해 노화를 방지하고, 암이나 심장병 등 각종 질환을 예방하며, 활력을 증진시키려는 것이 비타민 열풍의 실체다. 연구 결과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등의 항산화제는 노화와 암을 방지하며, 면역력도 증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Q: 음식 속 비타민 100㎎과 천연 또는 합성 비타민제 100㎎의 효과는 같은가?
A: 정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음식물 속 비타민은 체내 흡수가 더 빠르며, 여러 가지 다른 영양소와 함께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음식으로 베타카로틴을 섭취한 그룹은 같은 양의 베타카로틴을 영양제로 복용한 그룹보다 폐암 발병률이 낮았다. 따라서 가급적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좋다.
Q: 천연비타민제와 합성비타민제는 어떤 차이가 있나?
A: 동식물 등 천연 물질에서 추출한 천연 비타민의 가격이 훨씬 비싸며 효과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 가지는 같은 물질로 효과가 거의 비슷하다는 게 정설이다.
Q: 비타민C를 과다 복용하면 정말 만병통치약 효과를 얻을 수 있나?
A: 의학적으로 매우 논란이 많다. 비타민C가 세포의 산화(酸化)를 방지하므로 암과 각종 만성질환을 예방·치료하고, 노화도 억제한다는 논문이 많이 발표됐다. 반대로 비타민C가 오히려 세포의 산화를 촉진하며,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발한다는 논문도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부작용은 설사와 신장 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신장결석 등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지만, 예찬론자들은 몸으로 효과를 느낄 수 있으며, 신장결석 등의 부작용은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감수해도 좋다고 주장한다.
Q: 어린이도 비타민C나 E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게 좋은가?
A: 비타민C의 과다 복용이 어린이에게 특히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 비타민E는 권장량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0~6개월은 4㎎, 7~12개월 5㎎, 1~3세 6㎎, 4~8세 7㎎, 9~13세 11㎎, 14~18세 15㎎이 권장량이다. 그러나 어린이에겐 영양제를 복용시키는 것보다 올바른 식사습관을 갖게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Q: 여러 가지 영양제, 예를 들어 글루코사민과 비타민C를 함께 복용해도 되나?
A: 영양제끼리 ‘약물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나 치료제는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핵약과 비타민B6를 함께 복용하면 대사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제 복용시엔 의사와 상의해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Q: 임신부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
A: 엽산은 임신 한 달 이내에 태아의 뇌신경과 척추신경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식품 속 엽산은 조리 중 대부분 파괴되므로 엽산이 결핍된 상태에서 임신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신한 여성은 엽산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그 밖의 비타민은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임신기 내내 과량의 비타민을 복용하면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태어난 후 비타민 결핍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A는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특별 처방이 없다면 피하는 게 좋다.
<도움말: 김경환·연세대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이정권·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종호·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